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식사 후 통영을 향해 출발. 좀 과장해 ‘수없이’ 갔던 길인데도 이번에도 또 내비게이션에 홀려 마산 시내를 거치는 경로에 빠져들었다. 분명 목적지 설정 때 고속도로를 선택하는 옵션이 어딘가에 있기는 있을 텐데, 이젠 그런 작업조차 귀찮은 것이 아니라 어려운 나이에 들어선 것일까. 어쨌든 생각 없이 내비를 따른 것은 분명 내 잘못. 겨우 시내를 벗어나니 어질어질 더 운전하기 힘든 상태. 좀 쉬기도 할 겸 국도 옆 휴게소에 들려 점심이나. 시킨 메뉴는 소불고기정식비빔밥. 내걸린 사진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하도 신기해 세어봤다. 콩알만 한 고기 조각 딱 세 개. 음식 담겨 나온 돌솥이 제법 뜨거워 그런대로 ‘즐길 수’ 있었던 것을 다행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정말 고기값이 그렇게도 비싸 조금만 더 넣으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것일까? 이건 너무하지 않나 생각 들 때마다 떠오르는 것이 바로 일본의 요시노야(吉野家) 덮밥 체인. 우리나라에도 그런 것 하나 만들면 틀림없이 성공할 텐데. 다시 고속도로에 올랐다 통영에 들어오니, 여기도 샌프란시스코 못지않다. 적어도 가파른 비탈길로 보자면 말이다. 다른 것이 있다면 길 양옆에 늘어선 집들의 규모. 하긴 거기야 그곳에 돈이 철철 넘칠 때 세워진데 반하여 여기야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빈촌이 변해온 것이니. 그래도 문뜩 또 하나의 생각이 든다. 여기 어느 집에 들어서더라도 그 내부는 그곳 집들보다야 더 쾌적할 것이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 사실 미국 어느 도시든지, 도심지 극히 일부분을 제외하고는 다 빈민들 거주지 아니던가. 잠깐 마트에 들려 몇 가지 음식재료를 산다. 쌀과 라면, 또 참치 캔에 도라지 무침. 드디어 도착. 예약한 35평 방, 전에 들었던 곳이다. 탁 트인 바다 그 시원한 전망. 하지만 피곤하다. 샤워에 잠깐 눈 붙이기가 우선이다. 가뿐해진 몸에, 밥 앉히고 가볍게 된장국 끓여 참치 캔 곁들여 저녁 차려놓고, ‘나는 가수다’를 보려 TV를 틀어보지만 MBC 채널은 나오지도 않는다. 케이블 그런 것 없이 그냥 안테나 달아놓은 수신기. 그렇다면 변화도 한 번 즐길 겸 ‘K팝 오디션’을? SBS 신호가 잡히기는 하는데, 화면도 소리도 박물관에나 어울릴 수준. 하긴 요즘 길에 내놓아도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을 그런 수준 TV세트에서 무얼 기대하겠나. 할 수 없이 노트북 연결해 인터넷 나가수. 아직도 책에는 손이 가지 않는다. 그저 테이블 위에 쌓아놓기만 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