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김용옥의 ‘앙코르와트·월남가다.’

뚝틀이 2011. 11. 4. 10:30

도올이 예쁜 붓글씨로 여의도 그 집 어느 양반한테 올렸던 이 책이 어떻게 나에게까지 굴러오게 되었는지 모를 일이다. 어쨌든 반가운 일, 읽는다는 것은 즐거움, 부지런히 책장을 넘긴다.

 

어떻게 겨우 한 주일간 앙코르와트에 다녀와 상과 하 두 권의 책을 낼 수 있는지 그저 놀라울 뿐이다. (월남은 그냥 가는 중간에 놓여있던 덤 그 정도의 성격이다.) 이런 것을 내공이라고 하나? 아니면, 지난 번 ‘달라이라마와의 만남’에서와 마찬가지로, 기회 닿을 때마다 이 얘기 저 얘기 어지럽게 섞어가며 옆길로 빠져가며 길게 늘여 뽑는 자화자찬 그 ‘재주’일 뿐일까. 귀가 멍멍할 정도다.

 

여기에서도 도올의 스타일이 어김없이 드러난다. 펑, 펑, 펑. 도대체 이 양반에게 절제 거기에 대한 개념은 있는 것일까? 이 책에 계속되는 그의 부르짖음, ‘상상은 자유’.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부터가 상상인지. 자기가 끌고 싶은 방향으로 한 없이 나가곤 한다. 학자의, 특히 철학자의, 글 쓰는 자세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겸손이란 찾아볼 수가 없다. 대한항공 지사장이, 그 부인이, ‘국보’인 자기에게 얼마나 잘 해 줬는지, ‘연세대’ 나온 누가 어떻고 ‘서울대’ 나온 누가 어떻고(그 이외의 출신대학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하는 거리낌 없는 선입관 표출, 앙코르와트에 대해 쓴 다른 책의 저자 실명을 들이대며 비난을 퍼붓고, 그것이 한국의 병폐니 어쩌고 하는 등.

 

참 재주도 좋다. 아는 것 많고 생각이 깊으면 그만큼 존경 받는 것이 당연할 텐데, 오히려 혐오감까지 유발시키는 그 재주가. 수사학이전의 기본적인 마음가짐 그것이 문제 아닐까. ‘도올에게 커피 값 1불 깎아주면...’ 부탁했다가 무안당한 이야기, 술집에 편히 앉아있는 독일 여자 관광객에게 다가가 ‘독일말로’ 아닌 밤 홍두깨 식으로 자신의 철학 이야기 늘어놓고, 나중에 한국 오면 ‘머리 벗겨진 철학자’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테니 한 번 들리라고. 도대체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아깝다. 그렇게 재미있게 읽었는데도, 남은 느낌은 취중잡담에 시달렸다는 느낌뿐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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