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그날 - o

지옥이 따로 없네.

뚝틀이 2014. 9. 11. 07:58

견딜 수 없는 이 치통.

참다 못 해 어제 이곳 치과에 갔었지만,

이 양반, 긴긴 추석연휴를 즐기느라 아직 휴진 중.

그래, 차가 밀려도, 밤 시간에 서울로 갈까 그런 생각도 해봤지만,

오늘 점심 때 초대한 집에 너무 큰 실례가 될 것 같아, 갑자기 못 간다고 할 수가 없어,

진통제를 먹고, 바르고, ‘발악’해가며 견디고 있는 중.

 

그런데, 문제는 보일러.

지난번에는 구정 연휴 때였던가?

엄동설한 그때도 며칠간 ‘죽을’ 고생을 했었는데, 이번 추석 연휴에도 또.

얼마 전, 서울 집 보일러 고장으로 전화한 지 두 시간 만에 나타나는 서비스 엔지니어를 보면서 들었던 생각,

이건 귀뚜라미 보일러가 아닌 린나이라 이렇게 서비스가 빠른 것인가 생각하다가,

‘지방 직업인’의 나태한 ‘갑’의 의식으로는 신속함은 기대할 수가 없는 일.

어쨌든 이번에도 추석 전에 보일러가 고장 나,

연휴기간 중에 찬물로 견디다,

어제 서비스 엔지니어 불러, 그가 왔었는데,

하필이면 내가 치과에 갔던 바로 그 시간에 왔다는 사실.

(이곳 ‘지방 직업인’들에게는 ‘시간 약속’이라는 개념이 없다. 그냥 ‘한 번 가보죠 뭐.’ 그런 식이다.)

이 사람 왈, 접지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라며 출장비만 받고 갔다는데,

아침까지 물을 쓰지 말고 기다리라고 했다는데,

그때가 2시 경.

그냥 직감적으로,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그렇게 오래 기다려야한다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오늘 새벽 시간에 틀어 봐도 온수 쪽은 나올 기미도 보이지 않고.....

지난번 구정 때에도 아무 고장 없다고 출장비만 받아간 그 엔지니어를 내가 또 불렀던 것인가?

전화번호 목록에 그런 메모라도 해두었으면, 이런 불확실성은 없었을 텐데....

아니, 사실은, 그때 기억을 더듬어가며 제대로 전화했었는데....

 

 

어차피 밤을 꼬박 새곤 하는 것은 이제 몸에 밴 습관.

도저히, 잠에 들 수가 없다.

지난날의 회한이 엄습하곤 하는 것이.....

하긴, 지난 다음에 현명해지지 않는 사람이 없다고 했던가....

후회하면 무엇하랴. 어차피 이제 다 '게임 오버'의 단계에 들어섰는데....

 

 

사실, 이 견딜 수 없는 치통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것이,

보스턴 치과에 다녔었는데, 이 의사, 그때마다 엑스레이 다시 찍어 가면서,

왜, 이를 빼고 임플랜트를 해야 하는지, 귀가 닳도록 설명에 설명,

내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은,

왜 염증이 문제라면, 그것을 치료하지는 않고, 빼라는 이야기만 계속하는지.

남 탓 할 것 없이, 나도 미련한 것이 그러면 치과를 바꾸었으면 되는데, 바보처럼 몇 년간 그 설교만 듣고....

어쨌든, 지난번 서울에 갔을 때, 이제는 더 이상 음식을 씹을 수도 없는 통증에, 견딜 수 없어,

집 앞에 있는, 믿을 수 있는 대학의 마크가 찍혀있는 곳에 갔더니, 목요일은 휴진.

그래, 바로 그 옆을 보니, 그보다 더 좋다는 대학 마크가 눈에 들어와,

그곳에 들어가, 보스턴 이야기를 하고, 그 후,

이제까지 잇몸 치료 받기 세 번.

앞으로 두 번 더 예정.

이제 ‘정말 편안하게’ 다시 음식을 씹을 수 있게 되어,

오랜만에 정말 ‘행복감’에 젖어있었는데, 하필이면, 연휴기간 중에 통증이 다시 살아날 것은 또 무엇이람.

거울을 보니, 퉁퉁 부은 얼굴이 만화에나 나올 ‘치통 앓는 사람’ 모양.

 

 

뚝디는 나만 보면 풀어달라고 꼬리를 치며 다가오곤 한다.

하지만, 이상한 것은, 이제는 막상 풀려도 계곡으로 내려갈 생각을 않고, 그저 마당만 빙빙.

생각해보니, 이 녀석 나이도 이제 만 여덟이 넘었고,

사람 나이로 치면 모든 것이 귀찮아지는 노년.

이 녀석에게도 ‘문제’가 생겼는지, 아니면 치매인지,

아무리 현관 안으로 들어오게 해도, 내가 방으로 들어오면,

다시 어느 새, 이슬이 내리는 마당 한 가운데로 가, 그곳에서 온몸이 축축하게 젖어....

 

지난 번 ES 회장 딸이 묻더라.

병원에 급히 가야할 일이 생기는 것을 생각한다면,

자기는 왜 나이 든 분이 이런 산골에 살고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그때 내 대답, 병원에 급히 가야할 일이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 이곳에서 살고 있는 것이라고.

지난 번 우리 3뚝이 주사를 놓으려 왔던 수의사가 말하더라.

이렇게 공기 좋은 곳에서 사는 개들은 병에도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그때, 그 사람이 내 얼굴 보면서 짓는 표정이 나를 의미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지난 번 주치의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지금 내 생활 리듬이 도저히 정상이 아니라고 했더니,

나와 동갑인 그 양반, 그저 부럽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며, 오히려 내가 딱하다고 훈계하는 그런 말투다.

 

 

어저께, 아니 오늘 새벽에, 분통이 터져, 뚝디 이 녀석에 이야기해줬다.

그래 너 죽는 날, 나도 같이 죽자.

그렇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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