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명대학 이진우 교수가 고뇌 속 니체의 방랑 발자취를 따라 여행하면서 니체의 편지글과 그의 책에 나오는 문장들을 곁들여가며 쓴 '철학적' 기행문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는 그 말 대신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다. 생각하는 만큼 보이는 법.
작가는 말한다. 니체가 차라투스트라라는 Übermensch로서의 자아를 찾아 나섰듯 자기도 그 발자취를 좇으며 자신의 자아와 삶의 의미를 찾아 나섰던 것이라고.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자신의 존재가치를 찾는 자세를 권하는 마음에서이리라. 그렇다고 니체의 방랑 도시를 기계적으로 밟아나간 것은 아니고, 그중 대표적 장소라 할 수 있는 Röchen의 니체의 생가, Schulpforte 기숙학교, 대학시절의 Leibzig등 독일 도시와, 병마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려 애쓰던 요양지이자 Zarathustra의 생각이 잉태되던 스위스의 Luzern과 Sils-Maria, 또 구토와 발작이 계속되는 가운데 마지막 힘을 다해가며 집필의 정열을 놓지 않았던 제노아 토리노 밀라노 등의 이탈리아 도시들을 찾은 사색여행이 그 내용이다.
철학하는 사람들, 그들은 일반적으로 아는 것도 많고 생각도 깊어 자신들이 쓰는 단어 문장 그 하나하나에 무슨 뜻인가를 심어 넣으려 그 사유의 깊이만큼 딱딱한 글을 쓰기 십상이라는 것이 내 선입견이었다. 하지만, 이 책의 성격 상 그럴까? 어떻게 이렇게 문체가 수려하며 그 흐름이 이렇게 시원시원할 수 있을까. 창밖을 스쳐가는 경치, 산책하며 관찰하는 마을의 모습, 살로메와 함께하는 니체의 심경, 어머니와 누이동생의 보살핌, 그 어떤 묘사에도 '어깨에 힘 들어감' 없이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문학적 필치다. 그렇다고 미사여구의 나열이란 뜻은 아니다. 독일에서 니체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한국니체학회의 회장을 지낸 저자이니 만큼 그 이야기 흐름 속에는 깊은 생각과 철학이 자연스럽게 배어있다.
오랜만에 좋은, 아주 좋은, 책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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