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어떤 친구의 말이 기억난다.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읽었는데, 생각보다 쉽게 이해가 되더란다. 뭐 이 정도 가지고 그렇게 대단한 철학가라고들 이야기하지 하는 생각이 들더니, 그럼 너도 이 정도의 책을 쓸 수 있겠니 하는데 생각이 미치자 할 말이 없어지더란다.
칸트와 같이 어려운 철학은 몰라도 이 책을 읽으며 좀 과장되게 표현하자면 새로운 내용을 발견할 수가 없었다. 언젠가 나 자신도 우리 젊은 친구들에게 이야기해주곤 했던 그런 내용들뿐 아닌가. 그런 건방진 생각을 하다가, 그렇다면 나도 행복한가?(사실 이 책의 제목은 The Art of Happiness이지만 그 내용은 주로 ‘자신을 다스리는 법’ 그쪽에 관한 것이다. 즉 나도 내 자신을 잘 다스리고 있는가?)에 대한 생각에 미치자, 할 말이 없어진다. 사실 오늘을 사는 현대인들이 자신을 다스리는데 대한 지식이 모자라 ‘덜 행복한’ 삶을 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래도 이 책 읽기 그 자체는 재미있었다. 저자는 정신과 의사이고, 그가 달라이라마의 말을 일방적으로 전하는 것이 아니라, 서양인으로서 또 심리학자요 정신과 의사로서 달라이라마에게 ‘준비된’ 질문을 던지고, 그의 말을 자신이 소화한 형태로 다시 표현한 그런 내용이라서, 자칫 이런 종류의 책이 풍길 수 있는 지루함이 덜했기 때문이다. 가끔은 이런 책도 읽을 만하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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