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아드’와 ‘오디세이’보다 1500년 앞선
B.C.2500년경 (지금으로부터 약 4500년 전)의 쐐기문자를 해독한,
대홍수와 방주方舟의 이야기도 생생하게 실려 있는,
인류 最古의 설형문자 서사시敍事詩입니다.
http://www.ancienttexts.org/library/mesopotamian/gilgamesh/
(보통 ‘쉬’로 번역되는 sh는 [ㅆ]가 아닌 연한 [s]라는 의미라,
여기서는 길가메쉬가 아니라 길가메시로 표기합니다.)
Tablet 1
모든 것을 본 자, 모든 것을 겪은 자, 내 그를 사방에 알리노라.
아누Anu가 그에게 모든 것을 아는 것을 허용했고, 그는 숨겨졌던 비밀을 알아냈도다.
그는 대홍수 이전의 이야기를 가져왔고, 기운이 다할 때까지 먼 곳을 다녀와 평화를 얻었노라.
길가메시는 왕이었다.
그는 땅 위에 돌을 쌓아 우루크Uruk를 건설하고,
웅대한 탑을 쌓고, 교묘한 구조의 내성內城과 외성外城을 쌓고,
하늘의 신神 아누Anu와 그의 딸이자 전쟁과 사랑의 여신女神인 이시타르Ishtar를 위한 성전을 지었다.
길가메시는 폭군이었다.
충성스런 전사들을 제물祭物로 바쳤고, 고관들의 부인과 딸들도 거리낌 없이 겁탈하곤 했다.
노인들이 탄식했다.
"왕이라는 자리는 백성을 보호하라고 있는 것인데... "
이 탄식은 하늘에까지 미쳤고, 神들은 창조의 女神 아루루Aruru에게 그에게 대항할 인간을 만들 것을 요구했다.
이에 아루루는 진흙에 침을 뱉고 비벼서 엔키두Enkidu를 만들었다.
엔키두는 농토와 도시를 피해 야생동물의 젖과 풀을 먹으면서 짐승처럼 자라났다.
어느 날 사냥꾼의 아들이 우물에 있는 그를 보고 아버지에게 달려가 고했다.
거인이 나타났다고. 그가 우리 덫을 다 망가뜨려, 이제 사냥을 못하게 되었다고.
아버지가 아들에게 말했다.
속히 우루크로 달려가 길가메시 왕에게 부탁해 신전의 창녀를 빌려오라고.
(‘신전의 창녀?’ 검색해보니, 당시엔 ‘신랑’을 기다리는 ‘처녀’들을 모아놨었다고. 이하 신창神娼)
사냥꾼의 아들은 神娼 하나를 빌려, 그녀와 함께 들판으로 가, 우물 옆에서 3일간 기다렸다.
엔키두가 나타나자, 神娼이 그를 꼬박 6박7일간 묶어두었다.
(4500년 전의 적나라한 성적 행위의 표현, 여기서는 생략.)
엔키두가 다시 야생으로 돌아가자,
동물들은 이제 그를 더 이상 같은 무리로 생각지 않고 도망가고 흩어졌다.
엔키두는 그들을 따르려했지만 이제 몸이 허약해져 달릴 수가 없었다. 의지력도 약해졌다.
상심해 돌아온 그에게 神娼이 설명했다.
도시의 환락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음악이, 음식이, 또 축제라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거기에 또, 길가메시 왕이 얼마나 강하고 무서운 사람인지.
항상 외로웠던 엔키두는 이 길가메시의 이야기를 듣자 그에게 도전할 마음이 생겼다.
길가메시도 두 번이나 엔키두에 대한 꿈을 꾸었다.
첫 번째 꿈에서는 하늘에서 운석이 떨어졌는데, 여자처럼 예뻐, 힘들여 캐어내, 어머니 닌순Ninsun에게 갖다 바쳤다.
두 번째 꿈에서는 길에서 도끼를 주웠는데, 여자처럼 예뻐, 부인을 얻은 것처럼 기뻐하며, 또 어머니 발밑에 갖다 바쳤다.
어머니가 말했다. 운석과 도끼는 너에게 도전해 올 사람을 의미하지만, 그는 결국 네 친구이자 조언자가 될 것이다.
Tablet 2
神娼은 자기가 입고 있던 옷을 잘라 엔키두에게 나눠줬다. 그에게 옷이라는 것은 이것이 처음이었다.
그녀는 엔키두의 손을 잡고 그를 우루크 시로 이끌었다.
그가 목동들이 있는 곳에 이르자, 그들이 엔키두의 덩치와 힘과 근육질 몸매에 놀랐다.
그들이 빵과 술을 가져왔는데도, 엔키두는 이것이 먹을 것이라는 것을 알아보지 못했다.
그녀가 엔키두에게 권했다. 먹어보라고. 마셔보라고.
엔키두는 하도 좋아 노래까지 불렀다.
목동들이 준 새 옷을 입고 칼을 찬 엔키두는 그들을 늑대와 사자들로부터 지켜주었다.
어느 날, 진수성찬이 담긴 접시를 들고 가던 사람이 말했다.
결혼식이 있는데, 그런데,
신부가 신랑보다 먼저 길가메시 왕과 밤을 지내야한다고.
엔키두가 그 왕에게 교훈을 주려 마음 먹고 시내로 들어서자,
왕에 맞먹는 덩치 그를 본 사람들이 그의 주위로 몰려들며 환호했다.
엔키두는 신부의 방 앞에서 기다리다가, 그곳에 들어서려는 길가메시를 막아섰다.
길가메시와 엔키두는 격렬하게 싸웠고, 성벽이 흔들리고 기둥이 흔들렸다.
결국 길가메시가 엔키두를 땅바닥에 쓰러뜨렸다.
엔키두가 길가메시에게 충성을 맹세하자,
길가메시는 그에게 변치 않을 우정을 맹세했다.
어머니 닌순이 와서 그 둘에게 축복을 내렸다.
두 사람은 함께 탐험 길에 올랐다.
엔키두가 괴물 훔바바Humbaba에 대해 이야기했다.
땅과 바람 대기의 神 엔릴Enlil이 숲을 지키게 하고 있는 그는 무적이라고.
길가메시는 그에게 도전키로 마음먹었다.
"지든 이기든 이름을 남길 것이니, 해볼 만한 가치가있는 도전 아닌가?
그건 엔키두, 너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둘은 무기를 만드는 곳에 가서, 거대한 칼과 창과 도끼와 활을 만들게 하고, 자신들의 운명을 시험해보기로 했다.
Tablet 3
길가메시가 성문 앞에서 백성들에게 훔바바의 숲을 공격하겠노라 선언하자, 놀란 우루크의 장로들이 말렸다.
"훔바바는 멀리 떨어진 숲속 사슴의 움직임까지 들을 수 있습니다. 인간이 그에게 접근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길가메시가 고집을 굽히지 않자 장로들이 말했다.
"우선, 태양의 神 사마시Shamash에게 제물을 바치고 축복을 받으세요."
길가메시가 어머니에게 이제 훔바바를 죽이러 떠나겠다고 하자,
닌순은 지붕위로 올라가 아들의 모험을 축복해준 사마시를 원망했다.
그러자 사마시가 나타나 둘을 도울 것을 약속하며, 그 표시로 이 둘을 양자로 삼았다.
이제 길가메시와 엔키두는 형제가 되었다.
둘은 빨리 걸었다. 보통사람들이라면 3주 걸릴 거리를 3일 만에 걸었다.
그곳에서 우물을 파, 사마시에게 바치고, 여행을 계속했다.
둘은 서로가 서로를 진정한 무사라고 격려했다.
(Tablet 4, 9, 12는 몇 줄씩밖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함)
Tablet 5
숲의 입구, 둘은 거대한 나무 그 높이와 그 향에 질렸다.
곳곳에 훔바바의 발자국이 보였다.
그날 밤, 길가메시는 땅에 밀가루를 뿌리고 사마시 神에게 의식을 올렸다.
길가메시가 그날 밤 꿈을 꾸었다.
계곡을 지나는데 거대한 산이 덮치는 꿈이었다.
엔키두는 그건 훔바바가 죽어서 쓰러지는 것이라고 해몽했다.
둘은 숲속에 들어서 며칠을 걷다, 사마시에게 다시 의식을 올렸고, 그날 밤 길가메시가 또 꿈을 꿨다.
야생 황소가 공격해와, 그 황소의 거친 숨 뜨거운 입김이 얼굴에 느껴지는데, 누군가가 자기에게 물을 주는 꿈이었다.
엔키두가 해몽했다. 그 소는 훔바바가 아니라 여신 사마시, 물을 준 사람은 네 아버지 루굴반다Lugulbanda라고.
둘은 걷고 또 걸었다.
다시 우물을 파, 사마시에게 바쳤다.
세 번째 꿈을 꾸었다. 땅이 흔들리고, 천둥 번개가 요란하고, 하늘에서 불과 재가 떨어지는 꿈을.
이번에도 엔키두가 그럴싸한 해몽을 했지만, 길가메시는 무섭기만 했다.
해서, 사마시에게 자기들을 보호해 달라고 기도하자, 이번에는 사마시가 직접 그들 앞에 나타났다.
"그것들은 훔바바의 옷으로부터 나오는데,
지금은 그가 그 옷을 하나만 걸치고 있지만, 일곱 벌을 다 걸치면 너희가 아무리 공격해도 이길 수 없다.
시간이 생명이다. 늦기 전에 공격해라."
둘이 드디어 훔바바가 있는 산에 도착했다.
나무 몇 그루를 도끼로 찍어 쓰러뜨리자 숲의 보호자인 훔바바가 달려왔다.
긴 칼과 단도 또 도끼가 어울리는 어지러운 싸움이 계속되는데, 둘은 무서워 소리를 지르면서도 서로를 격려했다.
힘이 부치자, 길가메시가 사마시에게 간절히 기도를 올렸고, 기도에 대한 응답으로 사마시가 13개의 폭풍을 풀어놓았고,
훔바바가 폭풍에 휘청거리는 틈을 타 길가메시가 그를 덮쳤다.
훔바바가 애원했다.
"난 당신이 닌순의 아들인 것 안다. 자비를 베풀면 앞으로 열심히 모시겠다."
그 애원에 길가메시의 마음이 흔들리는데, 엔키두가 얼른 끝장을 내라고 소리쳤다.
훔바바가, 저 자가 내가 당신을 잘 모실까봐 시기해 저러는 것이라고 하며, 엔키두의 잔혹함을 비난하고,
또, 자기가 모시는 神 엔릴Enlil이 사마시Shamash보다 훨씬 강하니, 당신이 나를 죽이면 엔릴의 저주를 받을 것이라고 협박도 했다.
엔키두가 소리쳤다. 엔릴이 알아차리기 전에 빨리 해치우라고. 또 그를 죽여야 우리가 명성을 얻는다고.
결국, 훔바바는 죽었다.
길가메시는 키가 제일 큰 나무를 잘라, 우루크의 성문에 세울 승리기념물로 다듬었다.
이어서 또 수많은 나무들을 잘라, 뗏목으로 엮고, 그 위에 훔바바의 머리를 얹어놓고, 우르크로 돌아왔다.
Tablet 6
길가메시는 자기 머리카락과 몸에 남은 격투의 흔적을 다 씻어내고, 또 무기에 남아있는 훔바바의 피도 다 씻어냈다.
머리를 뒤로 묶고 왕관을 쓴 길가메시의 모습에 반해,
사랑과 전쟁의 여신 이시타르Ishtar가 자기 남편이 되어달라고 부탁했다.
자기에게 '씨앗'을 심어준다면, 풍성한 수확, 황금바퀴가 달린 청금靑衿의 마차, 또 모든 부富를 다 주겠다고 약속했다.
길가메시가
‘필요한 것 다 있는’ 女神에게 자기는 제공할 것이 없다고 하며,
변덕 심한 女神이 사내 몸을 탐하는 것은 어차피 일시적 감정일 뿐이락 하며,
또 女神이 지금까지 노리갯감으로 삼았던 다른 ‘人間남편’들을 어떻게 배신하고 잔혹하게 처리했는지 그 하나하나를 열거한 후,
女神의 청혼을 거절하자,
분을 못 이긴 이시타르는 자기 아버지인 창공의 神 아누Anu에게 달려가 하늘황소를 빌려달라고 졸라댔다.
하지만, 아누 神이, 길가메시의 말이 구구절절 다 옳은데 죽일 것까지 무에 있느냐며 거절하자, 울화가 뻗친 딸은,
땅속에 있는 죽은 자들을 모두 살려내어 산 자들을 다 먹어치우는 잔치를 벌이겠다며 아버지를 협박했고,
그래도 아누 神은 하늘황소를 풀어주면 땅에 ‘7년간의 기근’이 들 것이라며 안 되겠다고 거절했는데,
이시타르가 자기가 이미 우루크 사람들에게 그에 대한 대비를 시켜 놓았다고 하고,
결국 아누가 마지못해 승낙했다.
이시타르가 하늘황소를 풀어놓자,
우루크 사람들은 하늘로부터 들려오는 그 울림에 놀랐고,
황소가 힘을 쓰자, 땅에 갈라지며 거기에 백 명이 빠져 죽었고...
황소가 또 한 번 힘을 쓰자, 땅이 또 갈라지며 거기에 또 백 명이 빠져 죽었고..
또 한 번 힘을 쓰려는 순간,
이번에는 엔키두가 그 황소를 공격했다.
황소가 침을 튕기며, 오물을 씌우며, 엔키두를 공격했는데,
엔키두가 황소의 뿔을 잡아 넘어뜨리고 그 꼬리를 붙잡고 있는 사이에,
길가메시가 황소의 어깻죽지 사이로 칼을 깊숙이 찔러 넣어 죽이고,
그 심장을 태양의 神 사마시Shamash에게 제물로 바쳤다.
그 모든 것을 지켜본 이시타르가 성벽에 올라 길가메시와 엔키두를 저주하는 말들을 뱉어내자,
엔키두는 황소의 피 묻은 넓적다리를 뜯어내 女神의 얼굴에 던졌고,
그에 화를 내는 女神에게, 가까이 오면 저 소와 마찬가지 꼴이 될 것이라고 소리를 질렀다.
이시타르와 추종자(神娼)들이 황소를 애도하는 동안,
길가메시는 사람들에게 하늘황소를 보여주며,
이 얼마나 멋진 神들의 작품이냐고 감탄조의 연설을 한 후,
그 머리를 잘라 기름으로 채워 자기 아버지 루굴반다Lugulbanda에게 바치고,
그 뿔을 성벽에 기념물로 걸어놓고,
그 소의 피는 유프라테스Euphrates에 뿌렸다.
백성들은 길가메시와 엔키두의 이름을 연호하며 위대한 영웅이라고 칭송했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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