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일 : 이 세상을 떠나는 것
급한 일 : 우선 살고 보는 것.
밧줄까지 준비해 산에 오르는데, 마지막 순간에 멧돼지가 달려든다면?
바로 지금 나의 형국이 그렇다.
작년 이맘때, 그때 내 머릿속은 온통 죽음뿐이었고, 뚝뚝이 뚝틀이랑 ‘마지막 산책’에 나섰는데,
이 두 녀석 사이에 사투가 벌어졌고, 내 본능적으로 여기에 ‘끼어들다’ 크게 다치고.....
부러진 이에 얼굴상처에 신경을 쓰다 보니, 어느 새 봄이 왔는데,
삶의 의지를 찾아보려 다시 이곳 아이들에게 영어와 수학을 가르쳐봤지만, 그것도 너무 힘들어,
이미 그런 적이 있어 그동안 내가 부탁하고 의지해오던 영어선생 수학선생, 그들에게 그냥 계속 의지하기로 하고,
그동안 내가 의지해온 의사가 이제 나이는 나이, 의원을 접고 미국 무슨 대학으로 떠나고, 그 자리에 젊은이가 새로 왔는데,
그동안 내가 해왔던 대로 혈압 약을 택배로 받겠다고 했더니, 자기는 그런 식으로 약을 보내줄 수는 없다고 해,
이곳에서 다른 의사를 찾아볼까 하는 중에, 그 의사가 마음에 걸렸는지 전화를 해, 내 사정을 설명하고,
그러는 사이, 이의 통증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심해져, 임플란트를 하러 치과를 찾았고,
서울에 온 김에 그 젊은 의사에게 들렸다, 내친 김에 혈액 종합검사를 받았는데,
놀랍게도 내 이미 당뇨병 중증 단계에 들어섰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의사의 ‘강한 압박’에도 불구, 일단 몇 달간은 약 없이 내 방식대로 지내보겠다고 하고,
그때부터 그 ‘중요한 일’ 죽음에 대한 생각은 잊고, 혈당수치를 낮추기 위한 死鬪, 식이요법에 운동에...
두 달 만에 몸무게가 12kg 줄고, 놀랍게도, 혈당은 완전히 정상범위로 돌아왔고,
내친 김에 혈압약이랑 거기에 딸려오던 두 가지 약들도 끊고....
이제 ‘정상 생활’이 가능하게 되었나보다 했는데,
어머니가 두 번의 사고로 병원에 입원 수술을 받게 되었고,
매일 병원에 다니다보니, 이제는 아예 서울을 떠날 수 없게 되었는데,
이 '개xx'보다는 진짜 개 3뚝이를 좋아하는 집사람은 계속 시골생활 위주고,
(오죽하면, 평생 한 번 맞을까말까하는 그 '중요한 생일'에도 난 혼자 음식점 찌꺼기 신세였겠나.)
나 혼자 이곳에서 생활하다보니 식이요법 그런 사치는 물 건너가고, 이제 혈당과 혈압은 귀찮아 재지도 않게 되고....
그래도 아직 ‘산행’ 습관은 남아 있어, 천호대교에서 동작대교까지, (한강에서 그렇게 썩은 냄새가 나는지 예전엔 미처 몰랐다.)
또 길동사거리에서 강남고속터미널까지 몇 시간씩 걷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게 되고,
그러다 이번엔 무릎이 삐끗, 무슨 주사 또 무슨 주사에, 거기에 또 영양주사까지 맞으며.....
생각해보니, 작년 이맘땐 걷기는커녕 젓가락을 들 힘조차 없었는데,
이젠 대여섯 시간 걷고도 기운이 남아, 이곳 뚝 길을 또 걷고....
다시 조용한 시간,
‘나를 위한 10계명’(여기
)을 들여다본다.꿈? 어차피 꿈은 나의 속성 아니던가. 아직 많다. 많이 남아있다.
목표? 더 이상 의미가 없는 삶. 단지 어머니에게 ‘내 건강한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 그런 관성 정도?
아니면, 가벼운 이론이지만 그렇다고 내 그렇게 가볍게 생각하지는 않는 ‘삼일장학금’ (여기) 기금을 마련하는 것?
더 이상 움켜쥐고 있을 필요가 없어, 여기 이 집을 ‘가격과 상관없이’ 내놨는데도 원매자가 없다.
복권 계산을 해보니, 동전을 던져 23번 연속 앞뒤를 맞추는 것과 같은 확률, (재미로 던져보는데, 두세 번도 힘들다.)
비교 후회 않고, (평생 습관성이었지만, 이제는 지나갔다.)
남의 시선 의식 않고, (이쪽 면에서는 예외일 정도로 소신이 있었다.)
확신이라는 것을 버리고, (생각에 생각을 거듭, 나의 생각에 자신이 있었다.)
세상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거의 병적으로 ‘당위성’만을 생각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그런 것은 다 옛날이야기. 이제 이 나이에 그런 ‘초월’은 그다지 어렵지 않은 일들인데,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고, 오늘의 삶을 희생하지 않기?’ (거기엔 자신이 없다. 아직도 초조한 날의 연속이다.)
‘책 속을 자연 속을 거닐며 자신과 대화하기’ (그 일환으로 요새 다시 ‘뚝틀이의 문학산책’(여기)을 정리하며 생각을 다듬고 있다.)
‘거의 다 왔을 때 그때가 반?’ (그렇다. 지금 심정이 그렇다. 마지막이 중요하다. 아주 중요하다.)
다시 원래의 생각으로 돌아온다.
살아가면서 맞게 되는 중요한 일과 급한 일.(여기)
중요한 일을 미리미리 해두면 급한 일은 점점 덜 생기는 법인데, 그것을 지금 나의 이 테마에 적용한다면?
'그날그날 - o' 카테고리의 다른 글
브루크너의 낭만교향곡 (0) | 2015.12.19 |
---|---|
브람스의 피아노 협주곡 1번 D minor, Op. 15 (0) | 2015.12.18 |
은행나무 공원 (0) | 2015.12.13 |
소리 (0) | 2015.03.20 |
맛있는 음식이 그립다. (0) | 2015.03.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