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었다기보다는 무슨 잡지의 칼럼이나 귀촌일기 그런 종류의 글을 읽은 기분이다. 인터넷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 그 작업장소를 서울에서 지리산 자락으로 옮기고, 본업인 웹 디자인과 더불어 지리산 닷컴이라는 웹사이트를 만들어 운영하면서, 그곳 농촌사람들과 어울려나가면서 겪은 이야기를 쓴 책이다. 그래서 '시골에서 농사짓지 않고 사는 법'이라는 책의 제목도 가능해진 것이고.
붙임성과 언변이 보통 아닌 이 저자가 자신의 직업상 특성을 맘껏 활용하여, 마을사람들에 접근하여 그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또 그 마을과 외부세계를 이어주고자 애쓰는 과정의 이 이야기. 자기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인터넷 비즈니스의 가능성도 열어주고자 애쓰는 이 '젊은이'를 마을사람들이 마다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물론 '일반적 귀촌'의 경우와 직접 연관시킬 수는 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저자와 같은 마음가짐'이 귀촌인'의 필수 사항이라는 것은 따로 강조할 필요가 없을 만큼 자명한 사실이지만, 그래도, "뭐, 이제까지 편하게 살다가 이제 또 편하게(물론 이번에는 다른 의미로) 살겠다고 여기 왔다고?" 이런 식의 '선천적 적대감'으로 무장된 사람들과 '공동생활'(도시에서는 개인생활 시골에서는 공동생활이라는 것이 근본적인 차이점)을 시작하면서 겪어야하는 어려움들에 접하게 되는 '일반 귀촌인'들의 경우와는 거의 상관없는 내용들. 단지 그저 재미있게 읽었을 뿐이다.
책 후반부의 '비타민 없는 재담'을 읽다가 뜬금없이 떠오르곤 하던 기억. 여기 찾아왔던 국내 최대 일간지 논설위원의 말.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정착생활과 그 사람 마음속에 감추어둔 생각이 일치하는지를 이야기하기는 쉽지 않다고. 귀촌생활의 표본 케이스라며 오랫동안 칭송을 받아오던 '유명한' 사람을 인터뷰하러 찾아갔더니 이미 소리 소문 없이 그 마을을 떠났더라고. 그 기억이 이 책의 저자에 오버랩 되는 것은 이 엉뚱한 귀촌자의 엉뚱한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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