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분위기 좀 벗어나려, 가벼운 읽을거리로 잡은 책.
원제는 ‘례비조르Ревизор’, 영어로는 The Inspector-General,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검찰관’으로. 그런데, 이 ‘檢察官’이란 사실 일본에서의 제목을 借用한 것이고, 그래서 어느 극단에서는 ‘우리 시장님’으로 ‘실제 바보역할의 주인공’을 앞세워 공연한 경우도 있지만, 차라리, 물론 관료체제가 다르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어차피 극중 대사에도 ‘incognito’라고 나오니, 그냥 풍자적 의미로 암행어사를 쓰는 것이 어떨지... 예를 들자면, ‘(가짜) 암행어사 출두요’ 이런 식?
니꼴라이 바씰례비치 고골(Никола́й Васи́льевич Го́голь, Nikolai Vasilievich Gogol, 1809-1852)의 1836년 작품
큰 틀에서 보면, 전에 읽은 ‘광인일기’, ‘죽은 혼’, ‘코’와 마찬가지로 역시 고골 특유의 풍자 분위기가 물씬....
http://ebooks.adelaide.edu.au/g/gogol/nikolai/g61i/contents.html
제1막
러시아 시골의 한 작은 도시. ‘산하기관장’들을 모아놓고, 자신에게 들어온 ‘비밀 편지’ 내용을 설명하는 시장.
암행어사가 이미 도시에 잠입해있다고...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다 하나같이 횡령에 착취에 근무태만에....
(이건 영락없는 풍자극이요 ‘판소리 한마당’이다.)
‘준비’ 좀 하고 있으라는 지시에 대한, 병원장의 말,
“Our rule is: the nearer to nature the better. We use no expensive medicines.
A man is a simple affair. If he dies, he’d die anyway. If he gets well, he’d get well anyway.”
시장의 ‘철학’이라는 것 역시,
"There isn’t a man living who hasn’t some sins to answer for. That’s the way God made the world."
그럼 이 инкогнито, incognito에 대한 기본 대응자세는?
“Too much brain is sometimes worse than none at all.—”
들어오는 보고, 한 여관에 20대 초반의 정체불명의 묵고 있는데, 벌써 2주나 됐다고. 시장의 한숨,
“Two weeks! Holy Fathers and saints preserve me! In those two weeks I have flogged the wife of a
non-commissioned officer, the prisoners were not given their rations, the streets are dirty as a pothouse —
a scandal, a disgrace!”
“That rotten garrison wear their coats directly over their undershirts.”
등등....
제2막
여관 손님, 클례스따코프(Хлестаков, Khlestakov)과 그의 시종 오시프(Осип, Osip)
벌써 2주째 無錢取食 중. 마지막 한 푼까지 도박으로 날려버린 빈털터리. 이제 옷을 벗어서 팔아야 하나?
주인은, 이제 관청에 가서 고소하겠다고.
배고프다고, 너무 배고프다고. 먹을 것 좀 올려 보내달라고, 사정, 또 사정.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라며. 고기 한 점에 수프 달랑 들고오는 종업원. 소스니 뭐 그런 건은 없고.....
수프라는 것은 그저 미지근한 물일뿐이요, 고기라는 것도. “It isn’t roast beef. It’s roast iron, not roast beef.”
‘귀한 양반’에게 잘 보이려고 치장에 정신이 없는 시장 부인 안나(Анна, Anna)와 딸 마랴(Марья, Marya). 서로 옷 경쟁까지.
클례스따코프의 방에 들어서는 시장.
“It’s my duty as chief magistrate of this town to see that visitors and persons of rank should suffer no inconveniences.”
어쩔 줄 모르는 클례스따코프.
“Well - what was - to be - done? It’s not - my fault. I’m - really going to pay. They will send me money from home.”
그리고 나선, 음식이... 어쩌고, 불평을 늘어놓는 그.
“다른 곳으로 모실까요?” 묻는 시장, 물론 그의 뜻은 더 좋은 곳으로.
하지만 이 사람은 ‘다른 곳’을 감옥으로 이해하고.... “감옥이란.....”
그러자, 이번엔 시장이 자기를 협박하려 이 ‘감옥’이란 단어를 꺼낸 것으로 해석하고....
지금은 한 푼도 없지만, 이제 곧 돈이 오면.... 또 같은 말을 반복하자,
(객석을 향해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아하! 요것 봐라. 무슨 뜻인지 알아서 새겨들어라, 그 뜻이라, 이거지?”
(어차피 당할 것이라면, 차라리 승부를...) 우리 도시에 오시는 손님이 불편하지 않게 하는 것이 제 의무니....
“그렇다면 200루블만 꾸어주실 수 있나요?”
“세어 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돌아가는 대로 갚아드리죠.”
“(히히 통했네.)”
신세한탄을 계속하는 클례스따코프, 시장은 이 사람이 지금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고 생각하고,
여기 이 도시에서는.....(난 당신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이야기하는 중이라는 듯....시치미 뚝 떼고) 장황하게 자랑을...
“Apart from my duty, out of pure Christian philanthropy, I wish every mortal to be decently treated."
(클례스따코프는 아직 잔뜩 겁을 먹고 있는 상태에서) 여기 주인은 양초 하나 주지 않아, 책조차 읽을 수가....
(옳다 기회다. 망설이는 척 하면서) 저희 집에 오셔서 묵으신다면 영광으로....
이 기회를 놓칠쏘냐. 거기에 선뜻 응하는 클례스따코프.
종업원을 불러 그 동안 밀린 값 계산을 하려하자, 시장은, 자기가 돈을 보내겠다며, 종업원을 물리치고....
빨리 하인을 시켜 집으로 연락해야겠다는 생각에 펜과 종이 좀...
종이가 없으니 여기라도, 하며 요금청구서를 내미는 클례스따코프. (아하!)
제3막
‘암행어사’를 찾아간 남편의 소식을 초조하게 기다리는 시장부인.
불안해하는 하인에게, 넌 공무원도 아닌데 떨 필요도 없는데... 하며 묻는 그녀.
“General?”
(당시 러시아의 특징. ‘변화’라는 것이 없는 사회에서, 안정된 커리어로 높게 올라갈 수 있는 직업으로는.., 그래서 장군출신이 ...)
“그렇지는 않고..”
“어떻게 생겼지? 어떤 사람이지?”
“나이는 23살 정도, 머리는 밤색, 눈은 매섭게 생겼고, 책을 읽으려 해도도 너무 어두워서 그런 불평을 하고...”
하인이 가져온 쪽지에는
“But relying on the mercy of God, I believe all will turn out well in the end.
Get a room ready quickly for the distinguished guest — the one with the gold wall paper.”
무슨 옷을 입을까... 모녀의 난장법석은 이어지고.....
집으로 가기 전에 산하시설들 둘러볼 마음 있으시냐 묻는 시장, 이어 시내 곳곳 市 산하시설로.
이렇게까지 친절을 베풀어주는 이유가 무엇인지... 조금씩 감을 잡기 시작하는 클례스따코프.
점심식사는 병원 구내식당에서, 최고급 생선요리 대접.
그럼 환자들도 이렇게....? (사실은 환자에게는 거의.... 이런 고급 요리도 결국 거기서 빼낸 돈으로 마련된 것은 자명)
장황하게 자화자찬을 늘어놓는 병원장, 그리고 시장.
혹시 근처에 카드게임 할 곳이라도 있는가 묻는 클례스따코프. (오잉? ‘감’ 잡는 시장)
시장의 집, 둘러앉은 가족, 오가는 대화 중, 클례스따코프가, 자기는 글을 쓴다고 하자. 신기해 묻는 딸,
“So you write too? How thrilling it must be to be an author! You write for the papers also, I suppose?”
클례스따코프의 놀라운 ‘뻥 튀기’가 시작되며,
“I am the author of a lot of works — The Marriage of Figaro, Robert le Diable, Norma. I don’t even remember all the names.”
극장 매니저가 작품을 부탁하기에 하루저녁에 써서 줬더니 다들 놀라더라고......
뼤체르부르크에 올 기회가 있으면, 자기 저택에 들르라고, 파티를....(아주 긴 ‘접대목록’. 최상위귀족이라도 이런 규모는....)
시장 집, 두 하인의 대화
저 분 장군이야? 하인 A의 물음에 B의 대답, 무슨 소릴, 장군따위는 저 분 발밑에도....
‘미지의 인물’에 대해 무엇인가 좀 더 알아내려, 그의 시종 오시프에게 질문을 퍼부어대는 시장과 그의 부인.
처음에는 조심스러워하다가, 기왕에 답할 바에는 하는 생각에, ‘과장되게 넘겨짚는’ 질문들을 ‘부정하지 않는’ 시종.
물론 가끔 자신의 이익도 챙겨가면서... 우리 주인은 시종이 어떤 대접을 받는지 거기에도 신경을 써, 꼭 기록에 남기라고...
그 말이 나오자마자, 객지생활 힘들 테니 하며, 몇 루블 주머니에 넣어주는 시장.
시민의 불평이 ‘어사’의 귀에 들어가지 않도록, ‘아무나’ 출입하지 못하도록, 엄중하게 경비에게 지시를 내리는 시장.
제4막
머리를 맞대고 전략을 짜는 기관장들. 이때 흘러나오는 ‘賢者’의 조언.
“We must present ourselves to him one at a time, and do — what ought to be done, you know —
so that eyes do not see and ears do not hear.
That’s the way things are done in a well-ordered society.”
한 사람 씩 차례로, ‘어사’의 방으로 들어가는 그들.
적당히 ‘아픈 곳’을 건드린 다음, 반복되곤 하는 클례스따코프의 질문,
“A strange accident happened to me and I ran out of cash on the road. Can you lend me three hundred rubles?”
쌓여가는 돈, 돈, 돈,....
밖에서 일어나는 소란. 상인들. 경비는 막고.... 들여보내라 ‘명하는’ 클례스따코프.
“Don’t ruin us, your Worship. We suffer insult and wrong wholly without cause....”
누가 무엇을 어떻게 했다는 이야기인지 털어놓으라는 클례스따코프.
“Why, from our governor here. Such a governor there never was yet in the world, your Worship.
No words can describe the injuries he inflicts upon us......”
그런 ‘놈’을 빨리 족쇄를 채워 시베리아로 보내려면... 하면서 넌지시 ‘암시’하는 클례스따코프.
“If you please, father. But what is three hundred? Better take five hundred. only.... .....”
이번엔, 어떤 부인이 와서
"I beg for your grace. I beseech your aid against the governor. May God send all evil upon him.
May neither he nor his children ever prosper in any of their undertakings...."
또, 어떤 부인은,
“May God smite him both in this world and the next. If he has an aunt, may all harm descend upon her.
And if his father is living, may the rascal perish, may he choke to death...." 이런 식의....
그리고 또, 이어지고, 이어지는....
이제 너무 나간 것 같으니 빨리 여기를 뜨자는 시종에게, 하루 만 더...
어디 한 번 갈 데까지 가보자는 식인가? 이번엔 딸에게 수작을... 또 부인에게도...
한 걸음 더 나아가, 아예 시장에게, 딸과의 ‘맺음’을 허락해달라고, 아니면 내 이마에 총을...
감읍하는 시장.
이제 사위가 될 사람인데 뭘....
“The merchants have complained to your Excellency. I assure you on my honor that
not one half of what they said is so. They themselves are cheats. They give short measure and short weight.”.....
시종에게, 편지 심부름 시키면서 마차 준비도 지시하는 클례스따코프.
아까는 하루 더 있자 하더니...
이제 뜨자고. 당장 떠야한다고...
갑작스런 출발에 놀라는 시장. 그럼 약혼식은....?
급한 일이 있다고, 하루나 이틀 후에 다시 돌아오겠다고....
(물론 시장은 다른 사람들도 돈을 건넨 것은 모르고....) 수중에 돈이 떨어졌다더니....
“You gave me two hundred then, that is, not two hundred, but four hundred - I don’t want to take advantage of
your mistake - you might let me have the same now so that it should be an even eight hundred.”
그 정도로 끝낼 수야 있나. 한참 ‘너그러워진’ 시장,
“Ho, Avdotya. Go to the store-room and bring the very best rug from there, the Persian rug with the blue ground. Quick!”
제5막
기고만장 시장. 내 이제 이 ‘높은’ 사람의 장인이 되는데...
부인에게, 우리 아예 뼤체르부르크로 나가 살까? 들뜨기로는 부인이 한술 더...
“Your acquaintances will not be a dog-lover of a judge, with whom you go hunting hares,
on the contrary, your acquaintances will be people of the most refined type, counts, and society aristocrats."
이제 ‘정의의 복수’ 단계.
자기에 대한 불만을 고했던 사람들 하나하나 불러들이기. 그때마다 기고만장, 우리 딸이 이제.... 그러면,
“I’m guilty before God. The evil spirit tempted me. We will never complain against you again.
Ask whatever satisfaction you want, only don’t be angry.”
다들 이런 식.
이제 기관장들 자축자리. 차례로, 가슴 쓸어내리던 이야기....
그때 들어오는 우체국장.
‘어사’가 자기를 책하는 보고를 보낼까봐 편지를 뜯어봤다고. 어떻게 그럴 수가 놀라는 이들에게,
“I don’t know myself. A supernatural power moved me.”
수신인은 신문사 친구, 그 내용은,
자기가 완전히 빈털터리가 되어 여관도 떠나지 못하고 있었는데 얼간이 시장과, 얼간이 우체국장과, 얼간이 교장과.....
인물평을 곁들인 자세한 보고서. 좋은 기사거리가 되지 않겠냐고.
자축 분위기는 돌변해 서로가 서로를 비난하는 ‘책임전가 대회’로....
그때 전해지는 소식, 어사출두요!
“An official from St. Petersburg sent by imperial order has arrived, and wants to see you all at once.
He is stopping at the inn.”
(이하 판결문 낭독은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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