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아이들과 산보할 때, 지난 번 제주 목장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가끔 바로 옆에 있던 꿩이 갑자기 푸드득 날아오르는 것에 나도 놀라곤.
가끔 이 녀석들 풀어주기도 하지만, 역시 어느 순간 갑자기, 간발의 차이로 꿩이 푸드득.
언젠가 한 번 잡을 날이 있겠지. 그것이 내 생각이었는데.......
요즘 특히 먹을 것이 귀해지는 철이라 그런지, 집 근처에 꿩이 많이 날아드는데, 오늘도 마찬가지.
뚝디 하도 짖어대서 풀어주었더니, 역시 바로 앞에서 푸드득.
새삼스럽게 느끼는 것. 역시 생명이 걸린 게임인데......
꿩이 바보같이 무슨 생각에 잠겨있다 갑자기 위험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접근하는 누가 있다는 것을 알고, 조심하고 있다가,
그 위험이 그냥 물러가면 다행이고, 이제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을 때 바로 그때 날아오르는 것.
쓸데없이 미리부터 '호들갑 떨며 촐랑대는' 것은 의미가 없고,
정말 위험이 다가왔을 때 그때 행동을 취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효율성을 치밀하게 계산하는 '진짜 인내와 용기' 아니겠는가.
만일 뚝아이들이 집에서 키우는, 사람에 의존해서 사는, 존재가 아니고,
야생에서 사냥해 먹이를 취하는 것을 유일한 생존수단으로 삼는 그런 존재라면,
이 녀석들도 무슨 동물영화에서 보듯이, 풀숲에 숨어 자세를 낮추고 기다리고 있다가, 이때다 하는 그 순간 덮치는 그런 능력이 생겼을 텐데.
보호받는 존재에게는 치열한 생존경쟁의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기본 능력이 사라져버리고,
그저 자신의 기분따라 행동하고 즐기는 그저 '짜릿한 게임' 그 정도의 의미만 남아있는 것은 아닐지.
과보호야 말로 생존능력을 잃게 만드는 지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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