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certo for Violin, Cello, and Piano in C major, Op. 56
Fantasy in C minor for Piano, Chorus, and Orchestra, Op. 80
어느새 다시 날이 밝아오고 있다.
어제 어머니를 요양원에 모시고, 내내 마음이 울적하다.
하지만, 아직 집에 오시는 것은 너무 위험,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음악이라는 것이 없다면, 내 지금 이 ‘줄거리 정리 작업’을 어찌 계속 할 수 있겠는가.
Wie hätte ich, ohne Musik, diese Literaturzusammenfassunsarbeit fortsetzen können!
처음에는 캐럴을 틀어놨었다. 예전 한 때는, 어느 곡이 나오던 4부를 다 부를 수 있던 이 노래들,
하지만, 이젠 전혀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 그래서 바꾼 것이 지금 듣고 있는 베토벤의 이 3중 협주곡.
클래식 음악에 빠져 들어가던 초기, KBS 연주회에서 들었던 곡, 무슨 이유에선지 그때,
2악장 라르고에 들어가던 순간, 난 그 '유행가' 선율에 빠졌고 눈물을 흘렸다.
그 얼마 후 조영창(첼로) 조영미(바이올린) 조영방(피아노) 남매의 조 트리오 연주회가 있었고,
기억의 융합이라고나 할까. 내 머릿속에는 이 세 자매가 이 3중 협주곡을 연주한 것으로 각인되었고....
그 후론 이 곡을 들을 때마다, 2악장 첼로가 시작되면 반사작용처럼 눈물이 흐르고....
(하지만, 와이프가 모스크바로 이곡을 연주하러 떠나기 전, 연습 때 그때는.....ㅎ)
환상 합창곡, 소프라노 파트 중심의 이 곡이 당시 내게는 '베토벤의 아류'처럼 들렸고, 바로 그 이유로 좋았고.....
이름 탓일까, 이 환상합창곡이 엉뚱하게도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과 오버랩되며,
트라이앵글과 팀파니가 여기에 합류하는 환청(?)이 들리고, 그 후에도 이 환청은 계속되고.....
그러면, 이 곡들과는 아주 대조적 분위기 칼 오르프Carl Orff의 카르미나 부라나Carmina Burana를 크게 틀어놓고 듣곤 했었다.
전혜린, 그녀가 자기 삶을 투영시키며 번역한 소설 ‘생의 한 가운데Mitte des Lebens’,
그 소설을 쓴 루이제 린저Luise Rinser, 한 때 그녀의 남편이었던 칼 오르프.
세상은 돌고 또 돌고, 또 내 생각여행도 한없는 방랑으로 바뀌고......
출출한 시간, 아침을 때우려 식은 음식들을 처량하게 덥히다 곰곰이 생각해본다.
내 무엇 때문에 지금 ‘이 짓’을 계속하고 있는 거지? 도대체 여기에 무슨 의미가 있다고?
문자 그대로 여가활동? 정말? 매일 꼬박 밤을 새곤 하는 것이 그래 고행이 아니라 여가활동이라고?
아니면, 작업 중 틀어놓은 음악을 듣고 또 듣다 보면 어느새 날이 밝아오곤 하는 관성적 습관, 그 때문에?
사실, 이런 ‘무중력 상태’에서 해방돼볼까, 블로그를 몇 달 닫기도 했었다.
하지만 무엇인가 하지 않고 가만있으면 엄습해오곤 하는 불안감.
TV는 켜고 싶지도 않고, 산행 때는 너무 많은 생각에 공포감까지 느껴지고,
기대를 걸고 잡는 ‘요즘 책’들은 거의 배신감에 가까운 허탈함으로 밀어놓았다 다시 잡았다....
불어에 스페인어 러시아어 들추기도, 이제 와서 이게 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쳇바퀴 돌기 일쑤고,
그래 자꾸 돌아가곤 하는 곳이 Gutenberg Project site, 그래서 계속되는 것이 ‘뚝틀이의 문학 산책’ 이 정리 작업.
요즘 작업은 전에 책을 읽으면서 그때그때 메모해놓았던 것을 바탕으로 줄거리를 정리하는 일인데,
메모라는 것은 원래 그 성격상, 훗날 잊힐까 걱정되어 남겨놓은 항목의 ‘단어 나열’인 반면,
줄거리라는 것은 그 하나하나의 항목이 이어지며 일관성 있게 정리되어야 하는 것이라,
기억을 더듬어 앞뒤를 연결하다 때로는 다시 원전을 읽어가며 채워 넣어야 하는데,
더구나 이것을 블로그에 올리려면 그 줄거리에 일종의 객관성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고,
거기에 추가로, 방문자에게 내 감정이 제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표현방법까지 일일이 신경을 써야 하는 작업이니....
지난 며칠 동안 작업한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 역시 마찬가지였다.
‘누구나 다 아는 스크루지의 이야기’지만, 대부분의 경우, '아주 오래 전'에 읽었을 것이라,
내 블로그를 방문하는 이들에게 내미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생각하며 시작했는데,
그림 작업 곁들이며, ‘채워 넣기’ 작업, 그 고욕이 계속된다.
공원을 내려다 본다.
아침 일찍 그 노인의 고행이 또 시작된다.
한 걸음 한 걸음 힘겹게 옮기다 쉬고, 또 다시....
이번에는 은행나무 밑 벽돌 담을 짚고 허리를 구부렸다 펴고...
하긴 나도 이제 계속 병원 신세. 내과에 치과에 안과에 또 정형외과에....
하지만, 젊은이들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젊었을 때는 건강검진 외에는 의사 신세를 진 적도 없고,
또 이제는 직장생활할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의료보험료을 내고 있으니...
게다가, 요즘 받는 치료의 대부분은 의료보험으로 카버가 되지 않는 항목들이니.....
매일 매일 '고행'을 펼치는 저 분을 보다 나 자신에게 드는 의문,
“그런데 이 모든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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