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이기원의 '제중원1'

뚝틀이 2009. 8. 7. 10:16

'백정의 아들로 태어나 조선 최초의 의사가 된 실존인물 박서양의 실제 삶을 바탕으로 서양의학이 우리나라에 들어오게 된 구한말 정치적 격동기를 근대의학사라는 새로운 시각으로 써내려간 역사소설'이라는 소개문을 읽고, 소설 동의보감에서 느꼈던 그런 진한 감동을 기대하며 책을 손에 잡았지만, 크게 실망. 내 취향과는 다른 스타일의 책임을 확인하고, 제1권으로 '끝!'하기로 결정.

 

인터넷을 뒤지다 그 이유를 발견했다. 이 책은 SBS에서 방영될 드라마 ‘제중원’의 원작소설로서, 기획 단계부터 소설과 드라마 대본이 함께 진행되었고, '드라마 작가로서의 장점을 살려.... 영상세대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추었다'는데, 바로 그 점이 '소설의 깊이'의 관점에서 이런 결과를 낳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아깝다. 소재는 풍부했다. 백정의 아들. 집념 하나로 '비정규 코스'를 밟으며 의사가 되어가는 주인공. 치열한 열강의 정치외교군사적 권모술수와 냉혈작전. 그 일환으로서의 의술세계. 무너져버리는 기존 신분체계. 백정, 기생출신, 사대부출신의 다양한 인간군상이 의학생, 선교사, 여의사, 간호사 등의 다양한 인간군상으로 어울리는 특수공간 제중원. 그 얼마나 멋진 소재였든가. 그런데 겨우 상황설명과 스토리전개 단지 그 정도의 성격에 머무르고 말다니... 내면적 갈등의 묘사라든지 작가의 철학이나 사색의 깊이 같은 면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아깝다. 정말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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