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틀이식 책 요약

카프카의 ‘변신’

뚝틀이 2015. 12. 17. 03:02

Franz Kafka(1883-1924), Die Verwandlung 1915

 

그레고르 잠자Gregor Samsa는 판매원입니다.

어느 날 아침, 불안한 꿈에 시달리다 깨어나 보니, 자신이 커다랗고 흉측한 벌레ungeheueres Ungeziefer로 변해 있습니다.

   (많은 경우에 '괴물'이라고 번역되는데, Ungeziefer는 일종의 '자작어'로 어느 특정한 동물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가 이를 악몽으로 생각, 다시 잠을 청해보는데 볼록하게 나온 딱딱한 등껍질 때문에 돌아누울 수가 없고,

또 배가 가려워 긁으려는데 수많은 발들이 자기 몸에 징그럽게 달려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옵니다.

시계를 보니 이미 늦었습니다. 출근시간에 맞춰 타고 가야할 기차를 놓쳤습니다.

그레고르가 자기가 그동안 얼마나 고달프게 살아왔는지를 생각합니다.

그는 언젠가는 부모와 여동생을 부양하는 의무로부터 해방되고 싶었습니다.

어머니가 노크를 해, 그가 대답을 하려다 자신의 목소리가 변한 것을 깨닫습니다.

그레고르에게 아프냐고 물으며 문을 열라 하는데, 그가 침대에서 일어나려해도 변한 몸이 말을 듣지 않습니다.

 

한 시간도 채 안 되었는데, 회사에서 지배인이 달려와 어쩐 일로 아직 출근하지 않았는지 묻습니다.

최근 그레고르의 실적까지 들먹이는데 그 안에 은근한 협박이 담겨져있습니다.

그가 침대에서 버둥거리다 겨우 바닥으로 떨어져 문 쪽으로 가지만,

이제 그에게는 손이 없어, 문손잡이를 입으로 돌려 엽니다.

지배인이 이 이상한 벌레에 흠칫 놀라 물러서더니 밖으로 나가버리고,

그레고르가 그를 따라가려하자, 아버지가 지팡이로 그를 다시 방으로 몰아넣는데,

문이 닫힐 때, 그의 몸이 거기에 찡겨 상처를 입습니다.

 

그레고르는 그 정도의 움직임으로도 힘이 들어 다시 잠에 빠집니다.

하긴, 몸이 이렇게 변하기 전에도, 그는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곤 했습니다.

다시 깨어나 보니 그 사이 누군가가 먹을 것을 들여놓아, 그가 기뻐하며 다다가지만,

자기가 그렇게도 좋아하던 빵에 우유인데도 전혀 입에 맞지 않아 도저히 먹을 수가 없습니다.

다음 날 아침 그레테Grete가 들어와, 그가 음식에 손을 대지 않은 것을 보더니, 상한 음식부스러기를 놓아주고 갑니다.

이것은 먹을 수 있습니다.

 

그레테가 방청소를 하는 동안, 그레고르는 소파 밑으로 들어가 숨고,

그녀가 청소를 끝내고 나가면, 그가 조용히 앉아 가족들의 대화를 듣곤 합니다.

어머니가 자기가 방에 들어가 아들을 한 번 봐야겠다는데 가족이 말립니다.

그레고르가 일을 나가지 못하니, 이 집 경제가 아주 어려워졌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레고르는 변화된 몸에 점점 익숙해집니다.

벽을 타고 오르고 천장에 매달리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그레테가 가구들을 치우기 시작하는데, 그레고르는 벽에 걸린 그림은 그대로 갖고 싶습니다.

털모자에 스카프를 한 여인의 그림, 누이가 그 그림을 떼어낸 것이 슬픕니다.

 

처음에는 자기에게 공간을 더 만들어주려 가구를 치우는 줄 알았는데,

그것은 착각,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방은 잡동사니들로 가득해지고 있습니다.

다른 방을 세놓으려, 쓸 만한 가구들은 그쪽으로 옮기고 여기는 창고가 되어가는 것입니다.

 

그레테 그를 부릅니다.

이렇게 변한 몸에 대고 직접 그의 이름을 부르기는 처음입니다.

그레테가 방문을 닫고 나가는 것을 잊어, 그리고르가 방에서 나와 부엌으로 가는데,

어머니가 그의 변한 모습을 보더니, 놀라 기절해버립니다.

그때, 초인종이 울립니다.

아버지가 일터에서 돌아온 것입니다.

그가 그레테의 표정이 이상해진 것을 보더니 무슨 일이 있었느냐 묻고,

그레테가 어머니가 기절했다면서 방금 일어났던 일에 대해 대충 들려주는데,

아버지는 그 '간단한' 보고에 그레고르가 무슨 난폭한 짓을 저질렀다고 오해한 모양,

그의 얼굴 표정이 험해지는데, 그 변화를 읽은 그레고르가 얼른 다시 자기 방으로 향합니다.

자기는 전혀 '위험한 벌레'가 아닌, 언제나 다시 얌전하게 돌아가는 그런 벌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거죠.

하지만, 지금 아버지에게는 그의 그러한 미묘한 생각방법까지 이해할 수 있는 여유가 없습니다.

 

아버지가 "야!"하고 소리 지르고, 그레고르가 머리를 돌려 아버지 쪽을 쳐다보는데,

아버지는, 그레고르가 이제껏 상상조차 해 본 적이 없는, 전혀 다른 사람의 모습입니다.

이 분이, 전에 내가 업무 차 여행을 떠날 때, 침대에 누워계시기만 하던 그 아버지란 말인가?

내가 저녁에 돌아오면 잠옷 바람에 안락의자에서 잘 일어서지도 못하고 맞아주시던 바로 그 아버지란 말인가?

어쩌다 가족들과 함께 산보하다 무슨 할 말이 있으면 가까이 불러 모아놓고서야 힘없이 입을 열곤 하던 그 아버지가 맞는가?

그 아버지가 지금 꼿꼿이 바로 서있습니다. 노란 금단추가 달린 파란 빛깔의 정복을, 팽팽하게 주름 선 그 옷을, 입고 서있습니다.

5년 전 사업이 망해 집에만 들어앉아 있던 무기력한 모습, 더 이상 그 아버지가 아닙니다.

총총하고 짙은 눈썹 밑 까만 눈동자가 생기 있게 빛나고, 거칠고 더부룩했던 머리칼이 머리에 착 달라붙어 광이 납니다.

 

그레고르가 자기에게 다가오는 아버지의 장화를 보고 느끼는 것이 있지만,

그는 자기가 공격을 한다는 느낌을 주지 않도록 천천히 바닥을 움직여나가는데,

갑자기 그의 옆에 무엇인가가 툭 떨어집니다. 사과. 또 떨어집니다. 두 번째 사과.

이젠 달아나도 소용이 없습니다. 아버지가 작정하고 폭격세례를 퍼붓기 때문입니다.

처음 몇 개는 그를 스치거나 빗겨갔는데, 결국 그의 등에 사과가 꽂히고, 그가 뻗어버립니다.

그레고르는 그 상처로 한 달간이나 고생합니다.

놀라운 일, 그레고르가 생활능력을 상실했다고 가족이 그냥 쪼그라드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아버지만 은행수위로 취직한 것이 아니라, 콜록콜록하며 기운이 없던 어머니도 바느질일을 맡아 하게 되었고,

여동생 그레테도 그렇게 좋아하던 바이올린 공부를 포기하고 상점 판매원으로 취직했습니다.

이제는 식구들이 다 바쁩니다.

 

그레고르는 자기가 무용지물이 되어가는 것을 느낍니다.

그레테도 판매원 일이 힘든지, 방 치워주고 음식 챙겨주면서 신경질을 내곤합니다.

동생이 신경써주는 것이 줄어들면서 나타나는 현상이 있으니, 방에 먼지가 쌓여간다는 것.

‘먼지 쿠션’에서 지내는 그레고르는 호흡이 힘들 정도,

이제 그가 식욕도 잃고 점점 말라갑니다.

 

식구들이 생활비를 절약하려 하녀도 내보내고,

대신, 싼 값에 청소만 해주는 할멈을 고용합니다.

할멈은 때때로 그레고르에게 말을 걸어오기도 합니다.

어느 날 할멈이 그레고르의 방문을 닫아둘 것을 잊었습니다.

그날 저녁, 하숙인들이 응접실에 모여 있고, 그레테가 그들에게 바이올린을 들려주는데,

처음에는 그 음악에 빠져있던 그들이 이제 점점 지루해합니다.

하지만, 그레고르는 누이의 이 바이올린 소리가 좋습니다.

그가 자기도 모르게 점점 누이 쪽을 향하는데,

그 모습을 본 아버지가 걱정이 되어, 하숙인들을 방으로 돌려보내려 하는데, 그들이 돌아가려하지 않습니다.

이 묘한 분위기가 계속되며 긴장감이 높아지자, 그 중 한 명이 불평을 털어놓기 시작합니다.

여태까지 제대로 청소도 되지 않는 집에서 살았으니 집세를 안 내고 당장 나가겠다고요.

그 동안 열악한 환경에서 지낸 것에 대해 손해배상 소송을 걸겠다고요.

 

그날 밤, 가족들이 회의를 엽니다.

그레테가 말합니다.

   이제 더 이상 저 괴물에다 대고 오빠의 이름을 부르고 싶지 않다.

   우리 가족의 모든 어려움은 저 이상한 벌레를 그리고르라고 생각하는데서 오는 것이다.

   세든 사람들이 나가기 전에 우선 저 벌레부터 없애야한다.

아버지도 고개를 끄덕이며, 안타까움을 표시합니다.

   그레고르가 우리를 조금이라도 이해해주면 좋을 텐데....

피곤한 어머니는 이미 소파에서 잠이 들었습니다.

그레고르가 생각합니다.

비록 자기가 몸이 변하고, 생활방식도 변한 몸에 맞춰 바꾸기는 했지만,

그래도 가족에 대한 자기 사랑에는 변화가 없는데, 이제 가족의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가족은 자기를 사랑했던 것이 아니라, 그가 벌어오는 돈을 사랑했던 것,

이제 자기는 철저히 무용지물이요 기피대상입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자기 스스로가 없어져 주는 것이 최선입니다.

하긴, 그레고르는 그렇지 않아도 이미 죽어가고 있는 상태입니다.

 

다음 날, 할멈이 식구들에게 말합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요. '그'가 이미 죽었다고요.

식구들이 안도의 숨을 내쉽니다.

할멈이 나가자, 아버지가 말합니다. 이제 저 할멈도 해고해야지.

하숙하는 사람들이 나타나자 아버지가 그들보고 나가달라 하는데,

당장이라도 나가겠다고 그렇게 큰소리치던 사람들이 당황해합니다.

 

식구들이 전차를 타고 교외로 나갑니다.

밖을 내다보며 생각에 잠겨있던 그들이 놀라는 사실 하나, 지난 몇 달간 형편이 아주 좋아졌습니다.

그레고르 때문에 분위기가 위축되어, 오히려, 그들이 쓰지 않고 저축해놓은 돈이 훨씬 더 많이 늘어난 것입니다.

이들이 그동안 '그레고르'가 얻어놨던 '그 집'보다 더 좋은 집으로 이사를 갈 생각을 합니다.

 

피곤해 잠들어있는 그레테를 보니 이제 아름다운 아가씨 티가 납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이 딸에게 남편감을 구해줄 생각을 합니다.

 

 

독일어 : http://www.gutenberg.org/files/22367/22367-h/22367-h.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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