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틀이식 책 요약

푸시킨의 ‘스페이드 여왕’

뚝틀이 2015. 11. 11. 15:07

Aleksandr Sergeevich Pushkin, La Dame de pique, The Queen of Spades

Александр Сергеевич Пушкин(1799-1837), Пиковая дама 1833

 

차이코프스키의 오페라The Queen of Spades의 원작입니다.

번역판에서는, 주인공 게르만Германн의 이름을 헤르만Hermann으로 살짝 바꿨네요.

 

제1장

 

새벽 5시, 이 사람들, 또 카드도박으로 나루모프Нарумов네 집에서 밤을 샜네요.

딴 사람들은 호화음식으로 한껏 기분 내는데, 잃은 사람들은 그냥 구경만합니다.

의리요?

어차피 돌고 도는 게 도박인생인데요, 뭐. 내일은 또 어떻게 바뀔지 누가 알겠어요.

 

그런데, 헤르만, 참 이해 못 할 사람입니다. 도박에 끼지도 않으면서 밤새 거기 앉아 있곤 하거든요.

‘독일인은 경제적 동물’이라고 자기들끼리 소곤대지만, 이 사람을 꼭 그렇게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어요.

지금 재산을 불리려,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돈은 이자에조차 손대지 않고, 봉급만으로 살아가고 있는 중이거든요.

그래, ‘여분의 돈’을 위하여, ‘가진 돈’을 거는 이런 얼빠진 카드놀이에 한 번도 끼어든 적이 없는 것이고요.

He considered his position did not allow him to risk the necessary in the hope of winning the superfluous.

 

음식은 음식. 술이 돌고 돌아가자, 취기가 오르자, 뻥튀기가 시작됩니다.

똠스키Томский도 한몫 낍니다.

백작부인 안나 폐도토브나Анна Федотовна, 자기 할머니인 이야기로 말이죠.

아주 오래 된 60년 전 이야기지만, 그녀는 파리에서 ‘러시아의 비너스’로 이름을 날렸었답니다.

그런데 그녀가 베르사유Versailles궁에 들어갔다가, 카드놀이로 오를레앙Orleans 공작에게 거의 전 재산을 날렸다지 뭡니까.

 

이 부인의 이야기를 듣는 남편(똠스키의 할아버지)의 반응은 불문가지不問可知,

그 노름빚 청산에 한 푼도 내놓을 수 없다고 했다고 하네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딱 한 사람, 백만장자이자 ‘카사노바’인 쌍제르망St. Germain이 떠오르더래요.

그에게 손을 벌렸답니다.

그가 ‘비너스’에게 돈을 빌려줬을까요?

아니죠.

그는 돈 대신, 카드놀이 비법을 알려주었답니다. ‘석 장의 비법’을.

그날 밤, 백작부인은 를레앙공이 물주가 된 왕비와의 카드놀이에 참여해,

일단 공작에게는 아직 돈 못 갚은 것에 대해서는 정중하게 사과한 후에,

게임이 시작되자마자, 이 비법으로 공작에게 잃었던 돈을 다 만회했고,

그 후론 카드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는 이야기였죠.

 

똠스키의 이야기가 끝나자, 저마다 한 마디 씩 합니다.

우연이다. 카드에 표시를 했다. 이야기 자체가 뻥이다.

헤르만 이 사람 생각은 어땠을 것 같아요?

그는 똠스키 이야기 내내 그의 표정만 살폈답니다.

아주 진지한 그 표정, 또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믿지 않자 화내는 그 표정을.

사람들이 그런 비법이 있으면 넌 왜 항상 잃기만 하느냐 묻자,

똠스키는, 할머니가 그 비법을 자신의 네 아들에게도 알려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제2장

 

백작부인이 드라이브를 나가려 부산을 떨고 있는데 똠스키가 들어옵니다.

나루모프라는 친구 하나가 인사드리러 왔다고 하는데, 할머니는 지금 마음이 바쁩니다.

“인사야 나중에 파티 장에서 하면 되지 뭘 그래!”

백작부인의 양녀 리자볘따Лизавета(Elisabeth)가 작은 소리로 묻습니다. 민간인인가 군인인가 하고요.

군인이라고 하자, 또 묻습니다.

“그 사람 공병인가요?”

“아뇨. 기병이죠. 왜 공병으로 생각하시죠?”

리자볘따는 그냥 웃음만 짓습니다.

 

백작부인의 올해 나이는 87세, 마음이 나쁜 것은 아닌데, 변덕이 심하고, 탐욕이 많고, 이기적이고, 그렇답니다.

한때 잘 나갔던 사람들이 언제나 그렇듯이, 현재라는 것은 개념에도 들어있지 않고, 머릿속엔 오직 과거의 추억뿐이죠.

백작부인이 옷을 차려입고 나온 리자볘따를 야단칩니다.

“무슨 차림이 그렇게 요란하지?

다시 가 가볍게 입고 나와라. 빨리 나가자!”

문밖으로 나서자 이번엔 바람이 너무 세다고, 춥다고, 난리입니다.

“안 되겠다. 오늘은 그냥 집에서 쉬자.”

바람 한 점 없이 화창한 오늘인데도 말입니다.

“아이고, 내 신세야.”

리자볘따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합니다.

 

이 리자볘따는 참 불쌍한 사람이에요.

원래 가난한 집에서 자라다, 집이 하도 어려워 이곳에 양녀로 들어오게 된 것이랍니다.

그런데, 하루 종일 백작부인 곁에서 시중을 들어야하고, 봉급은 정해져있지만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고,

판단력이 떨어진 노부인에겐 날씨도 울퉁불퉁한 도로도 사사건건事事件件 다 그녀 탓이고,

파티에선 꾸어놓은 보릿자루 모양으로 어색하기 짝이 없습니다.

방에 혼자 있을 때, 외로움에 서러움에 얼마나 많이 눈물을 흘렸는지는 아무도 모른답니다.

 

잠깐, 오늘 이 ‘날씨 소동’ 이전, 그러니까 똠스키가 ‘러시아의 비너스’ 이야기를 한지 이틀 후로 돌아가 보죠.

그날도 리자볘따는 평소처럼 창가에 앉아 수를 놓다가, 무심코 창밖을 내다보는데, 누군가가 이 집 쪽을 보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5분 후에 봐도, 몇 시간 후에 봐도, 그 공병장교 차림의 사나이가 그 자리에 그냥 서있는 것이었어요.

그날 이후, 그 사람은 하루도 빠짐없이 그 자리에 서있었고, 어느 때부터인가는 미소로 인사하게까지 되었답니다.

그래서 아까 똠스키에게 공병이냐고 물었던 거죠.

괜히 자신의 비밀만 노출시킨 꼴이 된 겁니다.

 

독일인이 러시아 장교라고요?

그런 것은 아니고, 그의 아버지가 러시아로 귀화해, 여기 사람이 되었고, 그래서 그가 지금 공병장교랍니다.

아주 신중한 성격의 사람이지만 그렇다고 야심까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의 말을 한 번 들어볼까요?

“No! Economy, temperance and industry:

those are my three winning cards.”

돈을 아끼고, 행동을 절제하고, 근면하게 일하는 것. 자기의 필승카드 석 장이라네요.

‘석 장?’ ‘석 장의 비법?’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지 않나요?

네, 맞아요. 똠스키의 그 얘기를 들은 후, 헤르만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생각은 오직 하나였죠.

‘내가 그 카드비법을 전수받을 수만 있다면∙∙∙∙∙∙∙?

내 재산을 두 배, 아니 일곱 배 늘일 수 있다면∙∙∙∙∙∙∙?’

‘그 집 가서, 그 노부인에게 잘 보여 그 비법을 전수받을까?’

그런데 걱정이 하나 있네요. 그 나이 든 부인이 언제 죽을지 어찌 알겠어요.

다음 달에? 아니면 며칠 후에? 그런 생각을 하며 걷는데,

마차들이 부산하게 드나들며, 사람들로 가득한 어떤 저택이 눈에 띄어, 여기가 누구 집이냐 물으니,

그 백작부인 댁이라는 대답을 들었고, 그래서 이 집을 멍하니 올려다보게 되었는데,

그런 그의 모습이 그날 리자볘따의 눈에 들어오게 된 것이었어요.

일은 그렇게 되었던 것이랍니다.

 

 

제3장

 

어느 날 백작부인 모시고 나가는데, 마차 가까이에서 기다리고 있던 그 사람이 리자볘따의 손에 편지를 쥐어줍니다.

이런 모습을 다른 사람들이 눈치를 채지 못한 것이 다행이네요.

방에 돌아와 읽으려니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왜 그랬을까요.

아, 글쎄, 이 얼간이 같은 헤르만, 독일 책 여기저기서 그럴싸한 말들을 잔뜩 베껴서 준 것이지 뭡니까!

 

이제 리자볘따에게 고민이 시작됩니다.

이런 일을 같이 의논해볼 친구도 없고, 그렇다고 상담해줄 상대가 있는 것도 아니고∙∙∙∙∙∙∙

돌려줄까? 앞으론 창가에 앉지 말까? 앉아 있으면서 그냥 모른 체 할까? 아니면, 답장을 써?

결론은 답장쓰기.

“좋은 뜻으로 이 편지를 썼다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사람 사이의 관계가 이런 식으로 시작되는 것은 싫습니다.”

그렇게 써서, 창밑에서 기다리고 있는 그에게 그냥 던져버렸습니다.

 

3일 후에 어떤 여자아이가 편지를 들고 왔는데, 리자볘따가 봉투에 쓰인 글자를 보니, 헤르만의 필체 아니겠어요?

그래서, 그 자리에서, 그 편지를 열지보지도 않고, 그냥 쭉쭉 찢어버렸답니다.

그렇다고 포기할 헤르만이 아니죠.

매일 편지를 보내왔죠. 정말로 매일요.

이제는 베낀 것이 아니라, 애절한 마음을 담아 자신의 글로 말입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리자볘따의 마음도 돌아서고, 이젠 그녀는 아예, 편지를 기다리는 ‘중독증’에라도 걸린 것처럼 되었답니다.

 

결국 어느 날, 헤르만에게 이런 편지까지 쓰기에 이릅니다.

“오늘 밤 백작부인이 파티에 갔다 2시경에 돌아오는데,

11시35분에 현관을 통하면 누구 눈에도 띄지 않고 내 방으로 들어올 수 있어요.”

자기 방에서 기다리고 있으라는 이야기죠.

드디어, 밀회가 이루어지게 된 것입니다.

 

헤르만은 그 추운 날씨에, 밖에서 벌벌 떨며 길을 왔다 갔다 하며, 그들이 파티로 떠나기만을 초조하게 기다립니다.

드디어 백작부인이 하인들의 부축을 받고 나와 마차에 오르고, 리자볘따도 그 마차를 타고 떠나는 것이 보입니다.

헤르만은 편지의 내용에 따라, 집안으로 잠입합니다.

그 다음, 어떻게 되었을까요?

사실, 헤르만이 노렸던 것은 백작부인 방으로 들어갈 기회였던 것이죠.

 

그가 리자볘따의 방을 지나쳐 노부인의 방에 들어섭니다.

고색창연 가구들과 금빛 반짝거리는 장식품들, 사방엔 쥐 죽은 듯 고요함뿐, 헤르만이 침대 쪽 커튼 뒤로 몸을 숨깁니다.

 

드디어 편지에 쓰여 있던 대로 두 시가 되자, 여기저기서 움직임이 부산해지는가싶더니, 백작부인이 파티에서 돌아옵니다.

헤르만은 그냥 숨어서 동정을 살핍니다.

리자볘따가 노부인을 돕는데, 피곤한 그 부인의 모습을 보니 ‘해골’이 따로 없습니다.

이제 모두 돌아가고, 백작부인 혼자 남습니다.

장미꽃으로 장식한 머리 수건을 벗고, 가발도 벗는데, 머리핀들이 비 오듯 떨어집니다.

이제, 잠옷에 나이트캡 차림. 숨어서 보고 있는 헤르만의 마음도 불편합니다.

노인네들 다 그렇듯, 잠든다는 것은 참 힘든 일입니다.

이 노부인도 침대로 향하는 대신에, 흔들의자로 가 거기에 쓰러지듯 앉습니다.

앞뒤로 흔들흔들하는 그 모습, ∙∙∙∙∙∙∙ ∙∙∙∙∙∙∙ 그러다, 그 움직임이 뚝 멈춥니다.

자기 앞에 서있는 헤르만을 본 것이죠.

 

혼이 나간 듯, 두 눈만 멀뚱멀뚱.

헤르만이 조용히 말합니다.

“놀라지 마세요. 해칠 생각 없어요. 단지 한 가지만 부탁드리러 왔어요.

카드게임에서 이기는 비법만 알려주시면∙∙∙∙∙∙∙”

꼼짝 않고 있던 그녀가 이제 상황판단을 했다는 듯, 입을 엽니다.

"It was a joke, I assure you it was only a joke."

물러설 헤르만이 아니죠. 설득을 시도합니다.

“사실인 것을 안다. ∙∙∙∙∙∙∙ 비밀을 간직해야 무슨 소용이겠나. ∙∙∙∙∙∙∙, ∙∙∙∙∙∙∙”

하지만 이 할머니, 계속되는 설득에도 요지부동입니다.

할 수 없이 헤르만은 방법을 바꿉니다.

이를 부득부득 갈며,

"You old hag!"

이라며 눈을 부릅뜨고,

"then I will make you answer!"

총을 꺼내듭니다.

하지만, ‘불쌍한’ 헤르만, 이제 희망을 가질 수 없게 되었답니다.

할머니가 놀라, 저 세상으로 떠나버린 거예요.

 

 

제4장

 

한편, 방으로 돌아온 리자볘따는 헤르만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안도의 한숨을 내쉽니다.

사실 목소리 한 번 들어보지 못하고, 편지만 주고받던 사이인데 밀회를 신청한 자신이 경솔했다고 후회하던 참이었거든요.

더구나 아까 파티 장에서의 똠스키. 그가 오늘은 웬일인지 계속 마주르카를 청했고,

(마주르카는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과 추는 춤)

“난 당신 마음속에 누가 있는지 다 알아요. 헤르만에 대해선 내 모르는 게 없거든요.

그 친구 참 낭만적인데, 나폴레옹의 모습도 있고, 메피스토텔레스의 영혼도 있고, 또, 적어도, 양심에 세 가지 범죄∙∙∙∙∙∙∙.”

하다가, 다른 여인들이 끼어들자, 그가 그쪽에 정신이 팔려 떠나버렸고, 백작부인이 이제 돌아가자, 해서 돌아온 것이거든요.

그 다음 이야기가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에 젖어있는데 갑자기 헤르만이 방으로 튀어 들어옵니다.

백작부인이 죽었다는 말에 더욱 놀라고, 헤르만 자기 때문에 죽었을 수도 있다는 말에, 더더욱 놀라며,

아까 똠스키의 ‘세 가지 범죄가∙∙∙∙∙∙∙’ 하고 끝을 맺지 못한 말이 머리를 스칩니다.

 

헤르만이 사건의 전말을 숨김없이 있는 그대로 다 털어놓자 리자볘따가 내뱉습니다.

“이런 악마 같으니라고∙∙∙∙∙∙∙”

자기를 연모해서가 아니라 자기를 단지 백작부인에게 접근하기 위한 디딤돌로 이용한 그가 악마처럼 보이는 거야 당연지사當然之事.

“난 죽이려 했던 것이 아니란 말예요. 내 총은 장전되어있지도 않았다고요.”

하지만, 이제 와서, 그런 말이 무슨 소용이겠어요.

 

이제 날은 밝아오고 있는데 아직도 창가에서 생각에 잠겨있는 헤르만.

리자볘따는 그에게서 나폴레옹의 모습을 느낍니다.

결국 그녀가 헤르만에게 비밀계단으로의 열쇠를 건네주고.

그는 노부인의 방을 다시 지나, 비밀계단을 통해 밖으로 나오게 됩니다.

 

 

제5장

 

그로부터 사흘 후에 열린 장례식. 헤르만이 양심에 걸려 그곳으로 향합니다.

아니, 그보다 더한 실질적이고 중요한 이유가 있죠.

미신을 믿는 그는 죽은 사람의 혼령이 자기를 계속 괴롭히지 않게 하기위해서라도 자기가 가서 사죄해야한다고 생각한 거죠.

 

장례식장은 평온합니다.

가까운 사람 먼 친척 다 왔는데 우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너무 오래 살았다고들 생각하기 때문이죠.

 

장례예배 절차가 끝나고 떠나는 자에게 경의를 표하는 순서입니다.

가족들이 먼저, 그러고 나서 손님들이 노부인에게 마지막 인사를 합니다.

헤르만도 용기를 내어, 관 앞으로 다가갑니다. 노부인을 들여다보던 그가 털썩 주저앉습니다.

헤르만은 분명히 봤습니다. 노부인이 자기에게 윙크하는 것을요. 환상이었는지 정말로 그랬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사람들이 그를 부축해 나오는데 그의 귀에 들려옵니다.

“저 사람이 백작부인의 숨겨놨던 아들이래.”

여기저기서 수군댑니다.

 

놀란 가슴 달래려, 평소의 그와는 달리 헤르만이 술을 거하게 마십니다.

집으로 돌아온 그, 옷도 벗지 않은 채 그냥 쓰러집니다.

하도 속이 타, 일어나 보니 새벽 세시 반입니다.

누가 창문으로 들여다봅니다. 잘못 봤겠지. 그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 복도로 슬리퍼를 끌고 오는 소리가 들리더니, 방문이 스르륵 열리고 나이 든 부인이 들어섭니다.

누가 이 한밤중에∙∙∙∙∙∙∙ 하며 헤르만이 그 부인을 쳐다봅니다.

바로 백작부인!

 

그녀가 말합니다.

“오고 싶지는 않았는데 네 소원을 들어주라는 명령을 받아 할 수 없이 왔다.

비법을 알려주겠다. 카드의 순서는 Three, seven, ace다.

하지만 조건이 있다. 첫째, 지금부터 24시간 내에 한 게임만 한다. 그리고 그 후에는 평생 카드를 하면 안 된다.

또 하나 있다. 리자볘따와 결혼해라. 그러면 네가 나를 죽인 죄를 용서해주겠다.”

노부인은 말을 마치고 조용히 사라집니다.

헤르만이 따라 나가 봅니다. 하인은 술에 취해 쓰러져 있고, 현관문은 아까 그대로 잠겨있습니다.

 

 

제6장

 

헤르만의 머릿속엔 이제 Three, seven, ace뿐입니다.

시계를 봐도, 예쁜 아가씨를 봐도, 7과 3과 에이스와 결부시켜 생각합니다.

내가 어떻게 얻은 비법인데∙∙∙∙∙∙∙, 파리로 가서 한 판 크게 벌여봐? 하지만, 거기까지 어떻게 24시간 안에∙∙∙∙∙∙∙

다행히, 그의 고민이 가볍게 풀려버립니다.

모스크바Москва의 도박장 주인 체깔린스끼이Чекалинский가 이곳 삐체르부르크Петербург에 도박장을 열었습니다.

그는 한 마디로 거물 도박사입니다.

이곳 젊은이들이 카드놀이에 빠져 무도회가 성립되지 않을 정도입니다.

 

나루모프가 헤르만을 그곳으로 안내합니다.

호화의 극치인 이곳의 장식. 장군들과 추밀원 고문관들의 모습도 보입니다.

예순 살쯤 되어 보이는 은발로 덮인, 체깔린스끼이가 끊임없이 미소를 띠고 오갑니다.

나루모프가 그에게 헤르만을 소개합니다.

나루모프가 축하해줍니다. ‘금욕세계를 벗어나 카드세계로 들어옴을 환영’한다고. 크게 한 번 따보라고요.

 

드디어, 첫 번째 게임.

얼마를 걸겠냐는 게임주물음에, 헤르만이 말합니다.

“4만7천 루블.”

듣도 보도 못한 그 베팅 액수에 도박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손을 멈춥니다. 저 친구 지금 제정신인가?

게임主 체깔린스끼이가 친절하게 말합니다. 아직 이 도박장에서 한 판에 275루블 이상을 건 사람이 없다고.

“그런 것은 상관없고∙∙∙∙∙∙∙ 하실 겁니까? 아니면 포기하시렵니까?”

헤르만이 이 거물 도박사의 자존심을 건드리며 묻자, 그가 말을 잇습니다.

“물론 당신의 신용을 믿지만 그래도 규정상 현금이 있어야 게임을∙∙∙∙∙∙∙”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헤르만은 미리 준비해온 수표를 꺼냅니다.

이제 사람들이 이쪽 테이블로 몰려옵니다. 이런 구경거리가 또 어디 있을까요?

 

(내가 모르는 게임 내용을 설명할 수는 없는 일. 어쨌든∙∙∙∙∙∙∙)

헤르만이 택한 마지막 카드는 3이고. 그의 승으로 끝납니다.

게임主는 애써 태연한 표정 지으며 현금을 내주고, 헤르만은 레몬주스 한 잔 마시고 자리를 뜹니다.

 

비법은 단 한 번만 유효하다고 했으니 이것으로 끝일까요?

그 다음 날. 헤르만은 어제 딴 것 다 합쳐서 9만4천 루블을 다 베팅합니다.

∙∙∙∙∙∙∙

이번 헤르만의 카드는 7. 또 勝입니다.

문을 나서는 헤르만의 표정은 여유만만 합니다.

 

그 다음 날은 물어볼 것도 없죠.

그제는 3, 어제는 7이었으니 오늘은 에이스 차례, 이것이 헤르만의 생각입니다.

∙∙∙∙∙∙∙

그가, 이번에도, 지금까지 것 다 합쳐서 베팅 테이블에 올려놓습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태연한 태도를 유지했던 게임主, 오늘은 카드를 만지는 손이 덜덜 떨립니다.

이제 고관대작들은 말 할 것도 없고 여기 이 도박장의 하인들까지 다 모여 테이블을 빙 둘러싸고 구경합니다.

∙∙∙∙∙∙∙

드디어 헤르만이 소리칩니다.

“Ace다! 이겼다!”

그러자, 게임主 체깔린스끼이가 차분하게 말합니다.

“손님, 당신의 Queen이 졌는데요.”

그게 뭔 소리? 헤르만이 다시 보니 자기 카드가 Queen인 거예요.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지? 얼떨떨해진 헤르만이 자기 카드를 다시 한 번 들여다보니,

스페이드 퀸The Queen of Spade  그 카드 속에서 백작부인이 미소 지으며 윙크를 보냅니다.

 

노름꾼들은 저마다 한 마디씩 던지고, 체깔린스끼이는 다시 카드를 섞고, 노름은 계속됩니다.

“멋있는 내기였어!”

“크게 한 번 썼네그려.”

 

그 다음은 어떻게 되었냐고요?

오부코프Обухов 정신병동에 한 번 가보세요.

거기 17호에서는 계속,

“three, seven, Ace∙∙∙∙∙∙∙ three, seven, Ace∙∙∙∙∙∙∙,”

이 소리만 들려온답니다.

 

참, 리자볘따 이야기를 해야겠군요.

그녀는 ‘좋은 사람’을 만나서 잘 살고 있답니다.

 

영어 : http://www.gutenberg.org/zipcat.php/13437/13437-8.txt

러시아어 : http://rvb.ru/pushkin/01text/06prose/01prose/0866.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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