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가 독배를 마시게 되어있는 날 친구들과 나눈 마지막 대화를 플라톤이 기록한 녹취록 형태의 대화록이다. 대화의 첫 부분은 왜 철학자에게 있어서 죽음이 기쁜 일인가 하는 것에 대한 소크라테스의 생각. 철학은 영적인 일이고, 영적인 일에 집중하지 못하게 되는 이유는 육체적 욕망과 고통 때문이니 영이 방해요소인 육을 떠나는 현상인 죽음이라는 것은 아주 다행스러운 것이라는 설명. 하지만, 문제는 죽은 다음에도 영이 남아있는가 하는 것인데, 소크라테스는 영은 사람이 태어나기 전에도 있었던 것이고, 죽음 후에서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확실하게 믿고 있고, 또 왜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인지를 친구들에게 논리정연하게 설명해나간다. 친구들에게 그것을 더 확실하게 설득하려하는 그의 설명 또 친구들의 요청으로 그가 이해하는 지구의 모습에 대한 생각에 대한 설명이 좀 지루하게 느껴지는가 싶을 때, 이 설명들이 결국 소크라테스 자신의 죽음을 맞는 태도에 대한 간접적 보완설명이라는 것이 드러나고, 이어서 그가 의연하게 독배를 마시는 최후의 장면이 이어진다.
지금으로부터 2400년 전에 일어났던 일과 그때 이루어진 대화의 내용에 대해 오늘을 사는 사람의 지식과 잣대로 무엇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어차피 어울리지 않는 일. 당시 소크라테스의 철학과 바람과 전혀 반대방향으로 아테네 사회를 지배하던 소피스트들 세상에서 끝까지 철학의 본령을 지키려 노력했던 한 인간의 모습 그 그림 그 장면의 기록을 그냥 읽었을 뿐.
(요즘 머리를 떠나지 않는 죽음에 대한 생각. 사람의 죽음 중 가장 불행한 모습은 병을 앓다가 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 특히 암으로 시한부 인생의 통보를 받고 마지막 날을 살아가는 그 모습.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할 시간 충분하고 마음을 가다듬을 생각 또한 충분하지만, 죽음에 대한 공포라는 본능과 왜 하필 나인가 왜 하필 지금인가라는 억울한 마음에 괴로워하며 나날을 보내는 그 모습. 그래서 생각이 가장 행복한 죽음은 전혀 그것을 생각하지 않는 상태에서 불의의 사고로 또는 전혀 예기치 못한 급환으로 ‘의식을 차리지 못하는’ 동안에 삶을 마감하는 것 이런 생각까지도 했었지만, 그것 또한 어차피 의미 없는 생각놀이일 뿐. 의연한 자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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