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역사연구회라는 곳에서 펴낸 책. 지난 봄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반값 판매대에 놓인 것 집어든 이후, 벌써 세 번째 읽기다. 오자도 많고, 어떤 책을 번역했는지 몰라도 부자연스런 번역 냄새가 풍기는 곳이 많아도, 있을 것은 다 있다. 고대 문명부터 베를린 장벽 붕괴까지. 더구나 두 번에 걸친 세계대전 부분은 제법 자세히도 나왔다.
내 왜 학교 다닐 때 역사를 싫어했는지 이제 알겠다. 외우는 것. 이 책뿐 아니라 그렇게도 역사책들 많이 읽었어도, 마치 새로 읽는 느낌이다.
외울 필요 없다는 것이 내 마음을 가볍게 하기 때문일까. 그래도 궁금하다. 역사책 무엇이 이렇게 나의 흥미를 끄는 것일까. 첫째 사실 이야기라는 것 때문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언젠가는 한 번 들어봤던 이야기, 읽을 때마다 한 단계씩 더 자세히 이해하게 되는 그 즐거움. 또 있다. 권력자 집권자 그들의 행태. 비록 그때그때의 테마는 다르지만, 인간의 욕심이 어디까지 나가는지, 넓은 안목으로 본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다른 하나는 집단 광기로 발전하곤 하는 우매한 백성들의 사회적 편견. 생각하기 싫어하는 사람들, 남의 말에 솔깃해 그대로 믿고 따르다 당하곤 하는 불쌍한 존재들. 바른 길을 향해 무엇인가 시도해보지만, 거의 운명적이라 할 만큼 허무하게 무너지곤 하는 선각자들. 책 읽는 내내 안타까움과 분노감이 교차하곤 한다. 마치 오늘 내 살고 있는 이 세상의 이야기가 인간본성 필연의 모습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면서.
내 병이 또 도진다. 정치 군사 쪽에 치우친 이런 책들 읽게 되면 철학 문화 예술 그런 쪽에 갈증이 한층 깊어지는 것. 저 두꺼운 책 시리즈가 눈에 다시 들어온다. 읽기 시작하면 또 며칠이 걸릴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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