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Ernst H. Gombrich의 ‘The Story of Art’

뚝틀이 2013. 4. 15. 11:04

내 장서 1호 'The Story of Art'를 다시 손에 잡았다. 좋은 책이란 어떤 것일까. 언제 읽어도, 아무리 읽고 또 읽어도 싫증나지 않는 책. 지난번에 쓰고도(http://blog.daum.net/wundervogel/6006275) 다시 또 ‘읽기’에 이렇게 ‘표'를 하는 것은 이번엔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짙은 감동에 휩싸여서이다. 놀랍다. 도대체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 글을 쓸 수 있을까. 미술 안내서이기 이전에 제목에 있는 그대로 한편의 story책이다. 옛날이야기. 곰브리치는 이 책을 쓰기 14년 전 ‘실업자’ 시절 27살 나이 그때 이미 세계사 책을 쓰기도 했었다. 사실, 나의 경우, 이 ‘미술사’는 그 ‘세계사’를 읽고 그의 글 스타일에 반해서 ‘찾아낸’ 책이 이기도하고.

 

이 책의 어떤 점이 그렇게 내 마음을 사로잡는가. 한마디로, ‘편하게’ 읽을 수 있어서이다. 많은 ‘전공서적’들이 그렇듯이 어딘가 부자연스럽게 강요에 의해 끌려가는 그런 느낌, 여기선 그런 것 전혀 없다. 읽는 사람 주눅 들게 하는 그런 현학적 표현이나, 공연히 사람 들뜨게 만드는 미사여구의 나열 그런 것 역시 전혀 없다. 미술이란 무엇인지, 그 사조는 어떤 과정을 거치며 변해왔는지, ‘새로운’ 시대는 왜 또 어떻게 열리곤 했는지, 그때 ‘방아쇠’를 당긴 사람들은 어떤 이들이었는지, 그 흐름 마디마디에 ‘아름다운 꽃’을 피운 사람들은 누구였는지. 그 사람의 이 ‘꽃’에서 무엇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이해해야하는지... 참 ‘편하게’ 흐름을 따라가게 만든다. 그냥 ‘아기자기 이야기’의 극치다.

 

이 책을 꼭 ‘미술학도를 위한 입문서’라 생각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미술이 나하고 무슨 상관이람 하고 생각하는 그런 사람들에 더 알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이 책에 수록된 도판들은 단순한 ‘그림’이 아니다. 미술사 그 흐름을 설명하는 ‘이정표로서의 위치’를 차지하는 그림들이다. (그러기에 한 화가의 그림 수는 제약받을 수밖에 없고 -그래도 엄청난 이 책의 두께-, 그래서 ‘누락’된 그림들이 많아 미술학도들에게는 ‘입문서’라 불리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림 하나하나가 ‘보석’이다. 미술관에서 ‘멋진 해설자’가 ‘입을 열 때’ 그림이 살아나는 그런 감동이랄까.

 

탁월한 그림인쇄의 질이 마음에 든다. 다른 책들에 비해 그림이 넉넉하게 크고, 때때로 부분 확대 그림도 나오고, 필요한 곳에서는 fold-out 페이지까지 끼어 넣어져 있다. 독자-friendly한 편집도 플러스 포인트다. 앞뒤로 페이지 들척거릴 필요가 없도록 도판과 설명이 한눈에 들어오게 되어있다. 말이 쉬워 그렇지, 이렇게 만들려면 미술사적 흐름에 대한 설명, 해당 그림 해설의 길이, 도판의 크기, 고려해야 할 사항이 한 둘 아닐 텐데....

 

어쨌든 이런 좋은 책이 항상 내 옆에 놓여있다는 것은 참.....

 

갑자기 드는 강렬한 요구. 이제 다시 유럽 박물관 순례를 나설 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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