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틀이식 책 요약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 -장발장- 2'

뚝틀이 2015. 12. 12. 01:00

쇄골이 부러지고 머리의 상처에서도 출혈이 심한 마리위스.

할아버지는 그의 옆을 지키지만, 상태는 위중, 의사도 자신하지 못합니다.

깊은 상처에, 감염에, 섬망증delirium에,

사랑을 잃은 상처로 인한 삶의 의욕 상실에...

그의 눈에는 마버프가 쓰러지는 모습이 보이고,

그의 귀에는 소년 가브로쉬의 노랫소리가 들리고,

입술에는 떠나가는 에뽀닌느의 차가운 이마가 느껴지고,

앙졸라 꾸페라크 꽁브페르가  모습들이 나타났다 사라집니다.

그립고 슬프고 아름답고 용감한 비극적 운명의 사람들.

 

반 년 정도 지나자 그가 어느 정도 회복되고,

또 그 사이 정국도 안정되어 이제는 사실상의 사면도 이루어진 상태,

그 인색하기만하던 할아버지가 기쁜 마음에 하인들에게 돈을 나눠주기까지 합니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기도하는 모습까지 봤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마리위스는 이제 하루 빨리 코제트를 다시 만나볼 생각만 하지만,

할아버지는 손자의 이런 집착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두 사람 사이에 격한 언쟁이 벌어지다, 손자가 ‘아버지’를 부르고...

결국 이 할아버지도 그 코제트라는 아가씨를 한 번 만나보기로 합니다.

이제 만남. 코제트는 비록 수줍어는 하지만, 기쁨에 들떠 어쩔 줄 모르는 반면,

포슐르방Fauchelevent이라는 이름으로 서있는 장발장은 날카롭게 상황을 관찰합니다.

할아버지는 귀족 특유의 오만함으로 그의 이름까지 틀리게 부르고,

마리위스는 이런 만남의 성사에 그저 아무 말도 못하고,

오직 코제트만이 자신의 마리위스에 대한 사랑을 ‘노래’할 뿐입니다.

할아버지가 코제트의 아름다움과 상냥함에 마음이 흔들리는 것이 보이자,

장발장이, 코제트는 부잣집 아이라며, 60만 프랑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습니다.

크게 놀라는 할아버지, 하지만 연인들은 이런 ‘사소한’ 일 따위는 느끼지도 못합니다.

 

둘의 결혼식 날짜가 잡히고, 준비가 착착 진행됩니다.

할아버지는 귀족이라면 모름지기 이래야 한다며 보석에 사치에 아낌없고,

코제트의 신분에 마음이 걸려하던 할아버지의 여동생은 유산을 물려줄 생각까지 하는데,

마리위스와 장발장, 막상 이 두 사람의 만남에선 차가운 분위기만 감돕니다.

마리위스의 눈에는, 장발장은 자베르를 죽인 살인자일 뿐.

결혼식 며칠 전, 좋지 못한 소식이 전해져옵니다.

장발장이 오른손을 못 쓸 정도로 크게 다쳤다고 합니다.

 

마리위스는 또 다른 생각에 잡혀있습니다.

우선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떼나르디에를 돕는 일,

하지만 아무리 수소문을 해봐도 그의 행방을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아니, 사실,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 누가 자기를 구해줬는지 알아내는 것.

그동안 택시 기사를 찾아도 봤고, 경찰에게도 가보았지만, 어떤 정보를 얻을 수 없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모르는 사람을 구해줬다면, 궁금해서라도 여기 나타났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 정도 피범벅의 부상자를 싣고 다녔다면, 경찰이 조사라도 했어야하는 것 아닌가?'

 

결혼식 당일, 교회로 향하던 이들의 마차가 교통체증에 갇힙니다.

모두의 시선이 이 화려한 마차에 집중되는데, 한 사람이 특히 관심을 가집니다.

신부의 아버지가 눈에 익었는지 유심히 보던 그가 옆에 앉은 젊은 여자에게 말합니다.

   “아젤마Azelma, 저기 누구 결혼식인지 알아봐.”

 

결혼식장, 필요한 모든 서류에 장발장의 몫까지 마리위스의 할아버지가 대신 서명합니다.

집으로 돌아온 이들을 맞는 화려한 꽃과 등불, 크리스털 잔, 고급 식기.....

바이올린과 플룻의 소리가 집안에 울려 퍼지고,

코제트가 뽕메르시 부인의 신분으로 새로 태어납니다.

 

집으로 돌아온 장발장, 한동안 서성대다,

칭칭 감긴 붕대를 푸는데, 그의 손은 멀쩡합니다.

코제트가 사생아라 밝힐 수도 없고, 가짜 이름 포슐르방으로 서명할 수도 없는 일,

이 결혼이 나중에 원천적으로 무효가 되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그가 생각해낸 ‘해법’이었던 것이죠.

엄습해오는 이 허탈감. 그가 침대에 머리를 박고 흐느낍니다.

자기의 유일한 존재이유요, 보호와 사랑의 대상이었던 코제트가 떠났습니다.

하지만, 스스로를 위로합니다. 코제트의 행복은 나의 행복, 이제 나의 역할은 끝났다.

   "Her happiness was the object of my life.

    Now God may sign my dismissal. Cosette, thou art happy; my day is over."

 

장발장은 이제 더 이상 숨길 생각이 없어, 다음 날 마리위스에게 밝힙니다.

자기는 전과자라고. 자기는 코제트를 보호했을 뿐이라고.(물론 팡틴느 이야기는 빼고)

이 놀라운 이야기에 충격을 받은 마리위스가 한참을 고민하다 묻습니다.

왜 그런 사실을 털어놓느냐고요.

장발장이 대답합니다.

   자기는 진실을 속이는 일을 할 수가 없다고.

   자기 스스로를 존중하기 위해서는, 남의 멸시를 받는 쪽을 선택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마음이 무너진 마리위스가 그래도 관대히 그의 손을 잡는데, 그때 코제트가 들어옵니다.

마리위스가 잠깐 나가달라고 하자, 코제트가 장난스러운 심술기를 보이는데,

장발장이 그제야 자기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를 깨닫는데,

마리위스가 단호한 표정으로 앞으로는 여기 오지 말아달라고 합니다.

장발장이 창백해진 얼굴로 눈물까지 흘리며 애원하자, 마리위스가 마지못해 승낙합니다.

   "하지만 밤에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몰래 올 것."

 

그날 이후, 장발장은 가구도 없는 지하실로 안내되곤 합니다.

코제트는 이런 식의 만남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더구나 왜 갑자기 아버지라 말고 ‘무슈 장Monsieur Jean’이라고 부르라 하는지,

거기에다 또 왜 아버지가 자기를 '부인Madame'이라 부르며 깍듯이 존칭어를 쓰는지.(tu, vous)

이런 식의 만남이 계속되던 어느 날 코제트가, 마리위스가 묻더라고 합니다.

   "앞으로는 당신 지참금 말고 내 돈만으로 살면 안 될까?"

장발장이 느낍니다. 마리위스가 이제는 그 60만 프랑의 출처까지 의심하는구나.

 

이제는 지하실의 의자까지 빼버리고, 난방도 없습니다.

이런 확실한 의사표시에 장발장은 더 이상 그곳에 갈 수가 없습니다.

자기 집과 그곳을 시계추처럼 왕복할 뿐인데, 그 왕복운동이 더욱더 잦아집니다.

코제트가 물어도, 마리위스는 장인이 다른 곳에 볼일이 있어 간 모양이라고 둘러대곤 합니다.

'아버지'를 사랑하기는 하지만, 신혼 단꿈에, 바쁜 생활에, 그의 존재를 잊곤 하는 코제트.

하지만 이것은 삶의 진리 아니겠어요?

젊은 사람들이 무덤을 향해가는 노인네들을 쉽게 잊는다는 것.

 

이제 그 시계추도 멈추고,

장발장은 방으로 들어오는 음식에 손 대지도 않고, 

아예 침대에 누워 방에서 나오지 않는 지 보름이나 지났습니다.

어느 날, 고열高熱.! 그가 거울 속에서 자신의 서른 살 때의 모습을 봅니다.

코제트를 데려오던 날 아이의 옷을 침대 위에 쭉 늘어놓더니, 미리엘 신부가 쥐어 준 그 은촛대에 불을 밝힙니다.

   “아, 이제, 이렇게 허망하게 죽어야하나?”

 

몇 주 후, 마리위스에게 정치가라는 사람으로부터 쪽지가 들어옵니다. 장발장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사지 않겠냐는 내용,

그 필체와 그 종이에 절은 담배 냄새, 마리위스는 즉각 그가 떼나르디에임을 알아차리고,

어차피 아버지의 유언 그 빚을 갚고 싶었던 차, 그 인간을 들어오라 합니다.

결혼식날 아젤마를 시켜 '코제트의 남편' 집을 알아낸 떼나르디에,

그가 몰라보게 달라진 말쑥한 차림으로 들어와,

이제 파나마로 은퇴하려 하는데, 자기를 금전적으로 도와주면,

당신의 장인이 도둑이요 살인자요 또 전과자라는 것을 알려주겠다고 합니다.

마리위스는 그것은 자기도 이미 알고 있고, 또 당신이 어떤 종류 인간인지도 알고 있다며, 경멸조로 500프랑을 꺼내놓습니다.

아예 내친 김에 이 '불청객'의 기를 죽여버리려 자기가 알고 있는 내용을 말합니다.

그가 마들렌느 시장을 납치, 그의 재산을 빼앗고, 자베르를 죽였다고요.

 

자기를 뭉개버리려는 그 의도에 떼나르디에가 즉각 반박합니다.

천만에! 장발장과 마들렌느는 동일 인물! 그가 그 증거로 당시 신문을 펼쳐놓습니다.

코제트의 지참금 그 거액도 그가 마들렌느란 이름으로 공장을 할 때 번 돈이라고 합니다.

더구나 장발장이 자베르를 살려주었지만, 그 경감이 스스로 강에 투신해 자살한 것이라고요.

마리위스가 크게, 아주 크게, 놀랍니다. '그렇다면 장발장은 올곧은 사람인데, 내가 잘 대했던 것인가?'

 

마리위스의 고민이 막 시작되려는데, 떼나르디에가 말을 잇습니다.

그런데, 장발장은 사실 도둑이요 살인자, 그가 강도짓을 하고 시체를 하수구에 유기하려다가 그 속에 갇혔는데,

어떤 사람에게 그 증거물로 반지와 옷 조각을 내밀고 나서야 나올 수 있었다고요.

그러면서 소위 그 증거물들이라는 것을 내밉니다.

자신의 반지를 한눈에 알아본 마리위스, 곧장 옷장으로 달려가,

찢어진 옷을 가져와 그가 내민 조각을 맞춰보는데, 당연히 옷감도 잘라진 부분도 정확하게 일치!

"이 악당!" 그가 소리칩니다.

"당신은 그에게 죄를 씌우려했지만, 그를 파괴하려 했지만, 오히려 그를 위대한 사람으로 만들어요."

아버지의 유언은 지키려는 그, 당장 4,500프랑, 또 다음 날 2만 프랑을 줄 테니, 이제 다시라곤, 영원히, 나타나지 말라고 합니다.

 

누가 바리케이드에서 자기를 구해줬는지, 누가 하수구를 통해 자기를 집으로 데려왔는지,

이제야 비로소 알게 된 마리위스. 그가 코제트에게 달려갑니다.

장발장의 집으로 향하며, 자기가 알게 된 것을 들려줍니다.

   “코제트, 그거 알아요?

    그는 내 생명을 구해줬어요!

    위험과 죽음의 고비를 넘나들면서 말예요.

    코제트, 또 더한 것도 주었어요. 바로 당신을 내게 줬어요!

    그렇게 하고도 그가 내로부터 무엇을 구했는지 알아요? 내게 용서를 빌었어요.

    그는 희생, 철저하게 자기를 희생했어요. 그는 용기, 미덕, 영웅다움, 성스러움, 모든 것을 지닌 분이에요.

    그분은 천사에요!”

 

둘이 장발장의 침대로 달려가자, 그가 말합니다. 자기는 이제 죽음의 길로 들어섰다고요.

   “진실을 모든 진실을 말해주셨어야죠. 무슈 마들레느.

    자베르의 목숨을 살려주셨잖아요.

    제 목숨을 구해주셨잖아요.

    그런데, 왜 그런 이야기는 안 하셨죠?”

그들이 진심으로 열렬히 사랑한다고 말하자, 장발장의 눈에 눈물이 고입니다.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하나님의 얼굴을 보는 일이지.”

     To love another person is to see the face of God.

그가 신비의 힘을 얻은 듯 벌떡 일어나 십자가를 가져오더니 다시 앉습니다.

그가 자기 돈은 모두 정직하게 번 것임을 확인해주고,

또 코제트의 어린 시절을 이야기해주고,

떼나르디에를 용서해주라는 말도 덧붙이더니,

자기 무덤엔 그저 무명의 묘비 하나만 세워달라고 합니다.

 

그의 창백한 얼굴이 하늘을 향하더니 뒤로 젖혀집니다.

장발장Jean Valjean,

그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닙니다.

어두움의 한 가운데서 천사가 날개를 펴고 그의 영혼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http://www.gutenberg.org/files/135/135-h/135-h.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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