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그날 - o

마을 정자

뚝틀이 2010. 6. 6. 16:52

마을에 새 정자가 섰다. 시원하게 느껴질 정도로 큰 규모의 정자가. 원래 시에서 나온 예산과 설계도에 따르면 너무 초라하게 될 것 같기에 마을 자체 예산을 더해 이렇게 만들었다고. 굵은 기둥, 날아갈 듯 시원한 기와지붕, 멋진 난간. 한마디로 고급스럽기 그지없다. 분명 마을의 재산 이상으로 이 근처에서도 보기드문 '명물'이 될 것이다.

 

그런데....

 

그 오랜 기간의 공사가 끝나가는 이제 그 모습 자세히 들여다보다 놀란다. 비스듬히 기울어진 기둥. 처음에는 이슬람 건축물처럼 일부러 기둥을 바깥쪽으로 쳐지게 하고 거기에 지붕을 올린 줄 알았다. 그래서 감탄까지 했고. 그러다가, 멀리서 거리를 두고 보다 놀란다. 완전 경악. 지붕이 기울었다. 한참 기울었다. 마치 비스듬히 쓴 모자처럼. 어찌 이럴 수가. 철근콘크리트의 기초가 무너진 것도 아니고, 기둥의 길이를 잘못 잰 것도 아닐 텐데. 또 하나의 슬픔. 이렇게 대충대충 진행 불량작품이 우리생활 곳곳에서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있는데, 언제 어느 세월에 이땅의 제품들이 독일이나 일본의 물건들처럼 자연스레 고품격 제품군에 진입하는 그런 그림을 그릴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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