책 읽기

니콜라이 고골의 ‘죽은 혼’ 줄거리

뚝틀이 2012. 12. 31. 23:00

Никола́й Васи́льевич Го́голь(1809-1852)

 

‘Dead Souls(Мёртвые души)’ 1842,

http://www.fullbooks.com/Dead-Souls1.html

 

어느 시골마을로 들어오는 마차, ‘누구나 탈 수 있는’ 그런 종류가 아닌 마차. 그 안에 타고 있는 한 사람, 잘 생기지도 않고 그렇다고 못 생기지도 않고, 뚱뚱하지도 않고 마르지도 않고, 늙지도 않고 젊지도 않은 그. 이 마차를 쳐다보는 농부, 모스크바로 가는 모양이지? 마차에서 내리는 그, 그의 시종. 극진한 태도로 그를 맞는 여관 종업원, 그리고 주인..... 마치 무슨 ‘전형적 영화’의 시작 장면처럼,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이 비쳐지는 도입부.

 

하루 한 끼 때우기도 힘든 이 세상에, 엄청난 양의 고급요리를 시키는 그, 이런 저런 이야기로 한참 무게들 잡던 그, 종업원에게 친절을 보이더니, 이 마을의 ‘높은’ 사람들 이름, 특히 지주들의 이름을 받아 적는 그. 성격은 어떠한지, 누가 누구와 친한지.... 중간 중간에 ‘엄숙하게’ 코를 풀어가며.... 이제 종업원이 경찰에 제출해야하는 신고서에 자기에 대해 받아 적으라며, 또박 또박 불러주는 Коллежский советник Павел Иванович Чичиков, помещик, по своим надобностям

"Paul Ivanovitch Chichikov, Collegiate Councillor--Landowner--Travelling on Private Affairs."

 

마을을 둘러보는 주인공 Чичиков(치치코프), 그의 눈에 비친 거리, 상점, 공원... (풍자소설답게, 당연히 그 묘사도 하나같이 모두 비꼬는 투고... 예를 들어, 전혀 손이 가지 않은 초라한 공원에 ‘누구누구의 헌신적인 기여로, 드물게 화려한....’ 이런 기사를 대비시키는 식으로.) 경관에게 (높은 사람이 사는) 어디어디 가는 길 물어보고, 호텔로 돌아와서는 전봇대에 떼어온 전단을 흐린 등불 바짝 가까이에 비추며 하나하나 검토해나가고....

 

다음 날, Governor(글쎄, 우리말로는 뭐라 해야 하지?)도 찾아가고, 경찰서장(글쎄, 파출소장?)을 만나고.....

 

이런 분위기로 진행되는 이야기의 내용은 이렇다. 이 사람 치치코프, 자기가 무슨 굉장한 사람인양 그런 인상을 사람들에게 심어주려는 목적은 단 하나, 사업을 좀 쉽게 하자는 것. 사업? 바로 ‘dead soul, Мёртвые души’, 즉 ‘죽은 혼’ 사들이기. Dead soul? 이건 무슨 말인가. 여기엔 당시 사회상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당시 러시아 정부(아니면 그냥 정부 관리 시스템이라고나 할까)는 부패하기 그지없었고, 세금을 거두는 모양새는 ‘무작정 착취’에 다름 아니었다. 그 방법은? (사실, 이건 지금 이 작가 고골이 러시아를 묘사하는 이야기고, 중국의 송나라 명나라 때도 비슷하기는 마찬가지였는데) 정부는 지주에게 세금을 매길 때 그가 소유한 농노의 수를 바탕으로 했는데, 그 근거는 정부의 ‘장부’에 있는 그 숫자. ‘인구조사’라는 것에 투입되는 행정력 그 자체가 워낙 썩었으니 이미 죽은 사람도 아직 살아있는 것으로 되어있고, 그 ‘죽은 혼’에 대해서도 세금을 매기기 일쑤.

 

치치코프의 착안점은 바로 여기에. 서류상으로는 아직 살아있는 ‘존재’, 이들을 많이 거느려, ‘소유 재산’ 목록 키우기. 사람은 세금을 줄일 수 있고, 사는 자기는 빨리 부자 아니 권력자 대열에 합류할 수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기’ 그것 아닌가. 하지만, 세상일이 어디 그렇게 간단하기만 하던가. 지주들은 ‘이 말도 안 되는’ 거래 뒤에 무슨 함정이 있지 않을까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또 조금이라도 욕심을 채우려 이런저런 꼼수부리기에 바쁘고. 어쨌든 치치코프는 400명 정도를 ‘합법적’으로 매입하는데 성공했고, 이제 ‘굉장한’ 사람이 되어 도시로 되돌아온다. 남은 일은 이 ‘장부’를 근거로 대출을 크게 받아 한 번 ‘멋지게’ 살아보기. 하지만, 진실은 숨길 수 없는 법. 그가 ‘죽은 혼’을 모았다는 소문, 또 Governor의 딸과 함께 도망가려 한다는 소문, 거기에 또 고골 풍자의 진수, 치치코프는 이곳에 변장하고 잠입한 나폴레옹이라느니, 어디어디 무슨 전투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던 누구누구라느니..... 고개 푹 숙이고 쓸쓸히 떠나는 치치코프의 모습.

 

고골이 현대의 작가라면, 여기 이 정도로 이야기를 끝냈을 것이다. 이어지는 이야기에서는 갑자기 분위기가 돌변하여, 마치 목사님이 아니 사회운동가가 설교하듯 시대부조리에 대한 해설과 자기 나름대로의 제안이....

 

“This was not the old Chichikov. This was some wreckage of the old Chichikov. The inner state of his soul might be compared to a demolished building, which has been demolished so that from it a new one could be built; but the new one has not been started yet, because the infinitive plan has not yet come from the architect and the workers are left in perplex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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