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 사세요, 항아리. 싸게 팝니다."
오늘도 변함없이 옹기장수 지나간다. 눈 쌓인 이 길을.
폭 넓은 친구, 속 깊은 친구, 야무진 친구, 속 좁은 친구, 허우대만 멀쩡한 친구.
뒷 칸에 잔뜩 쌓인 저 친구들 흡사 각양각색 사람의 모양이다.
빙글빙글 발 물레 위에 놓인 진흙덩어리
옹기 쟁이 손가락 힘과 방향 따라 그 두께와 폭 달리하며,
계절바퀴 돌면 돌수록 그 폭 계속 넓혀간 친구도 있었을 테고, 아기자기 예쁜 모습 그것이 목표요 보람이었던 친구도 있었을 테고,
위로 또 위로 오르고 또 오르던 친구도 있었을 것이고, 일찌감치 이제 그만 이것으로 끝 그런 친구도 있었을 것이고.
한창 시절 마음껏 부풀어 오르다가 서서히 또는 갑자기 다시 폭 좁히며 제대로 모양 갖춘 이 친구들 뒤에,
욕심만 앞세우다, 두께 깊이 폭 그 조화를 맞추지 못해 맥없이 쭈그러지며 뒤안길로 사라져간 친구들 또 얼마나 많았을까.
아서라. 아직 그 유약 윤기 뽐낼 때가 아니다.
다행히, 시골집 넓은 마당에 푸근하고 넉넉한 모습으로 앉게 될 수 있다면 그 얼마나 좋겠냐만,
옹기종기 좁은 장독대에 겨우겨우 끼었다가, 한 순가 삐끗 잘못으로 금 가고 깨지는 신세가 될지 그건 아직 모르잖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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