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냄새도 맡기 싫어진 음식들 다 쓰레기통에 쓸어 넣고 시내로. 부두가 시장에 들어가 회 떠서 초장집으로. “혼자 오셨어요?” 내 어디 여행할 때 제일 듣기 싫어하는 질문. 그래서 내 역으로 물어본다. “혹 제가 첫손님인가요?” 찡그린 얼굴들. 아빠도 엄마도 딸도 마찬가지. “여러 명 온 것처럼 드릴 테니 걱정하지 마시죠.” 내 말에 “괜찮습니다. 원리원칙대로 하는 것이 제일 좋은 거죠.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상에 음식 올려놓는 태도에서 ‘분노’까지 느낀다. 혼자 음식점 들어오는 것도 무슨 죄인가. 장사하는 사람들의 이 미신. 오랜만에 별식을 즐겼지만, 밖으로 나와서도 마음이 그다지 편치 못하다. 역시 그냥 내 방에서 없는 내 솜씨지만 마음 편하게 만들어 먹는 것이..... '집' 나설 땐 굴요리도 한 번 즐겨볼까 하던 마음이었지만, 그 마음 씻은 듯이 사라지고, 마트에 들려 몇 가지 재료 장바구니에 집어넣고 다시 '집'으로. 항상 이런 식이다. 같이 식사할 파트너랑 같이 다니는 사람들 그 부부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하지만, 방에 돌아와서는 저녁 직접 만들 마음조차 완전히 사라져, 결국 구내 레스트량에서 와인 곁들여.... 이번 피난 여행 중 처음 식사다운 한 끼. 레스트랑이라는 곳에서는 불친절을 상상할 수도 없고, 또 혼자 왔다고 푸대접할 수도 없는 법. 나 이외의 손님은 오붓이 즐기는 모녀의 모습뿐. 친절하지 않아도 영업이 되는 곳 그런 곳이 있을 수 있을까. 친절은 가격에 포함되지만, 그 몇 배 뛰는 가격이 전혀 아깝지 않은 것이 바로 그 친절의 가치증명. 역시 언제나 마찬가지로 일어나는 생각의 일반화. 좋은 것과 조금 덜 좋은 것을 따져가며 사업하는 아니 살아가는 사람들의 앞날은.....아까 그 시장 그 가게 생각이 다시 난다. 그렇게 살아와서 그렇게 살고 있는 것이고, 그렇게 살고 있기에 앞으로도.... 그도 분명 단골손님만으로는 가게를 운영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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