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는 Morts imaginaires. 오래 전에 읽었던 이 책을 다시 꺼내든다. 칸트 체호프 등 사상가와 작가들의 죽음의 순간 그 모습들을 모아 엮은 책이다. 책 후기에서 문학평론가인 저자 슈나이더가 이야기한다. 머지않아 자신도 맞게 될 죽음을 생각하며 앞서간 문인들의 마지막 순간들을 한 번 모아보고 싶었다고. 이 책에서의 이야기들은 어쩌면 자신의 죽음에 대한 이해 그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고. 죽음의 순간 또는 마지막 말 그것만으로 책을 꾸며나갈 수는 없는 일. 당연히 그 ‘순간’ 이전의 연장선상에 놓여있는 과정으로서의 죽음, 그 모습이 이 책이라는 무대에서 펼쳐진다.
“죽음은 전혀 두려워할 대상이 아니다. 하루하루가 죽음으로 가는 길이며, 인간은 누구나 마지막에 다다르니까.”라며 죽는 순간이 되어서야 행복을 느꼈다는 데팡 부인은 오히려 예외에 속한다. 평생 죽음을 소재로 일기를 써나간 부자티, 화려한 명성에도 불구하고 철저하게 부정적 인간관계로 살아가다 사라져가는 도로시 파커, 자신이 미쳐간다는 것을 자각하며 죽어가는 모파상, 고통을 줄여줄 진통제마저 맑은 정신을 흐려지게 할까 거절하는 릴케, 꼼꼼하게 계획을 세우고 죽음의 동반자를 찾아 실천에 옮기는 벤야민과 츠파이크 등의 이야기, 또 이들이 그들 작품 속에서 다른 작가들의 죽음을 어떤 각도에서 봤는지, 참으로 다양한 모습의 사실적 묘사가 이어진다.
하지만, 그저 흥미를 끌 수 있는 이야기 모음집이라고나 할까 정도의 묶음이지, 죽음에 대한 무슨 심오한 철학적 성찰 내용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은 왜일까. 여기서 다루어지는 인물들의 일반인들과는 다른 특징적 공통점 때문이 아닐까. 이미 명성을 날렸던 ‘특이한 존재들’이, 그 ‘한 때’라는 생의 고점이 지나갔다는 상실감을 앉고, 어떻게 자신들의 ‘이름’을 죽음 후에까지 연장시킬 수 있을 것인가 생각하며 비문의 내용까지도 걱정하던 그런 사람들이라는 점, 그 때문은 아닐까?
이미 익숙해있던 이야기들, 부인으로부터 벗어나 죽으려 애쓰던 톨스토이가 맞던 마지막 순간(영화 ‘톨스토이’), 아내의 정부와 결투로 죽음을 맞이하는 푸슈킨, 병으로 스러져가는 남편을 떠나 다른 이와의 밀회를 즐기는 체호프의 부인, 그런 이야기들을 이 죽음이라는 테마의 책에서는 오히려 그저 양념 같은 성격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머릿속을 맴돌고 있는 생각. 부와 권력과 명예, 삶에 있어서 이들의 의미는 무엇인가. 행복이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 맥락으로 일반인들에게도 다가올 수 있는 죽음의 이야기를 할 수는 없을까. 대가들의 삶처럼 남겨진 기록은 없겠지만 그래도 이런 책이 어디엔가는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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