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틀이식 책 요약

길가메시, Gilgamesh -2-

뚝틀이 2015. 12. 18. 05:25

 

 

Tablet 7

 

그날 밤, 잠자다 꿈에 놀라 깨어난 엔키두가 길가메시에게 물었다.

   "왜 神들이 모여 회의를 하고 있지?"

실제로도 그랬다. 인간에게 모독을 당한 神들이 회의를 열었다.

아누Anu가 훔바바와 하늘황소를 죽인 자들을 처벌해야한다고 하고, 훔바바의 주인 엔릴Enlil이 엔키두가 죽어야한다고 하자,

사마시Shamash가 거기에 반대를 했다. 그들은 자기 말을 따랐을 뿐이라고.

이에 엔릴이 분노해 사마시에게 소리를 질렀다.

어떻게 神이 인간 편을 들 수 있냐고.

 

엔키두가 시름시름 앓더니 자리에 눕게 되었다.

슬픔에 빠진 그가, 자기들이 가져와 성문에 세워놓은 나무를 저주했다. 그때 거기서 아예 조각조각 냈어야했다고.

절망에 빠진 길가메시가 그에게 사실대로 털어놓았다.

자기가 神들을 찾아갔었는데, 엔릴 神이 자기의 애원을 딱 잘라 물리쳤다고.

길가메시는 엔키두에게 그의 묘를 성문보다 더 높게 만들고 순금으로 그의 동상을 세워주겠다고 약속했다.

 

엔키두가 사마시를 외치더니, 자기를 처음 발견했던 사냥꾼을 저주하고 神娼을 저주했다.

그러자, 멀리서 사마시의 대답이 들려왔다.

   神娼이 아니었다면, 네 어찌 맛난 음식을 먹고, 아름다운 옷을 걸칠 수 있었으며,

      길가메시와도 친구가 될 수 있었겠느냐.

         이제 네가 죽으면 길가메시는 슬픔에 잠겨 방황 길에 오를 것이다.

그 말을 들은 엔키두는 즉시 자신의 저주를 철회하고, 神娼과 그 주인이 되는 神을 칭송했다.

 

다음날 아침 엔키두가 길가메시에게 자기의 꿈 이야기를 들려주며 탄식했다.

   "어두운 벌판을 걷고 있는데,

    사자 머리와 독수리 발톱을 가진 자가 나를 잡기에 그와 싸웠지만,

    그가 월등히 강해, 그가 나를 새 모양으로 바꿔서 지하세계로 데려갔는데,

    그곳에선 왕과 神과 제사장들이 다 깃털로 만든 옷을 입고 있었고....

    모든 이의 운명이 적힌 판이 지하여왕에게 바쳐지는데.....

    내가 전장에서 ‘영광스럽게’ 죽어야 하는 것인데...." 

그 한탄 열이틀 후, 어둠의 천둥새가 덮치자 엔키두가 죽었다.

 

 

Tablet 8

 

상심한 길가메시가 자기 옷을 찢고 머리를 뜯으며,

독수리처럼 엔키두의 시신 주위를 돌고 돌았다.

죽은 새끼를 서러워하는 암사자처럼 돌고 돌았다.

그가 자신의 비통한 심정을 토로하자, 장로들도 슬퍼했다.

들판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슬퍼했고, 神娼들도 마찬가지로 슬퍼했다.

울라야Ulaja 강과 유프라테스Euphrates 강 주변의 모든 농부들과 양치기들도 슬퍼했다.  

길가메시는 우루크의 모든 석공 금세공사 조각가 공예가들을 불러 모은 후, 엔키두의 행적을 기리는 동상을 만들 것을 명령했다.

 

길가메시가 계속 친구의 시신을 지키다,

거기서 벌레가 나오자,  왕의 옷을 마치 더러운 물건이라도 되는 양 벗어던지고, 

다듬어지지 않은 가죽 옷으로 갈아입고, 홍옥 그릇에 꿀을 채우고 청자 그릇에 버터를 채워 사마시 神에게 제를 올리고,

광야로 나섰다.

 

슬픔에 잠긴 길가메시가 이제 자기도 죽어야하는 운명인지 고통스러워하다,

대홍수에 살아남은 유일한 인간이며 神들로부터 영원한 삶을 허용 받은 우트나피시팀Utnapishtim을 찾아가기로 결심했다.

그가 사는 곳은, 아직 어떤 인간도 가본 적이 없는, 태양이 떠오르는 저 먼 곳.

 

어느 날 밤. 길가메시는 잠자리에 들기 전에, 달의 神 신Sin에게 길을 보여 달라고 기도했다.

그가 한밤중에 깨어나 보니 사자들이 자기를 뺑 둘러싸고 있기에, 허리춤에 찬 도끼를 끌러 그들을 죽이고, 쫓아버렸다.

 

만수Mashu에 이르니 두 봉우리雙頭의 산이 보이는데,  봉우리 하나는 해 뜨는 곳을, 또 하나는 해 지는 곳을 향해있었다.

그곳을 지키는 전갈 모습의 괴물 부부, 남편이 말했다.

   "여기까지 온 것을 보니, 사람이 아니고 神인 모양이지?"

부인이 대답했다.

   "2/3는 神이고, 1/3은 인간이네." 

 

괴물이 길가메시에게 물었다.

   위험 가득한 황야를 거쳐, 아직 어떤 인간도 온 적이 없는 이곳에 온 그대는 누구인가. 왜 왔는가,

길가메시가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자,

괴물은, 우트나피시팀은 이 산의 반대편에 사는데, 이 산을 관통하는 터널을 지나야 그곳에 갈 수 있다며,

태양의 神 사마시가 매일 밤 이곳을 지나 다음 날 새벽 반대편으로 떠오르니, 이 터널을 열두 시간 내에 지나야하는데,

(바빌론 시대에 이미 한 시간이 60분, 하루가 스물네 시간이었다.)

어떤 인간도 그럴 수 없다고, 포기하라 말해줬다. 

하지만, 길가메시의 고집은 이 괴물도 꺾을 수가 없었고, 그가 결국 터널에 들어섰고,

앞도 뒤도 보이지 않는 암흑 속을 몇 시간, 무더운 그 속을 또 몇 시간.....

결국 열두 시간 째, 터널의 반대편으로 나올 수 있었는데,

그의 눈앞에 홍옥 루비 또 보석 빛으로 반짝이는 열매로 가득한 정원의 모습이 펼쳐졌다.

 

 

Tablet 10

 

베일을 쓴 시두리Siduri가 해변을 내다보고 있다,

가죽을 걸치고 얼굴이 그을린 낯선 나그네가 나타나자 문을 닫아걸었다.

나그네가 문을 두드리며 자기는 길가메시 왕이라고 이야기하자 그녀가 물었다. 그럼 왜 비렁뱅이에 범죄자 같은 옷차림이냐고.

길가메시가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자기도 엔키두처럼 한 줌 흙으로 돌아갈 것인지 알고 싶어 그것을 물으러 가는 길이라 하자,

그녀가 말했다.

   "길가메시여, 당신이 찾고 있는 불멸의 삶, 그런 것은 없어요.

    神들은 인간을 창조하면서 죽음도 함께 붙여 주었지요. 생명만은 그들의 권한으로 남겨 두었다는 말입니다. 

    길가메시여, 맛있는 음식으로 배를 채우세요. 밤낮으로 춤추며 즐기세요.

    옷은 눈부시게 깨끗한 것으로 입고, 머리는 씻고, 몸은 닦고,

    부인을 꼭 품고, 당신의 손을 잡을 아이들을 낳으세요.

    그것 또한 인간의 운명이지요.

    어쨌든 영생은 인간의 몫이 아니랍니다."

 

이제 쾌락엔 전혀 관심이 없는 길가메시가 그녀에게 우트나피시팀을 만나러 가는 길을 묻자, 그녀가

거기로 가려면 사마시가 매일 건너는 이 바다를 건너야하는데 죽음의 독수毒水가 출렁거리는 이 바다를 건널 수 있는 인간은 없다며,

도와줄 사람이 있다면 오직 우트나피시팀의 뱃사공 우르사나비Urshanabi뿐이니 그에게 부탁해보라고 말했다.

 

우르사나비의 집을 찾아 나선 길가메시가 자기 앞을 가로막는 우르누Urnu-뱀과 석상처럼 생긴 괴물(이하 석물石物)을 처치했다.

 

길가메시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던 우르사나비가 물었다.

   "당신 얼굴은 왜 이렇게 상하고 찌들었는가?"

길가메시가, 엔키두의 죽음, 자신의 비통함, 공포, 달랠 수 없는 결심을 들려주자, 우르사나비가 말했다.

   "항해는 불가능하다. 당신이 처치한 그 뱀과 석물 바로 그들이 이 배를 움직이게 해주고 보호해주던 존재였는데..."

 

우르사나비가 길가메시에게 산으로 들어가 60개의 나무를 깎아 오라 하고,

  길가메시가 가져온 나무가 주어진 길이에서 조금이라도 길어도 안 되고 짧아도 안 되고.....

    길가메시가 나무를 60개 해오자, 또 60개를,.... 또 60개를.... 결국 300개를 다 해오자, 그가 말했다.

      이제 이 나무들을 쇠고리로 연결하고, 거기에 물에 썩지 않도록 역청을 바르면 떠날 수 있다고.

 

다가오는 그들을 보며, 석물이 보이지 않음을 의아해하는 노인. 누구냐고 묻는 그에게,

길가메시가, 여태까지 수없이 반복했던, 사건과 슬픔과 공포의 이야기를 또 들려주자, 그 노인이 말했다.

   "영구불변의 삶이라는 것은 없어요.

    다만 神이 인간에게 삶과 죽음을 주면서 죽음의 날짜를 정해주지 않았을 뿐이죠."

 

 

Tablet 11

 

그제야 길가메시는 이 노인이 바로 그가 이토록 멀리 찾아온 우트나피시팀이라는 것을 알아보고, 그에게 물었다.

그러면 당신은 어떻게 불멸의 삶을 얻을 수 있었느냐고. 자기에게도 혹 그럴 가능성이 있느냐고.

노인이 들려주는 이야기, 전 인류를 쓸어버린 대홍수를 살아남은 그의 이야기는 이랬다.

 

옛날 옛적 먼 옛날에.....

그는 유프라테스 강 옆 아름답고 풍요롭기 그지없던 도시국가 슈룹파크Shuruppak의 왕이었는데, 

창공의 神 아누Anu, 전쟁과 우물의 神 니누르타Ninurta, 땅과 바람과 대기의 神 엔릴Enlil,

개간의 神 엔누기Ennugi, 지혜와 재주의 神 에아Ea,

이들이 모여 의논을 한 후, 인류를 없애버리기로 결정했다.

에아Ea는 비밀을 지키기로 맹세했지만, 아주 교묘한 방법으로 그 맹세를 깼다.

그가 벽을 보며 혼잣말로 읊어대자, 그 벽의 반대편에 있던 우트나피시팀이 이제 엄청난 홍수가 닥쳐올 것이라는 경고를 들을 수 있었다.

그가 바닥이 1에이커, 갑판이 여섯 개나 되는 아주 큰 배를 지을 것을 명했고,

살아있는 모든 것의 씨앗과 동물 한 가족 씩을 태우도록 하였다.

 

에아Ea가 우트나피시팀에게, 사람들이 의심하지 않도록 이렇게 이야기하라고 했다.

   "내가 떠나야만 하는 것은 엔릴Enlil의 저주를 피하기 위해서다.

    내가 떠나면 이 도시에 행운이 넘쳐 빵과 밀가루가 쏟아져 내리고 먹을 수 없을 정도의 생선이 생길 것이다."

            (적어도 여기 나오는 단어들로만 볼 때 어느 곳에도 거짓말은 없는 셈)

그 후, 우트나피시팀은 아낌없이 소와 양을 잡고, 술을 풀어, 수많은 일꾼들을 부려서 배를 지을 수 있었다.

잔치 분위기 속에 한 주일 만에 배가 완성되었고, 힘들게 그 배를 강으로 밀어 넣을 수가 있었고,

역청을 다루는 사람을 시켜 물이 샐 수 있는 틈을 다 때운 후, 전 재산을 이 사람에게 주었다.

 

폭우가 시작되자 神들조차 무서워 높은 곳으로 기어오르고,

이시타르는 그녀가 창조한 자신의 아이들이 죽는 모습을 지켜봐야했다. 

우트나피시팀의 배는 결국 산꼭대기 높이까지 올랐다.

 

우트나피시팀이 비둘기를 날려 보냈지만, 앉을 곳을 찾지 못한 비둘기는 다시 돌아왔다.

얼마 후 갈매기를 보냈지만 마찬가지로 돌아왔고,

또 얼마 후, 까마귀를 날려 보내자

이번에는 돌아오지 않았다.

 

뭍이 드러나자 우트나피시팀은 제물을 준비했고, 그동안 굶주렸던 神들이 그 옆에 빙 둘러섰다.

이시타르Ishtar는 자기와 한마디 상의도 않고 이런 일을 계획한 엔릴Enlil을 용서할 수 없다고 하고,

뒤늦게 온 엔릴Enlil은 이 홍수를 피한 자가 있다는 사실에 분노하는데,

니누르타Ninurta가 그 범인으로 에아Ea를 지목하자,

에아가 나서서 말했다.

   "홍수는 악인을 멸하기 위한 것인데, 착한 사람까지 없앨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엔릴Enlil이 들어보니 그도 일리가 있는 말이라,

그가 우트나피시팀 부부를 꿇게 하고, 그들 머리에 손을 얹어 축복하며 불멸의 삶을 주었다.

 

이 이야기 들려주기를 마친 우트나피시팀이 길가메시에게 물었다.

   "그대도 神이 되어 영원히 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고 대답하는 길가메시에게 이제 첫 번째 시험, 한 주일 동안 깨어있기

길가메시가 곧바로 깊은 잠에 빠지자, 부인이 그를 깨워 돌려보내라고 하는데,

노인은, 그가 잠들지 않았었다고 우길 것이 뻔하니, 빵을 구워 표시해 놓자고 했다. 

한 주일 후, 노인이 길가메시를 깨우니, 그가 자기는 거의 잠들 뻔하기만 했던 것이라고 항변했고,

그러자 노인이 날자 표시가 된 빵 일곱 개를 보여줬다.

첫날 빵은 말라 부스러지고, 둘째 날 빵은.... .... ....,오늘 빵은 싱싱하고.

 

노인은 뱃사공에게 말했다.

   "이제는 너도 여기로 다시 올 수 없다.

    이 사람을 데리고 가 깨끗이 씻기고, 옷을 새로 입혀 돌려보내라."

그러자 부인이 옆에서 혹 길가메시에게 들려 보낼 선물은 없는지 물었고,

그제야 생각난 듯, 노인이 길가메시에게, 여기 물 속 깊은 곳에 가시 풀이 자라는데,

그것이 사람이 살아있는 동안 젊음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는 회춘초回春草라고 알려줬다.

그 말을 듣자마자 길가메시는 발에 무거운 돌을 묶고 잠수해 들어가 그 풀을 따 올라와,

우루크로 돌아가 장로들과 나눠 먹고 젊음을 유지하겠다며 기뻐했다.

 

돌아오는 길,

어느 날 밤, 길가메시가 샘에서 목욕을 하는데,

풀냄새를 맡은 독사가 다가와 물고 가더니 이 回春草를 다 먹어버렸다.

먹자마자 껍질을 벗고 다시 젊어지는 그 뱀을 보며 길가메시는 울고 말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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