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틀이식 책 요약

루쉰의 ‘광인일기’

뚝틀이 2015. 12. 14. 05:57

魯迅(1881-1936), 狂人日記 1918

 

 

주인공 ‘나’는 이름도 없다.

작가가 내게 이름을 붙여주지 않고,

내 일기를 그저 묶어서 이렇게 펴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겉장에 있는 魯迅이 작가가 아니라, ‘내’가 작가고,

내가 이 ‘狂人日记’를 썼으니 내 이름이 그냥 狂人이 되는 것이라고나 할까?

 

오늘밤 달빛 참 밝기도하다.                                                  今天晚上,很好的月光。

내가 달을 보지 못한 지 어언 30여년,                                      我不见他,已是三十多年,

오늘 밤에 달을 보니 내 정신이 유별나게 상쾌하다.                   今天见了,精神分外爽快。

지난 30여년 내 아주 얼빠져 지낸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지만,     才知道以前的三十多年,全是发昏;

그러기에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然而须十分小心。

그렇지 않다면 그 조씨집 개가 왜 두 눈 똑바로 나를 보았지?      不然,那赵家的狗,何以看我两眼呢?

내가 두려워하는 것에도 일리가 있지 않은가.                           我怕得有理。

 

(짜오) 영감네들이 나를 보는 눈이 심상치 않았다.

  아니 개들뿐이 아니다. 조영감 이 사람,

    또, 아까 모여서 수군대던 그 7,8명,

      아니, 여기로 돌아오는 길에서 만났던 그 사람들,

        아니, 거기다 또 아까 내가 소리쳐 쫓아버린 아이들,

     이들 모두가 지금 무엇인가를 꾸미고 있다. 난 그걸 느낀다.

 

이들이 도대체 나한테 무슨 원한이 있는 것이지?

내 그들의 원한 살 일 그런 것은 한 적이 없는데 말이다.

한 20년 전에 고구古久선생의 출납부를 밟아 그를 화나게 한 적이 있는데,

조영감이 그 이야길 들었고, 지나가는 사람들까지 꼬드겨, 날 미워하게 만든 것일까?

그럼 아이들은? 이 녀석들은 그 당시 태어나지도 않았는데?

알겠다. 부모들이 그렇게 가르친 것이다.

 

길에서 본 사람들, 전에도 본 이 사람들의 어제 표정은 평소보다도 더 흉악했다.

  더욱이, 물어뜯어도 시원치 않겠다며我要咬你几口才出气 자기 아이를 때리다,

    나를 쳐다보던 그 여자의 얼굴과 이빨! 그 모습을 보며 웃던 주위 사람들!

      내가 진노오陈老五(천lao우)에 끌려왔을 때, 나를 보던 집안사람들!

        방에 들어오자마자 나를 가두고 자물쇠를 채우던 나의 식구들!

 

전에 소작농들이 형에게 들려주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어떤 마을의 악당이 죽자 사람들이 그의 간을 기름에 튀겨먹었다는 그 이야기.

내가 그 말에 끼어들자 나를 차갑게 쳐다보던 그 소작인.

이제 알겠다. 여기 식구들도 다 사람을 먹는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나도 먹어치우지 않는다고 누가 보장하지?

그 여자가 ‘물어뜯겠다咬你几口’고 말할 때 나를 보았던 것도 암호였을 것이다. 미리 짜놓은 암호!

 

그렇다면, 형은?

난 아직도 형이 내게 논어(論語, )를 배워주던 때를 기억한다.

      我还记得大哥教我做论,

아무리 착한사람에게서라도, 내가 뭔가를 찾아내 토를 달면, 형은 거기에 동그라미 몇 개를 쳐주었고,

      无论怎样好人,翻他几句,他便打上几个圈;

나쁜 사람을 용인하는 문구를 써넣으면, ‘기상천외’ 라든가 ‘독창적’ 이라 해주곤 했다.

      原谅坏人几句,他便说 “翻天妙手,与众不同”。

내 저들의 속생각을 짚어 끌어내볼 도리가 없는데, 하물며 잡아먹을 궁리를 하고 있는 때에야.

      我那里猜得到他们的心思,究竟怎样;况且是要吃的时候。  

 

그냥 넘겨짚는 것은 옳지 않은 일, 연구하고 분석을 해봐야한다.

난 역사책들을 뒤져본다.

‘인의도덕’ 글자들이 삐뚤게 또 구부러져 있다.

      歪歪斜斜的每叶上都写着“仁义道德”几个字。

어차피 잠이 오지 않아 한참을 더 보다 만나게 된 글자,

      我横竖睡不着,仔细看了半夜,才从字缝里看出字来,

책 가득히 들어있는 ‘취런吃人(사람을 먹다)’이라는 두 글자!

      满本都写着两个字是“吃人”!

 

내 갇힌 곳으로 음식상에 놓여 들어온다. 생선 찜 하나.

이 녀석 눈을, 또 떡 벌린 입을 보니, 사람을 먹고 싶은 모양이다.

젓가락을 대보아도 생선인지 사람인지 모르겠다. 결국은 다 토해버린다.

진노오陈老五(진씨네 집 다섯째 아들이라는 뜻)에게 밖에 좀 나가겠다고 사정해도 풀어주지 않는다.

 

형이 의사를 데리고 오는데, 난 안다. 이 사람이 얼마나 망나니인지.

그가 맥을 짚는다는 핑계로 내 살집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본다.

      无非借了看脉这名目,揣一揣肥瘠.

한참을 꿈지럭거리더니, 걱정할 것 없단다. 잘 쉬고 잘 먹으면 잘 될 거란다.

                                   不要乱想. 静静的养几天,就好了.

살 좀 잘 오르게 해서 잡아먹겠다는 그런 뜻을 이렇게 조심스럽게 엄숙하게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난 참을 수 없어 한 바탕 크게 웃었다.          我忍不住, 便放声大笑起来,

그러고 나니 기분이 좋아진다.                                  十分快活.

이런 나의 용기와 배포에 두 사람이 눌린 모양이다.       被我这勇气 正气镇压住了.

그 의사가 형을 밖으로 불러내더니 작게 속삭인다. 빨리 잡아먹으라고.  赶紧吃罢.

형이 고개를 끄덕인다.

 

아~! 형도 사람을 잡아먹는 인간이구나!

그러면 나는 사람을 잡아먹는 사람의 동생이다. 내가 잡아먹힌다 하더라도 말이다.

식인종의 동생인 나!

 

설령 그 늙은이가 진짜 의사라 해도, 사람을 잡아먹는 의사다.

본초本草인가 하는 책에도 분명히 씌어 있지 않던가? 사람을 삶아 먹을 수 있다고.

나의 형 역시 내게 글을 가르칠 때, 분명 ‘자식을 바꿔서 잡아먹는 일’은 있을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때는 그저 흘려들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저들은 죽은 고기만 먹는다.

  저들은 내가 죽기를 기다리고 있다.

    조씨네 개가 짖기 시작한다.

      하이에나는 죽은 것만 먹고,

        하이에나는 늑대의 친척이다.

          그런데 늑대는 개의 조상이다.

             조씨네 개가 나를 노려보고 있다.

 

딱한 것은 형이다.

어떻게 저들과 한 패가 되어 날 잡아먹으려 하지? 양심을 잃어서?

난 형부터 개심시켜야겠다는 생각으로 그에게 가, 문을 막고 서서 이야기를 꺼낸다.

   “말하기가 참 쉽지 않는데∙∙∙∙∙∙∙,

    옛날에 원숭이가∙∙∙∙∙∙∙, 또 역사에∙∙∙∙∙∙∙,

    형이 날 잡아먹고 난 후, 사람들은 또 나중에 형을∙∙∙∙∙∙∙.”

내가 형에게 이야기하고 있는 동안에도, 이 문밖에 조영감이 서있고, 또 다른 사람들도 있다.

조영감의 개는 아예 안으로 들어온다.

처음에는 차갑게 웃음을 띠고 있던 형의 눈빛이 점점 사나워지더니,

내가 본론으로 들어가자, 그가 버럭 화를 내며 밖에 있는 사람들을 쫓는다.

   “모두 나가요! 미치광이가 뭐 그리 재미있어요!” “都出去!疯子有什么好看!”

 

이제 알겠다. 이들이 고쳐지기는커녕 얼마나 교묘한지를!

  나에게 미치광이라는 핑계거리를 미리 준비해놓았던 것이다! 预备下一个疯子的名目罩上我!

    이렇게 하면 나중에 후환이 없을뿐더러, 동정해 줄 사람도 없을 테니까. 이것이 바로 상투적인 수단!

      난 소리를 질러댔다. 모두 마음을 고쳐먹으라고.

        진노오陈老五가 달려와 내 입을 막지만 난 계속 소리쳤다. 그러면 안 된다고.

      그가 나를 방에 집어넣더니, 아예 이불로 덮어씌운다.

    아하, 이제는 날 죽이려고? 난 있는 힘을 다해 빠져나온다.

 

해를 볼 수 없다. 방문도 열 수 없다.

매일 두 끼 식사만 시간에 맞춰 들어올 뿐이었다.

이제 내 누이동생이 죽은 것도 사실 형 때문이었던 것을 알게 되었다.

귀엽고 예쁘던 내 누이. 그때 어머니가 서럽게 우셨는데, 울지 말라고 위로하던 형,

아마도 자기가 잡아먹어 양심의 가책을 느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어머니도 그걸 알고 계셨을까? 어쩌면 알고 계셨을 수도 있다.

그땐 내가 네댓 살 때였다. 형이 이런 말을 한 적도 있다.

부모가 병이 들면, 자신의 살을 한 조각 베어 푹 삶아 공양하는 것이 도리라고.

어머니도 거기에 대해 나쁘다고 말씀하시지는 않았다.

하지만, 한 조각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사실, 통째로 먹을 수도 있다는 얘기 아닌가.  

 

생각을 할 수가 없다.

4천 년 동안 때때로 사람을 잡아먹은 곳,

이곳에서 내 여기 섞여있다는 것을 오늘에야 깨닫게 되었다.

형이 집안 살림을 책임지자마자 누이가 죽었다.

형이 음식에 독을 섞어 우리들에게 먹이지 않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누이동생의 고기를 먹지 않았다고도 장담할 수 없다.

이제 드디어 나의 차례가…….

아이들을 구해라! 救救孩子!

 

 

http://www.millionbook.net/mj/l/luxun/lh/002.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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