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꽃 세 송이랑 너도바람꽃 몇 송이가 집에..... 내 그 동안 성급한 마음에 이 녀석 찾아 달린 거리가 얼마던가...
어제 있었던 일. 괭이눈 열심히 찍고 있을 때, 저 멀리서 누군가가 소리를 질러. 설마 나보고 그러랴 싶어 그냥 계속 사진을.... 그런데, 그 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험악해져서, 남이야 꽃을 찍건 말건, 내 무슨 남의 땅에 들어간 것도 아니고, 뭇슨 자연훼손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별 난리 다 치네 싶어, 그냥 무시하고 계속 사진.... 이제는 더 이상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소리가 커져, 그쪽을 보니 분명 나를 향해 소리지르고 있는 중. 워 이런 사람이 다 있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들어보려, 머리에 뒤집어 쓴 것 내리고 털모자도 벗고 해도, 이거 원 알아들을 수가 있어야지. 거리가 있어 그런 탓도 있지만 그의 발음 때문인지 사투리 억양 때문인지 도대체.... 계속 무언가 소리 소리 질러대길래, 가까이 다가가봤더니, 어떤 사람이 땅바닥에 엎드려 있고, 불러도 대답이 없길래, 혹 무슨 사고라도 당해 쓰러져 있는 줄 알고 확인하려 그랬다고.... 세상에 이렇게 고마울 수가. 한판 벌어질 수 있는 그런 각오로 갔던 난 그냥 소리높여 웃을 수밖에. 어이없던 경계가 풀리는 순간의 웃음. 오해가풀리고 감사의 마음이 생기고...계속 고맙다 인사하며.... 앞으론 멧돼지라도 다가올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주변에 민감하게 반응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도 한 방법. 하긴 이제 산속 추위가 꺼져버리면 '듣는 문제'가 없어지기도 할 테지만... 하긴 작년엔가 재작년엔가는 어떤 아주머니가 다가와 날 일으켜준 적도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