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곰브리치 세계사' 다시 한 번

뚝틀이 2010. 6. 28. 16:43

벌써 여러 번 읽었던(이번이 다섯 번 째?) Ernst Gombrich의 세계사. 이 책 저 책 돌아다니다 틈나면 다시 손에 잡곤 하는 책이다. 원제목 Eine kurze Weltgeschichte für junge Leser (뜻을 살려 번역한다면 '젊은 독자를 위해 짧게 쓴 세계역사'쯤 될까?)에서 느껴지듯 이 책은 연도와 사건을 나열한 일반 역사책들과는 그 궤를 달리한다.  원래 전공분야가 미술사인 25세의 청년 가 마땅한 직업을 구할 수 없었던 시절 '그냥 아르바이트 삼아' 쓴 책이니, 그럴 수밖에 (그의 미술사 책은 아주 방대한 자료에 상세한 설명에 그 스타일이 이 책과 극과 극의 차이를 이룬다). - 뚝틀이 저 녀석 지금 세상에 제일 편한 자세로 바람 솔솔 그늘을 즐기고 있네. 원래 오늘 저 녀석 데리고 다시 한 번 카메라 들고 나설까 생각 했었는데, 웬지 자꾸 어디선가 아서라 아서 소리가 들리는 듯.-  이 책을 쓰던 당시 곰브리치의 처지를 생각해본다. 세계를 휩쓴 경제 대공황. 이웃한 독일에서의 히틀러 등장. 유대인 청년. 자기 민족을 향한 몇몇 사건에서 느껴지는 그 살벌한 분위기. 그 폭풍 그 회오리광풍. 비엔나에서도 온 몸에 느껴지는 반 유대인 감정. 어쩌면 머지 않아 자신에게도... - 농촌봉사활동으로 저 앞 마늘밭에서 일하고 있는 젊은이들, 이런 느낌 상상이라도 할 수 있을까?- 어찌 해야지? 얼마 전 지원한 영국 쪽에선 아직 답장이 없고.... 내 할 수 있는 무엇인가가 없을까? 유대인 유대민족을 이들에게 이해시킬 수 있는 무슨 방법이 있지 않을까? 역사. 미술사의 학위과정에서 다른 각도로부터 접근했던 세계사. 머지 않아 어른이 될, 아니 이제 곧 이 광풍의 주역이 될, 독일의 어린이들 젊은이들에게 역사 이야기를 들려줘? 올바른 역사의식을? 지금 이 순간이 역사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하지만, 그런 딱딱한 '목적의식과 결부된' 이야기에 누가 귀 기울이겠나. 오히려 반감을 불러일으키지 않으면 다행일 것을. 그렇지. 이야기.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옛날 옛적 이야기. 무슨 나라 무슨 왕이 몇 년도에 어쩌고저쩌고가 아니라, 백성의 이야기 흐름의 이야기 은은한 철학이 담긴 문화이야기. 다른 민족 다른 종교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다른 나라' 이야기. 

 

앞으로도 몇 번은 더 읽을 듯. 읽을 때마다 새롭게 느껴지는 行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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