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추위. 이번 겨울 추위는 시작부터 그 기세가 심상치 않다. 내 피난생활에 나서야했던 작년 그 혹독했던 겨울보다 훨씬 더할 모양이다. 마음대로 나다닐 수 없을 때 생각은 더 많아지게 되는 법. 더구나 지금은 연말 아닌가. 이 계절만 되면 문뜩 생각나는 몇몇 친구들. 만나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변함없이 느껴지는 그 큰 그릇 그 바탕 모습. 사춘기 그때, 반항이 무슨 권리인양 '딴 길'로 틀어지지만 않았어도 이 세상의 완전 주역으로 멋진 포부를 마음껏 펼 수 있었을 텐데, 그 생각에 마음까지 저려오는 그 친구들.
역사에 이름을 남긴 사람들 그들은 누구일까. 씨자나 알렉산더 또 진시황이나 주원장 이세민같이 사람들 목숨으로 국경을 그려나간 권력자들? 물론 역사책은 그런 이름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역사 속 삶의 다른 모습도 보여주는 사마천이나 러셀 또 데카르트와 칸트의 글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미켈란젤로 고갱 피카소를 보거나 베토벤 브람스 말러를 들으며 또 뉴턴이나 아인슈타인을 배우며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의 한계가 어디까지인가에 새삼 감탄하기도 하게 된다. 하지만, 진정 세상을 움직인 사람들은 이름조차 기억되지 않는 실패한 혁명가요 순교자 실패자들이 아닐까. 그들의 그 희생을 바탕으로 자란 씨앗들이 결국 이 세상을 바꾸어온 것 아닐까.
세상을 움직인 사람들, 아니 사람들 마음에 흔적을 남길만한 업적을 이룬 사람들, 그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거의 예외 없이 그들에게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불행했던 삶. 왜일까. 고난과 역경을 통해 느낀 삶의 깊이가 담겨지는 음악 예술 또 철학 문학 또 과학 그쪽은 그렇다 치더라도 문자 그대로 제왕의 힘을 휘둘렀던 권력자들은? 그들이 한 때 덕장이었을지는 모르지만, '자신이 주체였던 투쟁'이 끝난 바로 그때부터 시작되는 '권력다툼 주변과의 전쟁'이라는 치르는데 필요한 '제왕학'을 배울 시간이 있었을 리 있었겠나. 더구나 초심을 유지해야하는 '자신과의 싸움'에서는? 사람에게는 누구에게나 '실패'가 운명적으로 따른다. '성공'과 '실패'의 순서가 어떻게 놓였던가의 차이만 있을 뿐.
그렇다면 이 시대의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저 인간들도 먼 훗날 사람들이 기억하는 역사의 한 줄에 오를 수는 있는 것일까? 뭐 그리 특출 난 것도 없이 시류에 편승하며 누릴 것 다 누려온 그런 자들이, 목표가 수단을 정당화시킨다는 믿음으로 살아온 자들이, 이 세상에서 판을 치고 있다는 '보통사람'들의 판단이 맞는 것이라면? 조선조 그때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이 중차대한 시대에 나라의 운명은 아랑곳없이 '이해관계 위주' 당쟁이나 일삼고 있다는 국민들의 원망이 맞는 것이라면? 역사에 이름은커녕 오히려, 이제 몇 년도 안 되어 부모 이름 들먹이기도 부끄러워하게 될 자식들의 입장은 생각해보고나 있는지.
이 깊은 밤. 창밖의 냉기가 점점 더 심해지고 있음을 느낀다. 눈앞에 닥쳐오는 '세계적 어려움'이 온몸을 엄습한다. 표절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우리사회에 어디 예술이 문학이 설 자리가 있겠는가. 머리 좀 있다하면 의사 변호사에 매달리는 이 사회에 무슨 과학이 있고, 그런 나라가 무슨 힘으로 버틸 수 있겠는가. 태어난 지방, 나온 학교, 집안의 연줄, 그런 것 '운 좋게' 들어맞지 않는 사람들은 '제 자리'에 서기도 힘든 사회, 거기에 무슨 인물이 자랄 수 있고 그런 나라에 무슨 미래가 있겠는가. 그런 것 모두 바꿀 수 있는 '한 표라는 힘'을 가진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이 아직도 교훈을 얻지 못한 채 푸념만 늘어놓고 있는 이 사회, 그 어느 추운 겨울보다 더 춥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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