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후안 미로

뚝틀이 2013. 5. 12. 06:03

주안 미로 Joan Miró i Ferrà (1893–1983)

     (후안은 스페인 식 발음, 카탈루니아 발음으로는 주안.)

밝고 가벼운 색채, 소박하며 단순한 형식. “스페인의 추상미술과 초현실주의적 환상을 대표하는 화가”

 

오스트리아 Villach의 한 아담한 호텔에 며칠 머물었을 때의 추억.

   로비 소파에 앉아 쉬고 있는데, 주인이 다가와, 자기 호텔 투숙 기념으로 몇 장 고르라며 그림엽서 한 묶음을 내민다.

      밝은 색채 귀여운 모양 미로Miró의 그림들. 작은 친절이지만 참 인상적이었다.

   그때 생각, 만약 나 역시 호텔을 운영한다면? 그래서 이런 엽서를 만들게 된다면? 그러면 어떤 화가의 그림을?

달리 생각이 나지 않았다. 달리? 샤갈? 역시 미로가 제격.

 

 

      에스빠냐의 로고라 할 수 있는 이 그림,  

          미로의 그림 아닐까 싶어

               그 제작년도를 아무리 찾아봐도....  

              (그래서

            누군가가 그의 스타일로 그린 것이겠거니 생각했었는데,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도움이 왔다. 그가 그린 로고가 맞다.

   89세 미로가

      '"for the King and the government' 선물했던 것.

            개념은 ‘Spain, diversity under the sun.

   http://www.travelmole.com/news_feature.php?id=1140099)

 

  

   스페인 '국가 로고', 1982

 

 

참 ‘미로다운’ 그림이다. 그의 나이 75세 때 그린 아래의 두 그림들을 보더라도..

   

                       the break of day, 1968                                                          Vuelo de Pájaros, 1968

   

일단 자화상들부터 한 번 찾아본다.

                 24살 때 또 26살 때 그림이다.  불과 2년 사이에 일어난 화풍변화가 느껴지는 듯.  

   

                            자화상, 1917                                                                         자화상, 1919

 

      이번엔 44살 때 작품. 꼭 무슨 xray 투과사진 분위기다.                   거기에 덧칠을 하니 ‘미로’가 ‘탄생’한다.

                    

                                자화상, 1937                                                                      자화상, 1937

 

    

미로는 1893년 바르셀로나에서 가까운 Montroig에서 금 세공사의 아들로 태어났는데,

        아빠는 Miquel Miró Adzerias, 엄마는 Dolores Ferrà. 그래서 이름이 양쪽을 다 따온 Joan Miró i Ferrà.

 

14살 때, 바르셀로나 미술학교를 다 다니다 생활비 벌려 학업 중단, 점원으로도 일했지만, 신경쇠약으로 일 포기.

19살 때, 다시 미술학교 갈리 아카데미에 등록.

 

활동초기 미로는 고흐의 채색과 야수파 화풍의 영향을 많이 받았으며, 민족기질이 농후한 고향 농촌 풍경을 담곤 했다고.

 

                                  Still Life With A Rose, 1916

 

1917년, 25살 때, 바르셀로나에서 단독 전시회를 열었는데, ‘누구에게나 그렇듯’ 들려온 것은 경멸어린 혹평뿐.

 

      갈리 아카데미 때 이후 오랜 친구의 초상화.

    

                            Portrait of V. Nubiola, 1917

 

                    화가의 눈에 비친...

                   

                                                     Ciurana, the Path, 1917

 

1919년, ‘누구나 그렇듯’ 파리로 가 Montparnasse에서 다른 화가들의 화풍을 접해보며... 여기서 피카소를 ‘알게’ 됨.

 

                                                                       The Farm, 1921–1922

 

                                  The Tilled Field, (1923–1924).

 

1924년, 파리에서 개인전을 여는데, 클레Klee에게서 자극을 받아 곡선과 색채에 유머감각이 실리는 변화도 나타나고...

           그 이후, 카탈루니아 정서가 배어있는 입체파 분위기가 풍기기 시작한다.

                                                              The Hunter, 1924

 

                    

                                           Dog Barking at the Moon, 1926

 

Étoile Bleue, 1927

 

1927년, 30살 때, 이때부터 깐진스키Kandinsky의 영향을 받아 급속히 초현실주의surrealism로 화풍 전환.

          ‘당연히’ 이 시절 무척 힘들었다고. 배고픔 속에서 천장과 벽에 어른거리던 환상을 그려가며.....

           눈에 보이는 그림소재를 ‘구상’으로 다루는 대신, 선이나 도형 또 환상 속 기호처럼 ‘형태’로 표현.

           색채는 마치 동심으로 돌아가 노래하며 시를 쓰듯...

           그렇다고 그의 그림이 그저 ‘장난스러운’ 것만은 아니다. 그의 말을 빌면,

               “Form for me is never something abstract, It is always a token of something....

                For me, form is never an end in itself.”

 

스페인 내전 당시, 1937년 1월부터 5월까지 작업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던 그 시절의 심정을 담았다는 이 그림 정물화.

                                                     Still Life With Old Shoe, 1937  

커피 테이블 위에 놓인

말라버린 빵,

사과, ‘잔인하게’ 포크에 꽂혀 갈색으로 쭈그러지고,

종이에 말리고 끈으로 묶인 술병, 그 짙은 그림자는 어쩐지 흐느끼는 모습 같고,

거기에 같이 올려져있는 끈 풀린 신발, 노랑 파랑 빨강 초록 이 신발은 광대의 것?

 

1936부터 3년간 벌어졌던 스페인 내전 : 사회주의운동가들을 주축으로 노동자, 소작농, 도시서민 등(상대방 표현을 빌자면 “빨갱이)의 공화파와 지주, 유산가, 보수주의자 등(상대방 표현을 빌자면 "파시스트")으로 구성된 프랑코파 사이의 전쟁. 나치독일과 무솔리니이탈리아는 프랑코파 지원, 공화파에의 병력지원은 영국과 프랑스가 물자를 조달해준 국제여단(헤밍웨이도 참전). 여기서 승리한 프랑코 그 후 36년간 철권독재.

  

 

                                Grumpy Rooster, 1940

 

 '여자와 새와 별' 바르셀로나 박물관에 있는 이 그림.

 

(내게 누가

  미로의 그림 중 딱 하나만 그려주겠다고 한다면,

  난 망설이지 않고 이 그림을 부탁할 것이다.

 '미로답지 않게' 은은한 그림,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미로다운' 이 그림.)

 

   튼튼한 발로

   땅위에 굳건히 서있는

   여인의 모습,

 

   몸통은 큰 하트,

   머리는 작은 하트.

   꽃 같기도 하고, 별 같기도 하고,

   방금 고개를 돌리고 웃음 짓는 듯, 내려다보는 듯....

 

  화살 촉 마냥 날아가는 별,

  그 화살대가 실이라도 되는 양

  끊으려기 라도 하듯 펄럭이는 새.

  그 새의 후광인지 그 새가 가리는지 모를 밝은 빛.

 

  ., 이 , 이 조화!

  어찌 이 여기 반하지 않을 수 있을까.

 

 

 

Woman, bird, stars, 1942

 

 

1948년, 바르셀로나에 정착. 판화기법 개발하러 파리의 스튜디오 자주 방문.

 

1954년, 베네치아 비엔날레에서 판화부분 대상. 이미 이름이 알려져 있었지만, 이제 그는 주목받는 예술가.

    

 

노래하는 이 사람에 슬픔이 묻어있다는데,

전체의 색조가 그런 방향이다.

매끄럽지 않게 흐른 선들을 봐도, 즐거움은 아니다.

미로 그림답지 않게...

 

미로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난 비극적일 정도로 과묵하다.

  어렸을 적 겪은 깊은 슬픔 탓이다.

  내게 있어서 세상은 부조리로 가득하고,

  난 모든 것이 역겹다.

  난 비관론자다.

  모든 것이 잘못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 그림에 유머러스한 요소가 있다면,

  그건 내가 의도적으로 집어넣은 것이 아니라,

  아마도 본능적 욕구에 의한 반응으로 그렇게 되었을 것이다."

 

놀라운 말이었다.

여기서 그 말이 생각났고,

그래서 그림을 다시 한 번 또 찬찬히 들여다본다.

 

 

Melancholic Singer, 1955

 

 

 

2010년이 되어서야, 뿔뿔이 흩어져 있던 세 폭이 이렇게 뽕삐두Pompidou센터의 한 방에...

 

                  Blue I, Blue II, and Blue III, 1961, triptych

 이 Blue 그림들에 대한 미로 자신의 말,

   “The spectacle of the sky overwhelms me.

     I’m overwhelmed when I see, in an immense sky, the crescent of the moon, or the sun.

    There, in my pictures, tiny forms in huge, empty spaces.

    Empty spaces, empty horizons, empty plains—everything which is bare has always greatly impressed me.” 

 

 

제목이 없었다면 이 '그림 내용'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아니, 제목을 보며 그림을 들여다봐도 마찬가지다.

푸른 하늘까지는 알겠는데,

 

Wheel of Fire?

어디 있지?

태양을 말하나?

아니면, 태양의 빛을 받는 이 세상?

아니면, 얼굴로 형상화 되어있는 내면의 세계?

 

사다리?

Cross the Sky?

무슨 목적이지?

구원? 아니면 도피용?

 

가만있자.

손도 손이 아니고 불꽃을 닮았네.

사다리가 있다해도

어찌 이 손으로...

 

모르겠다.

하지만 내 '눈'엔 '음악'이 들리는 듯...

 

'전문가'들은 어떻게 설명하나 아무리 검색해봐도...

 

 

 Ladders Cross the Blue Sky in a Wheel of Fire, 1961

 

 

 

푸른 하늘 빛 황금

  

금이라면 금빛이어야 하는데,

오히려 하늘이 금빛이고 덩어리는 파랗다.

 

내겐 이 그림이

한 편의 시요 한 편의 노래처럼 느껴진다.

 

반짝이는 별들,

‘길게’ 노래하며 날아가는 새,

 편안한 자세의 남자,

무엇인가 들려주려는 여인...

 

실타래 같은 푸른 덩어리에

흩어져 있는 검은..,,

어쩌면, ‘유식한’ 사람들은,

여기에 무슨 性的인 상징성을 들먹이며...

 

  

 

 The Gold of the Azure, 1967

 

 

 노래하는 물고기 

욕심이라는 것.

내게 누가 또 하나의 그림을 그려주겠다면

이 그림을 부탁할 것이다.

 

내 방에 걸려있다,

지금은 '딴 데' 가있는

그 브라질 화가의 그림과 비슷한 '느낌'.

 

무엇이 어디가 좋냐고?

글쎄....

그냥 좋다.

 

은근히 밝아서,

은근히 장난스러워서,

무엇인가 이야기해주고 있는 것 같아서..

 

아니, 그냥 좋다.

 

누가 이 그림을

80 다 된 노인이 그렸다고 생각할 수 있겠는가. 

 

                             

Singing Fish, 1972

  

 

 

세 폭의 그림, 저주받은 사람이 희망을 걸....

                                         The Hope of a Condemned Man, triptych, 1974

 

세폭화에 대한 분위기 나는 해설 하나.

 

 

물론 그의 작품은 그림뿐 아니라 조각, 벽화, 도예, 또 설치 미술 등.... 끝이 없이...

 

                                      Personnage, 1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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