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그날 - o

경제위기가 끝나간다고?

뚝틀이 2010. 7. 2. 13:51

오늘 보니 달러가 온스 당 40불 폭락한 1200불, 원/달러 환율은 12원이 내려 1216. 이것만 가지고 이야기하자면, 미국엔 더블 딥 위험이 사라졌다고 믿는 세력이 강해졌다는 이야기고, 한국 경제, 더 정확히는 수출전망'이 더 밝아졌다고 믿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이야기인데, 글쎄, 정말 그렇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제 만난 이곳 사람들 또 어제 갔던 그 음식점으로만 보자면, 전혀 엉뚱한 샘플링이긴 하지만 침체니 불황이니 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실감할 수 있는데. 하기야, '진짜 차이'가 무엇인가 하는 실감은 그 먼 곳 여기까지 찾아오는 친구들을 보면서이다. 살기 힘들어졌다고 투덜대기는 하는데, 내 눈에서 그저 유행 따라 한 번 내뱉는 시늉일 뿐 거기에 무슨 진심이 실린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이 녀석들아 내가 왜 너희들 고민 모르겠니. 그 '부동산에 돈 넣고 돈 먹기' 국민 스포츠 게임 또 그 펀드열풍을 너희가 그냥 지나쳤을 리 만무하니, 그 속이 얼마나 썩어 들어가고 있겠니. 하지만, 이야기가 좀 더 깊게 하다 보면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이들은 어~어 하며 머뭇거리다 발도 빼지 못하고 그냥 당하는 그런 부류와는 다르다. 잽싸게 손 털고 나온 지 이미 오래고 이제 느긋하게 다음 기회를 기다리고 있는 '고수'들이라는 것을 내 알아보지 못했던 것이다. 저쪽 살 때 생각이 난다. 그때는 태평양이 아니라 대서양 건너는 일이 많았는데, 바다의 특성상 이제 곧 기류가 험한 곳을 지나게 되니 안전벨트를 매라는 방송이 자주 나온다. 사람들 표정 보기. 첫 번 방송엔 그저 별 생각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승무원의 지시에 따라 할 수 없어, 그에 따르는데, 위 아래로 흔들리는 몸에 출렁거리는 컵이 쏟아지지 않게 손으로 균형 잡기 놀이까지 해야 될 정도로 기체가 흔들리면 하얗게 질린 얼굴에서 기도문 외는 소리가 들리기까지 한다. 날개가 부러져 추락하는 일은 없기를. 하지만, 두 번째 세 번째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서 그냥 아무 일 없이 지나가곤 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 공포심은 점점 가라앉고 차차 '생활의 일부'가 되어가는 듯 보이지만 그래도 무사착륙을 확인하는 순간 박수를 치며 웅성거리는 것을 표면 어지간히 겁을 먹기는 먹었던 모양이다. 경제위기란 경고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 비행기는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는 믿음. 심지어는 이렇게 흔들릴 때마다 주식시장에선 새로운 기회까지 생기곤 하고. 경고를 따르는 사람들이 오히려 바보스럽고 불쌍하게 보이고. 일자리도 위험해지고 가졌던 것 다 날리지나 않을까 걱정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그 반대다. 기내방송에 해당하는 예측은 온통 이제 곧 이 난기류 지역을 벗어나 평온해지리라는 그런 이야기뿐이다. 앞서 말한 그 여유로운 친구들은 어디에 속하는 것일까. 조종실 들랑거리며 기장과 이야기 나누며 위험지역 정보를 미리 알아내 일찌감치 필요한 조치를 다 취해놓는 그런 부류? 얼마나 부러운가.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우리의 실생활에서 그 기장에 해당하는 존재가 누구일까. 제도권 언론? 경제학자? 속으로는 엉뚱한 다른 계산 가득한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들이 전혀 진실이 아님을 우리는 벌써 여러 차례 경험으로 알고 있다. 익히 알고 있다. 그러기에 사람들이 고집스럽게 부동산 불패신화를 맹신하는 것이 아닌가. 때로는 우리 집 이 먼 곳까지 찾아와 알량한 자문이라도 구하려는 사람들도 있기는 하지만, 내 그 당위성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이야기에 무슨 비타민이 있을 수 있겠는가. 대개는 고개를 끄덕이지만 그것은 단지 그 이야기 분위기에 따라 그러는 것일 뿐, 그 난기류 기내방송의 경우처럼 비행기는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는 신념이 바닥에 깔려있는 그 사람들, 그 다음 찾아올 때도 여전히 한 발 그쪽에 들여놓은 상태 그대로고, 그렇게 또 그렇게 점점 더 수렁으로 빠져 들어가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치지 않으려 버둥거리는 불쌍한 신세. 하지만, 사람들이 무슨 현학적 수식어 섞어가며 이런저런 다양한 이론을 붙이건 상관없이 어떤 경제위기에도 하나의 진실은 있다. 경제가 휘청거릴 때마다 가엽게 당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 그 사람들 대부분은 다시 일어설 수 없을 정도의 타격을 받게 된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진실이었고, 또 반대로 그런 때 더욱 이득을 얻는 사람들도 나타나긴 하지만 이들이 번 돈 대개는 경제회복에 부합하는 방향과는 상관없는 곳으로 사라져가면서 경제회복이 더욱 더 지체되곤 하는 것. 결국 엄청난 국가 돈 사실은 국민들이 피땀 흘려 모은 돈으로 그 위기를 넘기면서 국민 대부분이 그 피해를 나눠 받게 되는 것, 이것이 또 진실이다. 그런데, 지금 돌아가고 있는 이번 모양은 좀 심각하다. 부동산 거품이 꺼진 것도 아니고, 미래를 위한 무슨 연구개발이나 산업 인프라구조에 국가 돈이 투자되는 것도 아니고, 단지 투매가 나오지 않을 정도로 돈을 찍어내고, 또 강바닥이나 파헤치는 업자들에게 돈 퍼붓는 이 모양으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수출이 잘 된다고 하지만, 미국이나 유럽 같은 시장이 아니라 중국 향인데, 바로 이 중국이 거품이 계속 불어나고 있는 불확실성의 온상이니. 더 단순명료한 진실이 있다. 위기라는 비정상적 상황은 정상적이지 않은 경제흐름을 일으키도록 커진 '탐욕'의 규모 때문이다. 위기는 바로 이 탐욕의 수렁에서 빠져나오려는 사람들의 아비규환 과정이고. '지금까지' 재미를 보았던 사람들은 단지 '아직' 그 수렁에 걸려들지 않았을 뿐이다. 안정. 그것은 거품이 완전히 꺼지고 일반인들의 소비여력이 살아나는 그런 상태에서만 가능하다. 그런데 전 세계 어느 나라에도 이렇게 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더블 딥이 확실한 모양인데, 이 상황에서도 '희망의 나팔소리'란 로렐라이에만 귀를 기울이는 사람들, 내 눈에 보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타입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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