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Laura Cumming의 ‘화가의 얼굴, 자화상’

뚝틀이 2013. 4. 24. 10:44

원제는 ‘A Face To The World: on Self Portraits’

 

참 지루하다. 그런데, 이건 무슨 일이지? 책에서 손을 뗄 수 없으니. 자화상 그 그림들 때문? ‘그냥’ 그림책이라면 아마도 ‘그냥’ 슬슬 넘겨보고 말았을 것이다. 해설의 위력. 눈동자를 왜 그렇게 그렸는지. 이 포즈를 취한 의미가 무엇인지... 또 가끔 나오는 화가들의 일화. 지루했던 것은 이 저자가 도대체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감조차 잡히지 않을 때. 이건 뭐 철학도 아니고 문학도 아니고, 한 이야기 하고 또 하고....

 

궁금해 Laura Cumming에 대해 알아보니, 저자는 가디언紙의 미술평론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거기(http://www.guardian.co.uk/profile/lauracumming) 그녀의 글들은 지루하기는커녕 멋있기 그지없다. 참 이상하기도 하지.

서문에도 후기에도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자기 아버지도 어머니도 화가였다는 사실. 난 바탕 없는 사람이 아니요 그 뜻이리라.

 

그녀는 이야기한다. 자기는 미술관에 들어서면 초상화 앞에 발이 머물곤 한다고. ‘다른 세계’에 있는 ‘다른 사람’들을 그린 그림과는 달리, 단순 배경의 그 인물 그 눈이 자기를 보면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아서. 그런데 화가의 자화상은 단순한 초상화가 아니라고. 다른 사람이 그의 초상화를 그려주었다 하더라도 화가는 그 자신의 얼굴에 손을 대고 싶을 것이라고. 그것이 이 세상을 향하는 자신의 ‘언어’요 ‘이야기’이기에.(그래서 책 제목이 ‘A Face To The World') 어떤 이는 속삭이듯, 어떤 이는 웅변하듯, 또 어떤 이는 절규하듯, 온갖 정성을 다해 자신을 표현한다고.

 

이 책에서의 그림들은 시대 순이 아니라 ‘테마’ 별로 정리되어 있다. Secrets; Eyes; Motive, Means and Opportunity; Egotists; Victims... 그런 식으로. 그래서 어떤 화가의 그림들은 여러 챕터에 걸쳐서 나오기도 한다. 그 중 그녀가 특히 정성을 기울여 다루는 세 명의 화가 Dürer, Rembrandt, Velásquez에는 별도의 챕터를 할애했고.

 

평론가라는 사람들 참 굉장한 사람들이다. 하나의 그림을 놓고 어떻게 그렇게 분석하고 ‘떠벌일’ 수 있는지. 또 하나의 ‘삐딱한’ 의문. 책 후기에 작가가 감사의 글로 써놓았듯이, 예를 들어 Dürer 전문가와 함께 했던 시기, 그때 나눈 이야기가 아주 큰 도움l 되었다고 하는데, 이 책에서 뒤러에 대한 그 부분의 ‘지적 소유권’은 어떻게 되는지.... 저널리스트 대부분에게 그렇듯 어차피...?

 

생각은 생각, 불만은 불만, 그런 것 상관없이 독자의 입장에서는 그저 좋은 기분으로 책을 덮는다면 그것으로 그만? 이 책이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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