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아파트라면 없을 일. 시골이라도 집 한 채라면 없었을 일. 본채와 별채 사이의 땅 속 수도관이 얼어 오랫동안 고생. 업자를 불러봤으나, 시골 업자들이라는 사람들, 도대체 누가 누구를 위해야 하는지. 며칠 지나 독촉에 못 이겨 얼굴 한 번 내밀고 일하는 시늉하더니 오늘은 안 되겠고 날이 좀 풀린 다음에 다시 오겠다고. 여기 사람들 시간개념이란. 며칠이 지나지만 그 사이에 날이 점점 더 추워지지만 그래도 시간 나면 한 번 오겠지 기다리며 그래도 혹시 내가 할 수 있을까 별 애를 다 써보지만 감감 무소식. 급기야 밤 기온이 내려갈 것이라는 예보에 전화를 걸었더니 '내일' 오겠다고. 그런 식으로 시간이 흐르다 오늘 새벽에 문 앞에 걸린 온도계를 보니 영하 10도. 이젠 완전히 꽁꽁 얼어붙었겠지. 물론 그 '내일'이 되었을 때도 이 사람은 깜깜 무소식이었고. 할 수 없이 오늘 결국 임시방편으로 본채의 보일러실로부터 별채의 보일러실까지 외부선으로 바이패스. 이 집을 내 지었으니 다행히 그런 가능성이라도 생각이 났지, 그렇지 않았다면 내년 4월 얼음이 풀릴 때까지 기다려야했을 뻔. 사람 마음이란. 아까 일을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그렇게 난감하더니 이제 물이 시원하게 나오니 다시 언제 그런 답답하고 막막한 일이 있었는가 싶도록 다시 평안함. 이것이 바로 낭만? 내일 오후에 눈이 온다니 오랜만에 설경을 볼 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