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권과 3권을 먼저 읽고 난 후에 제1권을 읽게 된 특이한 경우다. 원래 베스트셀러라는 수식어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책은 일단 접어두고 보는 성격때문에 당시에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책인데, 얼마전 우연히 옆지기가 읽다가 놔둔 제2권 몇 장을 넘겨보다 이 책 괜찮네라는 생각이 들어 읽고, 내친 김에 제3권도 주문해 읽게 되었지만, 이제 돌이켜 생각해서, 만일 내 먼저 1권을 먼저 손에 잡았더라면 아예 중간에 그 책을 덮어버렸을 테고, 그 다음 책들엔 관심도 두지 않게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든다.
분위기 상 이 제1권은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식이다. 내 그 동안 오랫 동안 입을 다물고 있었는데 이제 입을 열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뭐 이런 식. 내용은 훌륭하고 하는 말 다 동감이 가지만, 내가 거부감을 느낀 것은 문화유산답사라는 주제를 이야기하는 듯하면서도 사실은 본질적으로는 그다지 관계가 없는 부분인 자신의 평소견해를 중간중간에 끼워넣는 그런 스타일때문이었다. 강의로 이야기하자면 사계의 권위자 유명강사가 본 주제보다는 오히려 군살 덧붙이기로 더 흥미를 끌려하는 그런 식 분위기를 느꼈기 때문이라고나 할까. 더구나 이 책 초판이 나올 그 시점엔 '개나 소'나 다 군사통치시절을 비난하는 것이 유행이었던 그런 시기가 아니었던가. 물론 저자의 학생시절 무기정학에 교도소까지 다녀온 그런 경력을 모르는 바도 아니고, 더구나 저자와 동시대에 학생생활을 겪었던 내가 당시의 시대상황을 모르는 것도 아니지만, 적어도 전문적 내용을 다루는 책이라면 내용이 좀 절제되어있어야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그런 생각이기 때문에 이런 비판적 견해를 갖게 된 것이다.
하지만, 얼마나 다행인가. 제2권을 먼저 읽는 바람에 그 조용하고 차분한 흐름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고, 제3권을 읽으며 이런 세계도 있구나 하며 우리 강산에 숨겨져있는 미학과 그것을 보는 눈이라는 새로운 세계에 흠뻑 빠진 다음, 이 저자가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지를 알게 된 다음, 그 다음에야 이 제1권을 읽게 되었으니. 마치 어른이 된 어느 사람의 모습을 본 후에 비로소 그 사람 어린시절 이야기에 접하게 되면 혈기와 교만까지도 모두 감싸주는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듯이.
어쨌든 이제 유홍준이라는 '훌륭한' 사람의 날카로우면서도 구수한 강의를 이렇게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들을 수 있었기에 행복한 느낌을 갖게 되었다는 것, 우연치고는 참 다행스러운 우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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