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그날 - o

여기가 내집 맞나

뚝틀이 2010. 4. 30. 09:26

서울 생활 닷새째. 한때 여기가 내 생활의 근거지였고, 지금도 분명 '나의 집'이 있는 곳이고 또 이곳이 주거지고 시골집이 '별장'이라고 하는 것이 오히려 통념에 부합할 텐데, 머물고 있는 내내, 전혀 나와는 상관없는 곳에서 유배당하고 있다는 답답한 느낌. 하루라도 빨리 여기를 탈출할 수 있으면......  주변의 수많은 음식점들. 시골 있으면서 제일 불편했던 것이 '변화있는' 식생활이었는데, 막상 여기서 그 어느 집 들어가는 것도 마음이 편치 못하고.... 공기는 말할 것도 없고, 차 운전은 지옥생활에 다름없고.....  오늘까지 이곳에. 이제 다시 시골 '내 집'으로 돌아갈 그 시간만을 기다리며.... 서울생활이라는 것. 경제생활의 중심지. 사람들이 모여 종이 돈을 돌리며 서로 자기 몫을 챙기려 애쓰는 그런 것 빼고 무슨 의미가 있는지. 친구들과 만나는 것? 그 친구들 역시 '돈의 세계'에 있어야하기 때문에 서울에 있어야하고.... 병원?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 '돈 전쟁'에 정신없이 움직이다 몸이 마음이 상하는 사람이 많은 곳 그 시장 가까이 있어야하는 것이 병원이고. 문화? 역시 마찬가지. 주머니에서 꺼낼 수 있는 돈을 가진 사람들 모인 곳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모든 것이 돈 돈 돈.  돈 없이 세상을 살 수 없는가. 자식 교육? 이것 역시 따지고 보면 '돈'으로 자식의 경쟁력을 레벨업시키겠다는 이야기 아닌가. 정치라는 힘 역시 마찬가지고. 라스베가스. 돈이라는 것은 칩이고, 이 칩이 바로 '언어'이고. 다시 인간으로 돌아갈 방법은 없는 것일까? 경제, 의료, 문화, 교육, 이 모든 것이 결국 '행복'을 위한 것인데, 탁한 공기 스트레스 소굴 서울에 있는 동안에는 한 없이 미루고 미뤄야하는 것이 바로 이 행복이라는 아이러니. 오늘 당장 그 모든 것의 상위개념인 행복을 누릴 수 있는데, 이 행복에 슬그머니 끼어든 '비교'개념이 '행복의 수준과 등급'을 정의해주고, 그것이 어느 덧 '더 높은 행복수준'을 향한 '행복목표 그곳'을 향한 '노예'로 만들어주고, 그 '희망을 향한 노예군의 일원'으로 서울에서 살고있는 사람들은? 더구나 이제 서울에 더 이상 머무를 이유도 없는 사람들은? 떨쳐버리고, 모든 것은 떨쳐버리고, '오늘 당장의 행복'을 놓치지 않는 것이 그렇게 힘든 일인가? 어쨌든 난 오늘 밤 아주 늦게라고 이곳 서울 탈출이다. 다시 자연속으로. 그리고, 내일 아침 일찍 태백산으로. 자연 속으로.

 

              '창문의 색깔'도 녹색으로 변해가고. 

 

              겨우내 버림받았던 '땅'에서도 새 생명의 기운이 솓구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