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그날 - o

어제 빗길 운전 / '20년 후'

뚝틀이 2018. 5. 19. 22:32

돌이켜 생각해보니, 무모했다.

집에서 떠날 때는 그래도 괜찮았는데...

시야가 거의 완전히 가려진 길. 너무 피곤해, 휴게소에서 약간 잠까지 잤는데...

돌아오는 길, 사람들이 왜 이렇게도 무모한지... 깜짝, 또 깜짝.

사고는 내가 주의한다고 해서 나지 않는 것이 아니고....

오늘도, 자꾸 어제 생각이....


요 며칠 동안, 오헨리의 '20년 후'를 다시 읽고 있다.

그런데, 불안해진다. 사실 얼마 전부터 생긴 증상이긴 한데....

뻔한 이야기이고, 벌써 수 없이 작업했던 대상인데도, 감정이입이 심해진다.

지금 작업 중인 이것 뿐 아니고...  몇 달 전부터, 어떤 소설을 읽던 마찬가지....

하긴, 이번에는 일일이 스피치 입력 방법으로 한줄 한줄, 그동안 정리했던 문법까지 꼼꼼히 체크해가며.... 그래서 더?

5년 전, 이맘 때쯤 이 '20년 후'를 블로그에 올리고, ;각박한 세상을 사는 사람의 관점에서, 장난삼아, 감상을 쓴 적이 있다. 

그때 어느 분이 들어와 남긴 말, "논리가 헛점 투성이라 뭘 지적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얼마나 한심하게 느꼈으면, 그랬을까.


그때 내가 썼던 '요점'은...

  -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 아무리 어렸을 적에 형제처럼 지낸 친구라도 말이다.

  - 담배는 끊어야 한다. 공연히 불붙이다 얼굴을 들키지 않았는가 말이다.

  - 약속은 하는 게 아니다. 이런 ‘쓸 데 없는’ 약속 안 했더라면, 아무 일 없었을 것 아닌가.

  - 약속은 지키는 게 아니다. 더구나 20년 전 약속을 뭘.... 순진하긴.

  - 약속장소엔 미리 가는 게 아니다. 시간 지나서 왔었더라면 거기 경관이 어슬렁거리는 것 보고 피할 수 있지 않았겠나.

  - 약속장소에 본인이 나서는 게 아니다. 영화에도 있잖나, 먼저 꼬마에게 용돈 쥐어주며...

  - 약속장소는 붐비는 곳으로 정해야한다. 북새통 시장에서였다면 ‘이제라도’ 튈 수 있지 않았나.

  - 경찰 말은 믿으면 안 된다. 불빛에 얼굴을 보고 지명수배자라는 걸 알았다는데, 그건 완전 뻥이다.

               전단지 보고 이미 친구라는 걸 알아봤겠지. 약속장소엔 그저 확인하러 나왔을 뿐이다.

               그러니까 경찰을 친구로 두면 안 된다. 경찰 될 사람은 떡잎부터 알아본다니, 어렸을 적부터 조심하자.

  - 평소에 독서를 많이 해야 한다. 미리 ‘20년 후’라는 소설을 한 번만 읽어뒀어도 이렇게 바보같이 당하지는 않았을 것 아닌가.

  - 자기 이름에 충실해야지. 이름이 Bob이면 그냥 밥이나 먹으면 됐지, 뭔 얼어 죽을 다이아몬드는... 그건 김중배나...

  - 소설에 등장하려면 작가를 잘 선택해야한다.

               딴 소설에 나왔더라면 그 눈썹 밑에 상처가 어떻게 생기게 되었는지, 멋진 활약상이라도 보여줬을 것 아닌가.


그런데 이번에는 한 가지 생각이 더 난다. 소설이 이렇게 됐으면 어땠을까.

경찰 친구가 약속을 지키려 왔다, 친구가 자기를 못 알아보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

이제 자신의 의도 우정은 우정, 만남은 만남, 임무는 임무, 체포는 체포 그대로 흐르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

더구나 30분은 더 기다려주겠다는 쪽으로 유도까지 했으니,

이제 동료들까지 동원, 다시 돌아가니, 쪽지 하나,

만나서 반가웠다.

  내 가장 소중한 친구 너를 못 알아봤을 수 있겠니.

  딴 사람인척 하는 너, 아까 담배불을 붙이면서 다시 한 번 확인했지.

  다시 돌아온 너에게 실망을 안겨줘 미안하다.

  친구가.”


이랬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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