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의 전 작품을 번역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 동경대 영문학 교수였던, 오다시마유시小田島雄志가 쓴 책이다.
저자가 반복 강조하는 내용은 대충 이렇다.
우선, 셰익스피어의 작품에는 '선한 면과 악한 면이 동시에 섞여 들어있는 자연 그대로의 인간'들이 등장하고, 설령 어떤 배역이 악한 쪽 또는 선한 쪽이라 하더라도 그의 대사를 검토하면 무슨 도덕관이나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그런 의도가 아니라 전적으로 '자연스러운 인간'의 양면성을 그대로 나타내곤 하는데, 이러한 특징은, 인간이란 원래부터 착하거나 원래부터 악한 그런 이분법이 적용될 수도 있는 그런 존재일 수가 없다는 셰익스피어의 인간 이해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는 저자의 견해.
다음은, 그는 무슨 거대한 운명과 맞서 싸우는 나약한 인간의 모습 그런 것이 아니라 그저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 속에서 기뻐하고 괴로워하고 슬퍼하는 인간 본연의 모습을 나타내곤 하는 것이 셰익스피어 작품의 특징인데, 사랑과 배신과 기만으로 가득한 세상 속에서의 인간 모습을 자유분방하게 또 선명하게 그려낸 바로 이 점이 그의 작품이 시대를 초월해 사랑받는 이유가 아닐까 하는 그의 견해.
또 하나 어떤 면에선 좀 억지 같기도 한 그의 주장은,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나타나는 어떤 인물의 대사도 주연의 대사 못지않은 중요성을 갖고 있다는 것.
일본 책들은 그 내용이 그다지 깊지 않다는 내 선입관 때문일까. (그렇다면 그러면서도 일본책을 사곤하는 나 자신에게 더 근본적 문제가 있는 것이긴 하지만,)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대사, 그로부터 추출되는 그 인물의 성격, 또 그런 인물들을 만들어낸 작가가 이해하는 인간성, 그리고 또 그런 작가의 희곡들에 대한 작품론 및 작가론을 '책을 샀으니 할 수 없이' 읽어나갔다.
(追)물론 삶의 어느 단계에서도 그렇듯 다른 의미의 소득은 있었다. 정작 읽어야할 것을 읽지도 않은 상태에서 작품 해설 책을 사다니 하며 책을 잘못 샀다는 자책감으로, 지금이라도 늦지는 않았지 하는 마음에, 몇 편에 지나지 않지만 그래도 셰익스피어의 희곡이라는 것들을 읽게 만들고, 또 그에 이어, 역시 몇 작가의 몇 작품에 지나지 않지만, 한 동안 희곡이라는 장르에 빠져들었었다는 바로 그 점이 이 책 샀던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하는 이유다. '끝이 좋으면 다 좋다'는 게 여기에 해당한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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