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틀이식 책 요약

모파상의 '목걸이'

뚝틀이 2015. 10. 31. 19:24

Guy de Maupassant(1850-1893), La parure, The Necklace 1884

 

운명의 잘못이랄까, 간혹 하급관리의 가정에서도, 예쁘고 귀여운 여자아이가 태어나는 일이 있습니다.

마틸드 로와젤Mathilde Loisel이 바로 그런 경우에 해당하죠.

유산이 들어올 곳도 없고, 지참금도 없는 마틸드, 그녀는 하급관리와 결혼하고 맙니다.

그런데, 사실, 기품 우아함 재치 그런 것만 있으면, 하층계급 여자도 귀부인과 나란히 설 수 있는 것 아닌가요?

 

마틸드는 잘 나가는 친구들과 그윽한 향기 가득 찬 살롱에서 고상한 대화를 나누는 게 즐겁습니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오면 며칠 닦지도 않은 식탁보에 보잘 것 없는 음식이 놓이곤 하죠.

그런데도 남편은 맛있다며 온갖 찬사를 늘어놓곤 합니다.

하지만, ‘가정적 남편’이 무슨 소용이랍니까.

마틸드는 다른 것을 원합니다.

분위기 맞는 귀한 사람들과 품위 있는 음식을 고급 식기에 즐기는 자리, 그런 것 말이죠.

 

친구 쟌느 포레스티에Jeanne Forestier는 아주 잘 삽니다.

그녀와는 기숙사동창으로 친한 사이지만 마틸드는 그 집에는 가지 않습니다.

사소한 말 한 마디에도 마음이 상하고 만나고 온 후엔 마음이 너무 괴롭기 때문이죠.

 

어느 날, 남편이 큰 봉투를 들고 들어옵니다.

"이것 봐, 이거 당신에게 주는 선물이야."

급히 봉투를 열어보니 문부성장관 주최 파티 초대장입니다.

그녀가 식탁 위에 그 초대장을 내던집니다.

"이걸 갖고 어떡하라는 거죠?"

"아니 여보, 난 당신이 기뻐할 줄 알았는데∙∙∙∙

이걸 얻기가 얼마나 힘들었는데∙∙∙∙∙∙∙."

마틸드가 약 오른 눈초리로 남편의 얼굴을 쳐다보다가 참을 수 없다는 듯 소리칩니다.

"그런 곳에 내가 뭘 입고 가죠?"

 

남편은 미처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말을 더듬습니다.

"극장에 갈 때 입는 옷 있잖아. 그것 참 좋아 보이던데… "

남편이 말을 잇지 못합니다. 부인이 울고 있는 것 아니겠어요?

"왜, 왜 그래?"

"아무 것도 아니에요.

제겐 나들이옷이 없으니까, 그 초대장은 옷 많은 부인이 있는 분에게나 드리세요."

남편은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알 수 없습니다.

"여보, 마틸드, 얼마쯤이면 되지? 멋있으면서도 수수한 그런 옷 말이야."

그녀가 잠시 생각합니다.

남편이 놀라서 거절하지 않을 정도로 돈을 타내려면 얼마 정도를 말해야지?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4백 프랑만 있으면 그럭저럭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남편이 창백해집니다. 꼭 그 금액만큼 딴 목적으로 챙겨둔 게 있거든요.

"좋아. 4백 프랑은 내 어떻게든 만들어 보지. 대신 멋진 옷을 만들어야 해."

 

무도회 날이 가까워지자, 로와젤 부인이 다시 안절부절 합니다.

옷이 다 완성돼 있는데도 말입니다.

"무슨 일 있어? 며칠 전부터 뭔가 이상한데∙∙∙∙∙∙∙"

"달고 갈 게 있어야죠. 아무래도 너무 초라해 보일 것 같아 포기해야겠어요."

"꽃이라도 달면 되잖아. 장미꽃 두세 송이면 잘 어울릴 텐데∙∙∙∙∙∙∙."

"안돼요. 궁색한 꼴을 보이는 것처럼 창피한 건 없어요."

남편이 갑자기 큰 소리로 말합니다.

"당신도 바보로군!

당신 친구 포레스티에 부인에게 빌려 달라고 하면 되잖아. 그 정도 부탁은 들어 주겠지?"

마틸드가 환호성을 지릅니다.

"참, 그래요. 어쩜 그 생각을 못했죠?"

 

이튿날 마틸드가 그 친구를 찾아가 자기의 처지를 이야기합니다.

그녀가 장롱으로 가 커다란 상자 뚜껑을 열며 말합니다.

"자, 좋은 걸로 골라 봐."

마틸드는 먼저 팔찌를 보고, 진주목걸이, 기막힌 솜씨로 세공한 금과 보석으로 된 십자가 등,

이것저것 달아보고, 망설입니다.

"혹, 딴 건 없니?"

"물론 있지. 찾아 봐.

어떤 게 네 마음에 들지 난 모르니까."

드디어, 바라던 것을 찾았습니다. 로와젤 부인의 눈이 반짝입니다.

까만 비단으로 싸인 상자 속에서 찬란히 빛나는 다이아몬드 목걸이!

억제할 수 없는 욕망에 속까지 울렁거립니다. 그것을 집는 그녀의 손이 떨립니다.

주저하며 묻습니다.

"혹시 이거 빌려줄 수 있니?"

"그럼, 그럼. 괜찮아."

마틸드가 쟌느의 목을 껴안고, 마구 입 맞추고, 보석을 갖고 도망치듯 돌아옵니다.

 

파티 날. 대성공입니다.

그녀는 누구보다도 아름다웠고, 점잖고, 우아하고, 남자란 남자는 모두 그녀에게 소개받고 싶어 합니다.

높은 관리들이 그녀와 왈츠를 추려고 합니다. 장관조차 그녀를 유심히 바라봅니다.

온갖 찬사와 아부와 ∙∙∙∙∙∙∙ 그녀 미모가 승리를 거두는 날입니다.

행복의 구름 그 속에서, 그녀가 무아지경에 빠집니다.

 

파티는 새벽 네 시가 되어서야 끝이 납니다.

남편이 그녀의 어깨에 갖고 온 옷을 걸쳐 줍니다.

화려한 무도회 의상과는 너무 어울리지 않는 소박한 옷입니다.

모피를 휘감은 귀부인들의 눈에 띄고 싶지 않아, 그녀가 급하게 집밖으로 몸을 피하려 합니다.

로와젤이 말립니다.

"기다려, 그대로 밖에 나갔다간 딱 감기 걸리기 좋아. 내가 마차를 불러오겠어."

그녀는 듣지 않고 재빨리 계단을 내려갑니다.

 

둘은 덜덜 떨면서 세느강 쪽으로 걸어 내려갑니다. 강가에서 겨우 마차 한 대를 잡습니다.

침울한 기분으로 집에 들어섭니다.

이제 모든 것이 끝이다.

∙∙∙∙∙∙∙

영광의 밤은 지났다.

거울 앞에 선 마틸드가 악! 소리를 지릅니다.

목걸이가 없습니다!

남편이 그 소리를 듣습니다.

"왜 그래?"

"그… 글쎄… 포레스티에 부인에게서 빌려온 목걸이가 없어졌어요!"

"뭐, 뭐라고? 설마…… !"

 

드레스의 갈피, 망토의 구석구석 주머니 속까지 다 찾아보지만, 목걸이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습니다.

"무도회에서 나올 때 분명히 갖고 있었어?"

"그럼요. 현관을 나올 때 손으로 만져 본 걸요."

"하지만 거리에서 없어졌다면 떨어지는 소리라도 났을 텐데.

마차에서 떨어트린 것이 틀림없어."

로와젤이 다시 옷을 입습니다.

 

다음 날, 마차 조합에 가봅니다.

경찰에도 가고, 신문사에도 가서, 분실물 신고를 합니다.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는 곳은 어떤 수고도 마다 않고 찾아다닙니다.

 

마틸드가 시간을 벌려, 포레스티에 부인에게 편지를 씁니다. 목걸이 고리가 망가져 수리하러 보냈다고요.

1주일이 지나자 이제 모든 희망 줄이 끊어집니다. 로와젤이 대여섯 살은 더 늙은 듯 보입니다.

부부는 목걸이가 들어 있던 상자에 박힌 이름을 보고, 그 보석상을 찾습니다.

"저희는 목걸이는 안 팔았는데요. 여기 기록엔 상자만 드린 것으로 돼있습니다."

두 사람이 이 보석상 저 보석상으로 그 목걸이 기억을 더듬으며 비슷한 것이라도 찾아 헤맵니다.

불안과 고통, 둘은 심하게 앓는 사람들 같습니다.

 

드디어, 한 상점에서 찾고 있던 것과 똑 같은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발견합니다.

4만 프랑입니다. 그런데 3만 6천 프랑까지는 깎아주겠다고 합니다.

로와젤에 있는 돈은 부친이 남겨준 1만8천 프랑이 전부입니다.

이 사람에게 저 사람에게 돈을 꿉니다.

온갖 사채업자 다 찾아다니며 고리高利로 돈을 빌립니다.

갚을 힘이 있을지 생각할 여유도 없이 여기저기 마구 서명합니다.

보석상 계산대 위에 3만6천 프랑이란 돈을 올려놓습니다.

 

목걸이를 돌려줄 때, 포레스티에 부인이 쌀쌀한 말투로 받습니다.

"좀, 일찍 갖다 줬어야지. 나도 언제 쓸지 모르잖아."

그녀는 상자 뚜껑을 열어보지도 않습니다.

사실 마틸드는 친구가 상자를 열어볼까 은근히 두려웠는데 말이죠.

물건이 바뀐 것을 알아차렸다면 어떻게 생각했을까? 뭐라고 말했을까?

나를 도둑으로 생각하지는 않았을까?

 

로와젤 부인은 이제 시장 밑바닥 사람들의 무서운 생활을 직접 체험하게 됩니다.

‘무서운 빚을 갚아야 한다. 무조건 갚아야 한다.’

싸구려 다락방으로 이사합니다.

식기도 손수 씻습니다.

냄비 바닥을 닦느라, 손톱의 장밋빛이 다 날아가 버립니다.

더러워진 속옷, 셔츠, 걸레, 모두 손수 빨고 줄을 매고 널어 말립니다.

매일 아침 큰길까지 부엌쓰레기를 운반하고 계단마다 멈춰 숨을 돌리며 물을 깁니다.

바구니 끼고, 과일 집에서 잡화점에서 험한 소리 들어가며 물건 값을 깎습니다.

매달 어음을 지불해야 합니다. 증서를 새로 써야 하는 것도 있습니다.

남편은 매일 밤 상점의 장부정리를 맡아 합니다.

서류 베끼기 싸구려 작업까지 합니다.

 

이런 생활 십 년, 이제 빚을 다 갚았습니다.

쌓이고 쌓이던 이자의 이자까지 이제 완전히 다 갚았습니다.

로와젤 부인은 이제 가난에 찌든 할머니 모습입니다. 드세고 우락부락하고, 단단한 아줌마가 되었습니다.

머리 빗질도 제대로 못하고, 스커트가 구겨져도 태연합니다.

굵은 목소리로 지껄이면서 마루를 닦습니다.

 

이따금 한가할 때면 창가에 앉아 옛날 그 밤 무도회를 떠올리곤 합니다.

그렇게도 칭송받으며 우아한 여왕처럼 행세하던 그날의 무도회.

그 목걸이를 잃지만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누가 알 수 있으랴!

파멸로의 길과 구원으로의 길, 그건 사소한 일 하나로도 영원히 갈라질 수 있는 것!

 

어느 일요일, 고된 일상에서 숨 좀 돌리려, 샹젤리제 거리로 나섭니다.

아이를 데리고 산책하는 여인의 모습이 보입니다.

포레스티에 부인입니다.

여전히 젊고 여전히 매력적입니다.

로와젤 부인은 무엇인가 뭉클 치밀어 오름을 느낍니다.

이제 말해 줘야지. 이미 빚은 다 갚았으니까.

무엇이 겁나 말하지 못한단 말인가?

 

그녀가 친구 곁으로 다가갑니다.

"잘 있었어? 쟌느Jeanne?"

상대가 알아보지 못합니다.

허름한 차림의 여인이 이렇게 허물없이 친구처럼 부르는 것에 놀랍니다.

"저, 실례지만∙∙∙∙∙∙ 저는∙∙∙∙∙∙ 혹시 댁이 잘못 본 게 아닌지?"

"나 마틸드 로와젤이야."

"뭐! 마틸드? 너무 변했구나!"

"그래, 변했어. 무척 고생을 했단다.

그게 너를 만나고 나서부터야, 다 너 때문이었어!"

"나 때문에? 저런, 왜?"

"너 기억나니, 그 다이아몬드 목걸이 말이야.

장관 댁 무도회에 가느라고 내게 빌려준 거 말이야?"

"그럼 기억해. 그게 어쨌다는 거니?"

"그게 말이야. 그걸 내가 잃어버렸어."

"뭐라고? 그때 돌려줬잖아."

"아주 비슷한 딴 걸로 갖다 줬어.

꼭 십 년이 걸렸구나, 그 돈을 갚는데."

포레스티에 부인이 우뚝 멈춰섭니다.

"내 것 대신 다른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샀단 말이야?"

"응, 그래. 너 몰랐구나.

하긴 모양이 똑 같은 목걸이였으니까."

그녀는 자랑스러운 듯 순진한 웃음을 띱니다.

포레스티에 부인이 숨이 탁 막혀 친구의 두 손을 꼭 쥡니다.

"어쩜, 어떡하면 좋니, 마틸드!

내건 모조품이었어.

기껏해야 5백 프랑밖에 나가지 않는∙∙∙∙∙∙∙."

http://www.eastoftheweb.com/short-stories/UBooks/Neck.shtml

http://clicnet.swarthmore.edu/litterature/classique/maupassant/parure.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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