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위복. 거의 강박관념처럼 내 머릿속을 맴도는 생각이지만, 엄청난 배달물량에야 비로소 내 주문 착오를 알게 된지 열흘이 넘도록 돌파구는커녕 무슨 그럴듯한 생각조차 감감 무소식. 어쩐다. 창틀 문틀 준비 작업도 다 끝났는데. 지붕에 패널 씌우고 너와 잇는 일은 별도의 트랙으로 진행되는 것이니, 이제 황토벽돌 쌓기 차례다. 또 한 번 실수를 겪지 않으려 15-5-10 버전과 10-5-10 버전을 저울질하며 신중에 신중을 기하다 떠오른 생각. 황토벽도 물론 좋지만 사실 목조주택도 그 장점이 있는 것 아닌가. 이 둘을 결합한 황토벽에 통나무 끼워 넣는 공법도 있으니. 가만있자. 내벽은 목재 외벽은 황토, 이건 어떨까. 생각이야 간단하지만, 내가 주문한 목재는 ㄷ자만 평면이고 나머지 한 면은 원목 모양 그대로. 이걸 그대로 벽체로 사용하면 군데군데 빈틈이 흉하게 날 테니, 나머지 한 면도 평면으로 잘라내야 하는데, 이게 보통일이 아니다. 7cm 두께를 자르자니 스틸로 작업을 한다 해도 끝이 없는 일이고, 그렇다고 몽땅 제재소에 실고가서 잘라올 수도 없는 일이고. 어쨌든 일하는 사람들에게 이 목재를 내벽에 사용하기로 양해는 구해놓은 상태고, 오늘이 그 작업 첫날. 첫 판을 작업대에 올려놓고 먹줄을 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난감하다. 잠깐! 30분만 더 생각해보고 결론을 내릴 테니, 합시다. 그냥 편한 마음으로 쉬고 계시죠. 어느 정도 머릿속 생각이 정리된 후 윤회장과 마주 앉는다. 회장님, 원점에서 생각합시다. 예전 어른들 진흙집 지을 때, 심벽치기 생각나시죠. 그게 흙집이죠. 그런데 이렇게 생각해보죠. 우연히 널빤지를 잔뜩 얻게 되었다고. 이걸 어떻게 쓸까요. 널빤지로 벽을 만들고 거기에 진흙을 입히겠죠. 우리의 경우도 그렇다고 생각합시다. 흙집이죠. 군데군데 널빤지가 있고. 무슨 말이냐 하면, 널빤지 사이로 진흙이 보인다고 흉이 되는 것은 아니라 그 거거든요. 이제 한 단계 더 나아가 생각합시다. 우리 나무를 사각형으로 다듬어 깨끗한 벽을 만든다 칩시다. 말끔한 목재 벽. 이거 얼마나 밋밋하겠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루바라는 형태도 만든 것 아니겠어요. 그러면, 목재 벽에 진흙으로 줄무늬를 넣은 벽체는 어떨까요. 잘만하면 그것도 제법 운치 있지 않을까요? 문제는 외벽을 황토벽돌로 쌓는다 해도 내벽 사이에 진흙을 개어 넣어야한다는 것인데, 그럴 바에는 아예 벽돌 대신 외벽 자체를 심벽치기 방법으로 하는 것도 방법이겠고요. 제 생각은 여기까지입니다. 외벽치기까지에는 아직 시간이 충분히 있으니 우선 내벽 모양을 한 번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럽시다. 사람이 하는 일에 무슨 못하는 일이 있겠어요’가 트레이드 마크인 윤회장 의외로 순순히 동의한다. 스틸작업 덜 수 있어 오히려 다행이라고. 어때요, 일단 한 번 테스트 삼아 한 쪽 벽에 만들어볼까요?
그래서 작업 시작. 우선 한 면이 그대로 남아있는 목재를 벽에 붙여본다.
3m60cm 시원한 키의 원목이 벽에 앉으니 나무결 모양도 시원한 게 그리 나쁜 모양은 아니다.
이제 나무 또 하나를 달아본다. 벌어진 틈. 이 틈 사이로 보이는 진흙이 과연 데커레이션 기능을 할 수 있을까? 흉물스럽지는 않을까?
일단 한 유니트를 다 만들어보기로.
창틀, 이 무게 보통이 아니다. 로프로 묶고 힘겹게 둘이 끌어올려 제자리에 놓아본다.
혹시라도 이런 공정에 무슨 예기치 않은 어려움이라도 있지 않을까, 점심 휴식 시간을 이용하여 아이디어맨 유사장을 그의 작업현장으로 찾아간다. 험한 공사다. 차도 들어갈 수 없는 곳에서의 배수로 공사. 놀라운 사실. 며칠 전 인부들이 너무 힘들어 쉬겠다고 하고, 하루 쉰 후에 또 하루 쉬겠다고 했을 때, 그 다음 날 유사장이 하루만 양해를 구한다고 했을 때, 사실 그 3일 동안 이들은 여기 와서 일했었단다. 어쩐지.... 이틀 쉬고 난 후에도 그들 얼굴에선 찌든 표정이 역력하더니..... 오늘도 윤회장, 코피를 쏟고 또 손에 마비가 오고.... 시내 한 복판에 큰 건물 갖고 있고, 경제적으로도 부유 그 이상의 수준에 있는 양반이.... 내 설명을 듣고 난 유사장, 한 번 시도해볼만한 재미있는 일이라 선뜻 동의한다. 외벽에 관한 몇 가지 아이디어도 들려주고.
내친김에 그 현장 근처에 있는 내 꽃밭으로 향한다. 죄를 짓는다는 마음이 한 구석에 있어서일까. 바로 앞에서 푸드득 날아오르는 꿩에 화들짝 놀란다. 이 꿩이란 녀석들, 날아오르는데 에너지가 많이 들어서일까, 컴퓨터로 계산 돌리듯 마지막 순간까지 재고 재다 이제는 정말 위험상태다 판단되는 그 순간에 날아올라 사람을 놀라게 하곤 한다. 3뚝이 데리고 산보할 때도 마찬가지다. 멀리서 도망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개들이 달려드는 마지막 순간에 날아오른다. 급한 마음으로 셔터 몇 번 누르고 서둘러 현장으로 돌아온다.
이번엔 창틀 밑에서 받침대 역할을 할 나무까지 달아본다. 휑하니 벌어져있는 틈, 아니 공간. 여기로 삐져나온 진흙도 데커레이션 느낌을 줄까? 아무리 생각해도 좀 지저분하다는 느낌을 줄 것 같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여기만 평면 가공한 나무를 넣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더구나 74cm를 단 두 장으로 채워 넣을 만큼 넓은 목재도 없으니 세 장을 받쳐 넣으려면.... 그 작업량은 생각하기에도 끔찍하다.
임기응변. 역시 과다 주문해 남아있는 서까래. 이 녀석을 가공해 이 틈을 채워본다. 약간 어색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보기에 그렇게 흉한 편은 아니다. 오히려 요철의 변화가 가미되었다고나 할까.
뱃머리 쪽 일곱 유니트는 이런 식으로 작업 해주기를 부탁하고, 내일은 내 서울로 가야할 사정이 있어 자리에 없음 양해를 구한다.
반복작업이기에 내 자리를 비우는 것이 그다지 마음에 부담이 되지도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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