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틀이식 책 요약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뚝틀이 2015. 12. 7. 02:12

Александр Солженицын(1918-2008), Один день Ивана Денисовича 1962

Alexander Solzhenitsyn,                      One Day in the Life of Ivan Denisovich

 

 

 

오전 5시, 기상신호가 울립니다. 매달린 레일토막을 망치로 치는 소리입니다.

손가락 두 겹 두께의 성에가 얼어붙은 유리창, 그것을 통해 끊어질듯 이어질듯 희미하게 흘러들다 잠잠해집니다.

날씨가 워낙 추워, 간수도 망치를 오래 잡고 있기가 싫었나 봅니다.

 

이반 졔니소비치 슈코프Иван Денисович Шухов,

기상신호에 제일 먼저 일어나곤 하던 그였는데, 오늘은 온몸에 통증이 느껴지고 열이 납니다. 일어날 수 없습니다.

그가 꾸지민Кузьмин의 말을 기억합니다.

   "여긴 법이라는 게 없어. 밀림과 같은 거지.

    하지만 이런 데서도 얼마든지 살아남을 수 있어.

    여기서 죽는 놈이 있다면, 그건 남의 죽 그릇을 넘보는 놈, 의무실이나 드나들며 편히 누워 있을 궁리만 하는 놈, 

    또는 간수장을 찾아다니는 놈들, 그놈들뿐이지."

간수장을 찾아다닌다는 건 밀정이란 얘기입니다.

슈코프는 담요랑 작업복을 푹 뒤집어쓰고 눈을 감고 있지만,

귀에 들리는 소리로 작업반원들의 움직임을 환히 알 수 있습니다.

오물통 들고 오가는 소리도 들리고, 작업반장이 서두르는 것도 느껴집니다.

 

옆에서 독실한 침례교인 알료쉬까Алёшка가 기도합니다.

누군가가 배급받아온 빵을 훔쳐갔다는 소리도 들리는데, 그건 오늘 저녁 누군가는 빵을 못 받는다는 얘기입니다.

누군가가 지금 밖이 영하 30도라고 하는데 실망입니다. 영하 41도 아래로 내려가야 작업이 면제됩니다.

식사시간까지 1시간의 여유가 있는데, 이 시간이 죄수들의 ‘부업’시간이기도 하죠.

먹을 것을 챙겨놓은 자들의 신발을 데워주기도 하고, 식당 청소를 도와주며 먹을 것을 기웃거리기도 하는 시간이요.

 

슈코프는 이제 양호실을 가야겠다고 생각합니다.

하루만이라도 작업면제를 부탁해 볼까? 그런 달콤한 생각에 젖어있는데, 간수가 담요를 걷어냅니다.

   “샤Щ-854! 부르БУР 3일!”

'부르'는 캠프 독방인데, 슈코프는 그곳을 기억합니다.

열흘이면 폐렴에 걸리는 것이 확실하고, 보름이면 죽음이 보장되는 그런 곳입니다.

 

다행히, 부르는 그냥 겁을 주려는 엄포용이었고, 그가 간수 층 사무실 바닥청소에 끌려갑니다.

부르보다는 나은 벌이라 다행, 슈코프가 방한화를 벗고 열심히 닦습니다.

방한화가 맞는 경우는 거의 없고, 장갑은 금방 찢어집니다.

슈코프는 요령을 압니다.

'중요한 것은 깨끗한 것이 아니라 보기 좋도록 만드는 것'

일을 마친 그가 식당으로 달려갑니다. 아침을 놓치면 큰일입니다.

 

다행히, 페츄코프Фетюков가 그의 죽 까샤каша를 확보해놓았습니다.

이 죽이라는 것은 취사반원들이 다 빼돌려 몇 숟갈 되지도 않고,

수프라는 것도 썩은 생선과 야채로 멀겋게 끓인 것입니다.

작업현장용으로는 제대로 굽지도 않은 딱딱한 검은 빵이 나오는데,

그나마 한 달에 며칠은 절식일로 지정해, 이것조차도 나오지 않습니다.

 

슈코프가 양호실로 갑니다.

시를 쓰고 있던 위생병 꼴랴Коля가 말합니다.

   "아프려면 어젯밤에 아팠어야지. 지금은 닫혔거든."

그러면서 체온계를 넣어줍니다. 37.2도. 38도가 넘어야 일이 면제됩니다.

 

슈코프가 그의 소속 제104작업반으로 향합니다.

작업반장대리 빠블로павло가 그를 공손하게 맞습니다.

슈코프가 자기 빵과 설탕을 손에 올려놓고 무게를 가름해본 후,

반쪽은 주머니에 넣고 바느질로 꿰매고, 반쪽은 매트리스 속에 감추어둡니다.

알료쉬까도 비슷한 동작을 보이는데, 그는 빵이 아니라 성경을 옮겨 적은 것을 감추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 작업반의 운명이 결정되는 중요한 날입니다.

상부에서 정한 그대로 '사회주의 단지' 건설 지구에 투입되면,

움막집 한 채 없고, 불도 못 피우는 그 눈 덮인 허허벌판으로 나가서,

동태가 되지 않으려면 그저 죽어라 하고 곡괭이를 휘두르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도 며칠이 아니라 한 달 내내 그래야 하니, 죽음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반장 츄린Тюрин이 어떻게든 해보려 담당자에게 가있습니다.

물론 빈손으로 가서는 말이 통하지 않습니다.

 

이제 점호시간.

볼코보이волковой, 슈코프는 이 자를 기억합니다.

줄에서 좀 벗어났다고 피가 흐를 때까지 채찍질을 하던 자입니다.

그가, 금지된 물품 음식 편지를 찾아낸다며, 반원들 러닝과 팬티만 남기고 다 벗깁니다.

부이노프스키이Буйновский가 항의합니다. 추운 날에 옷을 벗기는 것은 규정에 어긋난다고요.

이 사람은 해군중령이었는데, 영국제독이 선물을 보내와, 그 때문에 끌려왔습니다.

플래넬 조끼를 입었던 그는, '규정위반'으로, 열흘간 부르行입니다.

 

슈코프는 걸릴 것이 없어 ‘행복’합니다.

러닝셔츠 밑에는 가슴, 또 그 가슴 속에는 영혼 밖에 없거든요.

편지요? 한 해에 두 통가지는 정식으로 허용되지만, 거기에도 관심이 없습니다.

부인으로부터 오는 편지라야 그저, 꼴코스колхоз의 두목이 어떻고, 어떻게 하면 돈을 벌 수 있고∙∙∙∙∙∙∙

그런 편지를 읽느니, 차라리 여기 동료들과 이야기하는 편이 훨씬 더 좋습니다.,

 

다행입니다. 반장 츄린Тюрин이 결국 해냈습니다.

104작업반은 '사회주의 단지' 건설대신, 변전소 건설에 투입됩니다.

누군가가 그쪽에 대신 투입되겠지만, 그건 상관 없는 일입니다.

몰아치는 눈보라 속에 작업장으로 대오를 지어 행진하는데,

대열에서 벗어나면 예고 없이 총살이라는 경고이지만,

얼굴을 가리지 않고는 도저히 걸을 수가 없습니다.

슈코프가 생각합니다. 간수하는 일도 쉬운 것이 아니겠구나.

 

슈코프가 맡은 일은 벽돌을 쌓는 것입니다.

이 혹독한 추위에 몰타르가 자꾸 얼어붙어, 동작이 빠르지 않으면 작업이 진행되지 않습니다.

머릿속 잡생각을 다 지워버리고, 전력을 다해 쌓습니다.

마치 자기 집을 짓는 것처럼 실수 없이, 빨리빨리.

그는 이 작업반에서 제일 열심히 일하고, 그래서 다들 그를 존경합니다.

 

슈코프는 반역죄로 이곳에 들어왔습니다.

제2차 대전 중, 독일군에 포로로 잡혔었는데, 그곳에서 탈출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당국이 그를 ‘적에게 회유된 스파이’라고 단정짓고, 자백을 않으면 사형에 처하겠다고 협박해,

그의 사인을 받아낸 후, 10년 시베리아 노동캠프 형을 내렸습니다.

 

얼굴이 얽고 덩치가 좋은 반장 츄린,

그에게는 카리스마가 있어, 눈썹움직임만으로도 상대방을 제압합니다.

좀 뚱한 성격에 엄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자상한 면도 있습니다.

죄수들에게 말을 걸기도 하고, 또 힘든 일을 거들어주기도 하고,

타르페이퍼tar paper로 창문을 막아도, 규정위반이라며 따지는 대신, 그냥 못 본 체합니다.

대원들이 그를 좋아합니다.

 

슈코프가 난로를 세우고 연기를 빼내려 연통작업을 합니다.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래를 말리기 위한 것입니다.

연통 묶을 줄을 가져오라고 16살 곱치크Гопчик를  보냅니다.

곱치크는 죽어가는 병사에게 우유를 줬는데, 하필이면 그 병사가 반군이었습니다.

 

슈코프가 연통을 연결하자, 불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합니다.

휴식, 이제는 몰타르를 미리 개어놔도 어차피 식사하는 동안에 다 말라버릴 것입니다.

첩자에 대한 대화가 오갑니다. 곳곳에 첩자기 심어져있다고요. 두 명이 칼에 찔렸고, 한 명은 당국에 보호를 요청했답니다.

동료가 슈코프에게 형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축하하자, 그는 형기가 연장되지 않기만 바랄 뿐이라고 합니다.

곱치크가 슈코프에게 줄을 가져와, 스푼 만드는 법을 배워달라고 합니다.

 

슈코프가 사무실로 음식을 가져갑니다.

체자르 마르코비치Цезарь Маркович에게로요.

이 사람은 ‘불온영화’를 찍은 감독인데, 뇌물을 바쳐 사무실 근무입니다.

슈코프가 그리로 가는 도중, 흘러나오는 소리를 듣습니다. 시멘트가 바람에, 목재들이 땔감으로 사라져버린다고요.

체자르는 옆 사람과 열띤 논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가 ‘폭군 이반’의 예술적 수준이 높다고 하자,

상대방은, 예술도 좋지만 이제 영적인 면도 좀 풍부해졌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슈코프가 까샤를 건네며, 내심 담배 한가치를 바라지만, 그런 것 없습니다.

 

부이노프스키가 몸이 좋지 않아, 반장대리 빠블로가 그에게 음식을 더 주자, 페츄코프가 시기어린 분노의 눈초리를 보냅니다.

반장 츄린이 희소식을 갖고 돌아옵니다. 작업반의 성과가 좋아, 5일 동안 식량배급량이 늘어날 것이라고 합니다.

츄린은 아버지가 꿀라크kulak 즉 부농이라는 사실, 단지 그 이유만으로, 성실하게 근무하던 군대에서 쫓겨나,

전역 후, 변방으로 보내진 뒤, 여행증명서조차 안 나오자, 몰래 여대생 틈에 섞여 기차를 타고 나와,

일자리 없이, 전당포 신세를 지며, 암시장 빵으로 살아오다, 이곳으로 끌려왔다고 합니다.

그 여대생들도 끌려왔고, 자기를 추방했던 장교들은 숙청되어 총살당했답니다.

그가 동생을 차라리 범죄자로 살라며 조직에 넘겼는데, 그 후 그를 다시 보지는 못했답니다.

이제, 여기 변전소랑 104작업반이 자기의 새로운 고향이라고 합니다.

 

이제 일터로 돌아가는 길, 슈코프 눈에 눈 속에 떨어진 쇠붙이가 들어와, 주머니에 집어넣습니다.

나중에 이것으로 칼을 만들 생각인데, 이건 정말 횡재입니다.

 

작업장에 돌아온 이들, 우선 바람을 막을 타르페이퍼부터 세웁니다.

어두워지기 전에 몰타르 작업을 해야 하는데, 그 작업에 네 명이 필요합니다.

누구를 고를까 하는데, 츄린이 자기가 4번째가 되겠다고 하고, 빠블로도 자원합니다.

이들은 관리계층이라 작업을 하지 않아도 되지만, 솔선수범 차원에서 자원하는 것이고, 이런 행동이 존경심을 일으킵니다.

벽에 낀 얼음을 깨내며, 몰타르를 개어 담을 쌓기 시작하는데, 알료쉬까는 그 힘든 일에도 절대 미소를 잃지 않습니다.

침례교도인 그는 이 25년형도 주님의 뜻이랍니다.

 

감독 데르Der가 와, 타르페이버는 불법이라 트집 잡는데,

츄린은 그를 그냥 손짓해 돌려보내고, 하던 작업을 계속합니다.

시간은 빨리 지나고, 식사시간임을 알리는 신호가 울리는데도, 슈코프는 킬딕스Кильдигс보고 먼저 가라고 하고,

남아서 열심히 일을 계속하는데, 사실 위장도 ‘열성’입니다. 그가 주은 귀중한 모종삽을 숨길 기회를 찾으려는 것이기 때문이죠.

 

작업반원 한 사람이 보이지 않는데, 몰다비아Moldavia에서 온 죄수입니다.

사방을 찾아보니, 작업장 한구석에 잠이 들어 있습니다.

누구는 그가 도망가려다 걸렸다고 하고, 또 누구는 그가 스파이라고 합니다.

어쨌든 이 사람 때문에 전체 식사가 늦어진 것은 사실, 일부는 분풀이로 그에게 주먹을 날립니다.

 

아직도 몸이 좋지 않은 슈코프, 양호실에 갈까 하다가, 지금은 저녁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행입니다.

공병대원들이 슈코프의 팀보다 먼저 식당에 도착했지만,

‘첩자살해’ 이후 ‘무기소지’ 확률이 높은 그쪽이 소지품 검사를 철저히 받아,

104작업반이 그들보다 먼저 식당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슈코프에게는 낭패, 아까 주운 철 조각이 있습니다.

간수가 한쪽 장갑을 털어보더니 그냥 통과, 슈코프가 안도합니다.

다른 쪽 장갑을 먼저 털어봤다면, 슈코프는 부르行 신세였을 것입니다.

이제 그가 나흘정도 작업하면 이 쇳조각으로부터 나이프가 태어날 것입니다.

배급이 빡빡한 이곳에서 슈코프의 행동원칙은 일단 생긴 음식은 무조건 보관해두는 것,

또, 무엇인가가 생기면 숨겨 놨다 작업해, 그것을 음식과 교환하는 것입니다.

 

슈코프가 앞사람에게, 달이 작아지면 그 없어진 부분은 어디 가는지 묻고,

그가 달이 차고 기우는 원리에 대해 과학적으로 자세히 설명하자,

그런 게 아니라며 자기의 이론을 말합니다.

   “달은 매일 부서져 별이 되지.”

 

슈코프가 ‘아르바이트’ 건을 찾아, 체자르에게 그 대신 줄을 서줄까 물어봅니다.

이 사람은 매달 가족으로부터 음식소포를 받곤 합니다.

소포실에는 이미 열댓 명이 줄서있는데, 한 시간 정도 길이,

나중에 체자르가 오자, 그에게 자리를 넘겨주고 식당으로 갑니다.

슈코프가 오늘 열심히 일한 포상으로 400그램 빵을 받습니다. 이제 이 빵이 남의 손에 들어가지 않게 해야 합니다.

슈코프가 체자르의 배식량을 그에게로 가져가니, 그가 동료들에게 소포ㄹ 온 내용물들을 보여주다,

슈코프가 가져온 자기 저녁을 그냥 먹으라고 합니다. 이것 또한 횡재입니다.

 

오늘의 연이은 횡재들을 기뻐하며, 슈코프가 담배를 사, 막사로 돌아갑니다.

저녁점호evening roll call는 끝났는데, 2차 점호 여부는 아직 모릅니다.

막 잠이 들려하는데, 2차 점호 신호가 울립니다.

체자르가 패닉상태에 빠지자, 슈코프가 그를 달랩니다.

자기가 맨 마지막까지 남아 지킬 테니, 점호 후 맨 먼저 돌아오라고요.

체자르가 자기 소포를 지켜준데 대한 답례로 비스킷 2개와 소시지 하나를 줍니다.

부이노프스키이가 남의 밥그릇을 핥다 걸려, 피투성이가 되어 돌아옵니다.

전직 중령 그로서는 말이 아니고, 더구나 이제 부르 10일간입니다.

 

잠들기 전, 슈코프가

   “또 하루를 무사히 지내게 해주신데 대해 감사합니다.”

   "Cлава тебе, Господи, еще один день прошел!"

하자, 알료쉬까가 그에게 기도는 육적인 것이 아니라 영적인 것에 대해 하라고 합니다.

슈코프가, 갑자기 이유 없이, 그에게 비스킷 하나를 건네줍니다.

슈코프는 오늘을 만족하며 잠에 듭니다.

잘 먹었고,

담배를 샀고,

부르에 들어가지 않았고,

칼을 만들 쇠붙이를 주웠고,

∙∙∙∙∙∙∙

 

이반 졔니소비치 슈코프Иван Денисович Шухов의 형량 3653일 중 하루가 이렇게 지나갔습니다.

 

 

 

http://www.davar.net/EXTRACTS/FICTION/onE-DAY.HTM

http://lib.ru/PROZA/SOLZHENICYN/ivandenisych.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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