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4년. 작가 자신이 그 전 해 얻은 첫 아들이 뇌에 장애를 갖고 태어난 일을 모티브로 쓴 이야기다. '개인적 체험'이라는 제목으로 '일종의' 자전적 소설 분위기를 풍기고 있지만, 17년 후 쓴 그의 글에 분명히 나타나있듯이 어디까지나 소설일 뿐이다. 실제보다 더 리얼한 소설.
언제나 느끼곤 하는 것이지만 일본 작가들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어쩌면 내 손에 들어오는 책들이 우연히 그런 종류일지도 모르겠지만) 어떻게 그렇게 상황묘사 또 심리묘사가 담담하고 치밀할 수 있을까 하는 부러움을 느끼곤 한다. 이 소설 역시 마찬가지다.
아프리카로의 모험 여행을 꿈꾸는 학원 강사 '버드'. 불길하게 길어지는 아내의 출산고통. 뇌탈장이란 '천형'을 안고 태어난 아기. 앞으로 평생 동안 감당해야 할 짐을 생각해 그냥 수술 없이 '보낼' 수 없을까 하는 간절한 바램. 엄습해오는 존재에 관한 불안감. 위스키 한 병(그것도 더구나 장인으로부터 받은 것을) 들고 찾아가는 학창시절 여자 친구의 집. 그곳에서의 성에의 탐닉. '아프리카 여행'을 놓치지 않으려는 '능동적 범죄' 계획과 그 실행. 극적 반전.
좋은 작품이란 무엇인가. 주인공이 느끼는 혼란과 절망 또 그 아픔이 실감나게 다가오고, 책을 덮은 후에도 마음속에 그 흔적이 잠시나마 남아있는 그런 책 아닐까. 물론 이 책 또한 그런 쪽에 속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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