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전면 조형부 작업. 집의 기능상으로는 전혀 필요치 않지만, '외관'을 만들기 위해 추가된 부분.
이 '외관 조형'이란 사치 부리느라 복잡해진 2중 3중 구조에 공사비용은 가파른 상승곡선. 그래도 어쩌겠나. 정성인데.
우선 할 일은 당연히 발판 만들기.
절벽 위에서 작업하는 포클레인을 보며 저기를 어떻게 올라갔을까 의아해 했던 적이 있다.
포클레인이라는 것이 길을 만드는 기계라는 생각이 난 것은 그 다음이다.
목수라는 사람들의 하는 일은 빈 공간에 구조물을 만드는 것.
가벼운 웃음거리 곁들여 뚝딱하기 한 시간 만에 작업 발판 완성.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일이라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이제 구조물 작업. 건물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이 부분에 '입체감'을 집어넣는 까다로운 작업. 아이디어와 현실의 차이.
발판에 가려, 또 지난 며칠 간 몸 가누기 힘들 정도로 급격히 악화된 내 컨디션 조절을 위해 잠깐 한 눈을 판 사이, 엉뚱하게 일이 진행된다.
반원 목을 올려놓기 가장 편한 공법이라지만, 내가 생각했던 집 얼굴 핵심부분엔 전혀 맞지 않는 모양이다.
다시 뜯어내리고 설명에 설명을 거듭한다.
일이 제대로 진행되려면 매 과정에 '잔소리'를 해야하는데, 위험한 공간에서 작업하는 이들의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은 금물.
'뜯어내고 다시 하기'가 반복되며 분위기는 급랭한다. 하지만, 어쩌겠나 여기가 외관 핵심부분인데.
판 몇 개 붙이다보니 벌써 점심시간.
오후 들어 왼쪽 부분 작업에서도 오전과 같은 진행.
약간의 경사를 주어 미묘한 입체감이 살아나는 동시에 도리에 힘을 보태게 하려는 내 의도도 역시 실험적인데,
'표준 공정'에 익숙해 있는 이들에게 새로운 구조에 대한 '공간 인지 능력'을 요구하는 것은 역시 무리.
신경을 식히는 변화의 의미로 일단 좀 '간단한' 발판을 또 한 층 높이는 작업 후 윗부분 작업.
하긴 여기서도 마찬가지. 하지만 난 말을 아낄 수밖에. 가만히 보고 있자니 한숨이 계속 절로 나온다.
하지만, 다른 한 편,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것을 내 의도와 '비슷하게' 만들어내는 것 그것만으로도 사실 만족해야할 입장 아닌가.
어차피 이런 구조에서 '생각의 완벽 실현'이란 있을 수 없는 법을 인정하는 것. 이런 것 이런 생각방법이 바로 타협.
어느 정도 '비슷하게' 작업이 마무리 된 후, 하루 종일 너무 까다롭게 군 것이 미안하게 생각되기도 해,
"오늘은 이만 끝내죠."
한 시간이나 일찍 보내준다며 고맙다 인사하기에, 그런 줄 알았는데, 돌연 발판 뜯어내기 작업에 들어간다.
이렇게 깨끗이 뜯어내야 내일 아랫부분 작업을 편하게 시작할 수 있다고.
고마운 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