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lliam Faulkner(1897-1962), A Rose for Emily 1930
(과거와 현재가 어지럽게 뒤섞이고, ‘한참 뒤’에 가서야 ‘아까 그 장면’이 무엇이었는지를 알 수 있게 되는 그런 구조.
그런 난해한 구성이지만 이야기 그 자체는 아주 차분한 흐름.
어쩌면 바로 이런 점이 포크너 소설의 매력이라고도 할 수 있겠죠.)
에밀리 그리어슨Emily Grierson’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마을사람들 모두 그녀의 장례식에 참석합니다.
남자들은 무너져 버린 이 기념비적 존재에 대한 애정 어린 존경심에서 온 것이고,
여자들은 그녀의 집안 모습을 한 번이라도 들여다보려는 호기심 때문에 온 것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정원사요 요리사인 늙은 하인을 빼고는 누구도 이 집에 들어가 본 적이 없었거든요.
에밀리양의 집은 1870년대 특유의 우아한 양식을 살려 지은 커다랗고 네모난 목조건물로,
작고 둥근 지붕과 첨탑 또 소용돌이무늬로 장식한 발코니, 이들이 한때의 영화를 보여 주는듯합니다.
집의 위치도 한때는 마을에서 가장 좋았던 곳이었지만, 그 사이에 주변에 자동차정비소나 섬유공장 종류들이 들어서면서,
인근건물들과 그들의 존엄한 이름들까지도 ‘새롭게 변한 풍경에 어울리지 않는’ 것들로 인식되게 되었는데,
이제 에밀리양도 이들 장엄한 이름들과 함께 사라지게 되는 것입니다.
살아있을 당시 에밀리양은 이 마을에서 일종의 전통이요 관심의 대상이었습니다.
1894년 어느 날 그녀의 아버지 그리어슨이 세상을 뜨자,
이곳 시장이었던 사토리스Sartoris 대령이 에밀리양이 내야할 세금을 면제해주었는데,
혹시라도 그녀가 이런 특혜를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을까 걱정 되어 이야기를 하나 꾸며냈습니다.
市가 재정이 어려울 때 그녀의 부친이 큰돈을 빌려줬고, 市로서는 그 반대급부로 세금을 면제해주는 방식을 택했다고요.
하지만 그런 것 낡은 시대 그 세대에서나 통했던 사고방식이었고,
새 사상의 새 시대 사람들이 시장과 시의원이 되자, 이런 특혜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고,
그래서 그들은 정초에 에밀리에게 세금고지서를 우송하였습니다.
그런데 고지서를 발송한지 한 달이 지나도 답이 없어,
편리한 시간에 방문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는데, 일주일이 지나도 또 답이 없자,
시장이 몸소 편지를 써서, 보안관이 모시러 가든가 아니면 차를 보내겠다는 뜻을 전했습니다.
그제야 고풍스러운 모양의 종이에 흐르는 듯 필체로 쓴 답장이 왔는데, 세금고지서도 함께 반송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그 내용이 자기는 이제 결코 외출을 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라,
이제 ‘낡은’ 귀족과 ‘새로운’ 세대 간의 자존심싸움 양상으로 변해서,
보안관이 시의원 대표자들과 함께, 그녀의 집 문을 두드렸습니다.
늙은 흑인 토비Tobe가 그들을 침침한 응접실로 안내하는데,
그곳의 낡고 육중한 가구들은 가죽에 금이 가있고 또 다 터져 있습니다.
오랫동안 물에 담가놓아 부은 것처럼 살이 퉁퉁 찌고, 빈약한 골격에 창백한 피부의 여자가
검은 색 옷차림에 금빛손잡이의 흑단지팡이를 짚고 방에 들어서는데, 방문객들에게 자리조차 권하지 않습니다.
그녀는 꼭 밀가루 반죽에 석탄을 두 알 박은 듯 잘 보이지 않는 눈동자를 이 사람 저 사람 얼굴로 옮기며,
대변자가 더듬거리며 겨우 말을 마칠 때까지, 그저 조용히 서서 듣고 있기만 하고 있다가 말합니다.
“제퍼슨 마을에서는 제게 세금을 부과하지 않게 되어 있어요.
사토리스 대령이 그것에 대해 저에게 설명해 주셨어요.
누구든 시의 기록을 살펴보면 알 수 있을 겁니다.”
“물론 그렇게 했죠. 우리들이 바로 담당자들이니까요.
그런데, 아시겠지만, 그것을 증명해 주는 문서는 없습니다.
우리가 따라야 할 것은 그저....∙”
에밀리가 상대방의 그 말을 끊습니다.
“사토리스 대령을 만나 보세요.”
“그렇지만.....”
에밀리가 다시 말을 끊습니다.
“하여튼, 사토리스 대령을 만나 보세요. 제퍼슨에서는 제게 세금을 부과하지 않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사토리스 대령은 세상을 뜬 지 10년이 다 되어갑니다.
“토비! 이분들을 밖으로 안내해 드려.”
* * * * *
이렇게 해서 이들이 내쫓기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것은 그녀의 아버지가 세상을 뜬지 2년 후의 일이었고,
우리 모두 그녀가 결혼할 것이라 믿었던 그녀의 애인이 그녀를 떠난 지 얼마 안 되어서였습니다.
그녀는 별로 외출을 하지 않았는데, 더구나 그녀의 애인이 떠난 후, 사람들은 그녀를 볼 수 없었습니다.
몇몇 부인들이 찾아갔지만 발걸음을 되돌려야 했고, 오직 그녀의 흑인 하인이 시장바구니를 들고 드나들 뿐이었습니다.
부인네들은 이렇게 말하곤 했습니다.
“남자 하나만으로도 부엌일이 다 되는 모양이네요.”
그 집에서 고약한 냄새가 나기 시작해, 이웃들이 시장에게 불만을 호소하는데,
80살 나이의 시장 스티븐스Stevens 판사는 자기가 어쩌겠냐며 난처해할 뿐입니다.
이튿날 두 건의 불평이 더 접수되고, 이제 앞으로 이런 민원이 계속 쌓여갈 기미가 보이자,
흰 수염의 노인 셋과 젊은이가 모여 숙의합니다.
다음 날 밤 자정이 지난 다음,
네 명의 남자가 그 집 잔디밭을 가로질러,
벽돌담 아래쪽 또 지하실 입구를 따라 킁킁 냄새를 맡고,
지하실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가 석회를 뿌리고, 별채 안에도 석회를 뿌리며 소독하는데,
창문 하나에 빛이 밝아지고, 조각상처럼 서있는 에밀리가 나타납니다.
한두 주일 더 지나자 이제 냄새는 사라졌습니다.
문틀을 그림의 액자라고 생각할 때,
그 안쪽에 서있는 에밀리도 그녀의 아버지도,
말하자면, 그 문틀 안으로 들여다보이는 그림, 그 그림 속 인물들이었습니다.
“그녀의 대고모 와이어트Wyatt 부인도 끝내 미쳐버렸잖아요?”
“아무리 정신병이 유전적이라 하더라도, 그 기회를 다....”
“서른 살이 되었는데도 아직 미혼인 주제에....”
“별것도 아니면서 잘난 체나 하는 사람들이....”
사람들 생각은 그저 그 정도였습니다.
아버지가 그녀에게 남겨놓은 돈은 한 푼도 없고,
그녀의 유산은 그 집이 전부라는 이야기가 떠돌았는데,
사람들은, 어떤 의미에서는, 그 점을 기쁘게 생각했습니다.
거지 처지가 되면 좀 인간다워지지 않겠는가 하는 기대에서요.
“이제 그녀도 보통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습성을 터득하지 않겠어?”
그녀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다음 날, 부인네들이 위로의 말과 도움을 줄 준비를 하고 그 집을 방문했습니다.
하지만 평소 차림으로 얼굴에 아무런 슬픈 표정도 없는 에밀리는, 문간에서 서서, 아버지가 죽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목사와 의사가 와 시신을 처리하자고 설득했지만, 그녀가 막무가내로 버티다,
결국 법률상 강제수단에 호소하자 사흘 만에 굴복했습니다.
그래도 우리 중 누구도 그녀가 미쳤다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녀의 아버지가 그 수많은 구혼자들을 다 쫓아 버렸고, 또 이제 그녀에게 남은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기에,
그녀가 그 무엇인가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누구라도 그녀 처지가 되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이죠.
* * * * *
오랫동안 병석에 누워 있던 그녀,
그녀가 다시 밖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그녀는 짧은 머리에 소녀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어쩌면 교회의 채색유리로 그려진 천사들과 닮은 모습,
일종의 비극적인 고요함 같은 것까지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 해 여름, 이곳에, 도로 포장 공사 계약이 체결되고, 흑인들과 노새들과 기계들이 도착, 작업이 시작되었습니다.
큰 키에 검은 피부, 맑은 눈빛, 커다란 목소리, 거리낌 없이 행동하는 호머 배론Homer Barron이라는 북부출신 감독,
그가 흑인들에게 퍼붓는 욕설, 흑인들의 곡괭이 동작에 맞추어 부르는 노래, 아이들이 떼를 지어 그의 뒤를 쫓아다니곤 했습니다.
어디선가 큰 웃음소리가 들리면 거기에는 반드시 그가 있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마을 사람들 모두를 알게 되었죠.
어느 일요일 오후, 그 호머 배론이 에밀리와 함께 마차를 탄 모습이 사람들 눈에 들어왔습니다.
갈색 말들이 끄는 노란 바퀴의 마차, 대여점에서 빌린 것이죠.
우리들은 모두 기뻐했습니다. 그녀가 ‘무엇’엔가에 ‘흥미’를 갖게 되었다는 그 사실에요.
하지만 부인네들 의견들은 갈라졌죠.
“그리어슨 가문의 사람이니 저런 노동자와는 심각해지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노블레스 오블리즈noblesse oblige의 관점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물론 그 표현을 직접적으로 사용한 것은 아니고, 단지 할머니들이 이렇게 말했을 뿐이지만요.
“에밀리가 참 안됐어. 친척들이 돌봐야 할 건데.”
할머니들의 이런 생각이 전해지자, 사람들이 수군대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그렇다고 생각해요?”
“물론이지요. 그렇지 않다면....”
두 필의 말이 딸깍딸깍 소리 내며 지나갈 때면, 사람들이 덧창을 열고 목을 길게 빼고 주고받는 말,
그것은 언제나 바로 이 “에밀리가 참 안됐어.”이었습니다.
하지만 에밀리는 고개를 똑바로 들고 다녔습니다.
난 당신들이 왈가왈부할 수 없는 사람이 아니야. 마치 그 점을 확인시켜 주기위해서라도 ‘타락’했다는 듯이요.
이 “에밀리가 참 안됐어”가 시작되고 1년 쯤 지났을 때, 당시 그녀는 서른이 넘었고, 몸매는 아직 날씬했습니다.
어느 날 약제사를 찾아온 그녀가 독약이 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그녀는 뺨과 눈 주변 근육이 부자연스럽게 긴장되어 있었고,
검은 눈이 차갑고 거만한 빛을 띠고 있었습니다.
“어떤 종류 말씀이죠?”
“제일 센 것으로 주세요. 종류는 상관 말고요.”
“비소砒素죠. 이것이면 코끼리까지 죽일 수 있습니다만∙∙∙∙∙∙”
약제사의 설명을 끊고 그녀가 말합니다.
“저한테는 비소가 필요해요.”
“어디에다 쓰실 것인지, 이건 법률상 밝히게 되어 있어서∙∙∙∙∙∙”
에밀리양이 고개를 뒤로 젖히고 그 약제사를 빤히 쳐다보기만 합니다.
약제사는 그 눈싸움에 밀려 시선을 돌리고, 안으로 들어가서 비소를 꺼내 포장하고,
다시 밖으로는 나오지 않은 채, 그곳에서 일하는 흑인소년을 시켜 그 물건을 건네줍니다.
그녀가 집에 가서 그 포장을 끌러보니, 해골과 뼈 그림이 상자위에 그려져 있고, 그 아래에 ‘쥐 잡이 용’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약사가 자기 임의로 그렇게 써넣은 것입니다. 사실 그 진짜 용도야 에밀리양만 알 뿐이죠.
* * * * *
우리들은 그녀가 자살을 하려는 모양이라고 수군거리며, 차라리 그게 최선책일지도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우리는 “그녀가 결혼하려나봐”라고 말하다,
시간이 지나자 “아직 그를 설득 중인가 봐” 했는데,
호머 자신 스스로도 자기는 결혼할 타입이 아니라고 했기 때문이었죠.
그런데도, 모자를 젖혀 쓴 채 시가를 물고, 노란 장갑을 낀 손에 말고삐와 채찍을 쥔 배론이,
머리를 높이 치켜든 에밀리양과 함께 번쩍이는 마차를 타고 지나갈 때,
“에밀리가 참 안됐어”라고 말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에밀리양과 배론의 결혼은 마을의 수치라는 비난이 나오고,
결국, 부인네들 성화를 못 이겨 목사가 에밀리양을 방문하게 되었는데, 무슨 일이 일었는지,
목사는 그에 대해서는 일체 말을 않으면서, 다시 그녀 찾아가기를 완강히 거부했고,
다음 일요일에도 그들의 마차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거리를 지나갔습니다.
그러자 이번엔 목사 부인이 에밀리양의 친척에게 편지를 띄우게 되었고,
에밀리양의 친척들이 도착해, 우리는 다시 느긋이 뒤로 물러나, 일이 어떻게 진전되는가를 지켜보았습니다.
처음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우리는 곧 그들의 결혼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그녀가 보석가게에 들려 남성용 은제 화장도구 한 벌을 주문했는데, 그 하나하나에 호머 배론의 이니셜을 새겼고,
또 그 이틀 후, 그녀가 남성용 옷을 잠옷을 포함 하나도 빼지 않고 샀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결혼을 한 거로군.”
우리는 정말로 반겼습니다.
마을의 수치라던 그 결혼을 이제는 이렇게 반겼던 이유는
그녀의 사촌 두 여인이 에밀리양보다도 한층 더 귀족 티를 냈기 때문이었습니다.
얼마 후, 도로 포장 공사가 끝나고, 호머 배론이 마을을 떠났을 때도 우리는 놀라지 않았습니다.
시끌벅적한 행사가 없던 것에 좀 실망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가 에밀리양을 북쪽으로 맞을 준비를 하기위해서든,
에밀리가 그 사촌들을 쫓아낼 기회를 주기위해서든,
어쨌든 무슨 이유로 잠시 떠난 것이라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만큼 그녀의 사촌들이 이제 우리의 혐오의 대상이 되고, 그래서 우리가 에밀리의 편이 되었던 것이죠.
아니나 다를까 그 다음 주 그 사촌들은 이곳을 떠났습니다.
그로부터 사흘도 채 안 된 어느 날 저녁 어둑어둑해졌을 무렵,
누군가가 그 집의 하인 토비가 호머 배론을 맞아들이는 것을 보았다는데,
호머 배론의 모습이 누구의 눈에 보인 것은 그게 마지막이었습니다.
그 후 얼마 동안, 에밀리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흑인 하인이 시장바구니를 들고 드나들었지만, 건물의 현관문은 굳게 닫힌 채였습니다.
그후 거의 6개월 동안 이따금씩 그녀의 모습이 창가에 언뜻언뜻 드러났지만, 그녀는 거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는데,
사람들은 이것 또한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여자로서의 딸의 삶을 그렇게도 좌절시켰던 그녀의 아버지,
그의 성품이 너무 독기에 차고 또 너무도 강렬해,
그의 혼이 아직 집안에 떠돌고 있다고 여기게 되었던 것이죠.
우리가 다음에 에밀리양을 보았을 때, 그녀는 많이 뚱뚱해졌고 머리는 잿빛으로 변하고 있었습니다.
그 다음 몇 년 동안 머리가 점점 더 억센 잿빛으로 변하더니, 그녀가 이제 7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것입니다.
* * * * *
줄곧 닫힌 채 있는 그녀의 집 현관문.
우편배달을 위해 현관문 위에 금속번호판을 부착하고, 문에 우편함을 다는 일에 그녀는 거부의사를 표시했습니다.
매년 12월이 되면 우리는 그녀에게 세금고지서를 보냈고,
이따금씩 아래층 창문 안쪽에 있는 그녀의 모습이 보였는데,
그것은 마치 그곳에 세워놓은 상반신 조각상 같은 그런 모습이었습니다.
명백히 이 집의 이층은 폐쇄해 버린 모양이었습니다.
날이 가고 달이 가고 해가 가는 동안,
시장바구니를 든 흑인하인 토비의 허리는 굽어져만 갔습니다.
거드는 이라곤 휘청대는 늙은 하인 하나밖에 없는 집에서, 먼지와 그림자로 가득 찬 바로 그 집에서,
그녀는 병이 들었고,
냉정하고 고집 센 여인, 세월을 비껴가며 살았던 여인, 한 세대를 지내고 또 한 세대를 지내던 에밀리양,
그녀가 이제 세상을 떠났습니다.
커튼이 드리워진 방 육중한 침대위에서 누렇게 곰팡이가 낀 베개 위에 잿빛 머리를 얹은 채,
숨을 거두었습니다.
흑인하인이 부인들을 첫 번째로 안으로 맞아들인 후,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수군대는 그녀들을 남겨 놓은 채,
집안을 가로질러 뒷문으로 나가, 다시금 모습을 보이지 않습니다.
에밀리양의 사촌인 두 여인도 즉각 왔습니다.
이틀째 되던 날, 장례식이 거행되고, 사람들은 꽃에 묻힌 에밀리양에게 작별의 예를 표합니다.
크레용으로 그린 그녀 아버지의 얼굴이 깊은 명상에 잠겨 있고,
부인네들은 으스스한 표정으로 소곤소곤 이야기를 합니다.
늙은이들은 베란다에서 잔디에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들은 자기들이 한때 그녀와 춤을 추기도 했고, 어쩌면 구혼을 했는지도 모른다고 믿고 있는 것도 같습니다.
노인네들은, 흔히 그러하듯, 시간이 정확히 흐른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사실, 노인네들의 생각방법이란,
과거는 사라져가는 희미한 어떤 것이 아니라, 겨울이라곤 없는 광활한 초원 그런 것으로서,
자기들이 그 곳에 이르지 못하는 이유가, 최근 십여 년이라는 세월 때문이라고 믿고 있는 그런 것 아닌가요?
우리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지난 40년 동안 아무도 위층 방을 보지 못했다는 사실을.
에밀리양이 땅에 묻힐 때까지 기다렸던 사람들이 이 방을 엽니다.
그들이 문을 거칠게 부수고 들어가는 바람에 먼지가 입니다.
신혼 첫날밤을 위해 꾸미고 장식한 이 방, 어디에나 먼지가 덮여 있습니다.
화장대 위에도, 장밋빛 전등 갓 위에도, 침대를 장식한 희미하게 퇴색된 장밋빛 커튼 위에도.
남성용 은장식은 변색되어 글자가 보이지 않을 정도입니다.
장식용 옷깃과 타이가 마치 방금 벗어 놓은 것처럼 놓여 있습니다.
의자 위에는 정성 들여 개어놓은 양복 한 벌이 놓여 있고,
한 켤레 구두와 양말이 의자 밑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 옷과 구두의 주인인 남자가 침대 위에 누워 있습니다.
살이 남아있지 않은 해골, 심오한 웃음을 짓는 듯 보이는 그,
우리는 오랫동안 그곳에서 그저 뚫어지게 바라보며 서있을 뿐입니다.
분명 한때 포옹을 했던 그 자세 그대로를 취한 채 누워 있는 모습입니다.
잠옷이었던 천 조각 아래에 그가 남긴 육체의 흔적이 보이는데,
그의 몸 위에도, 옆에 놓여 있는 베개 위에도, 먼지가 고르게 덮여있는데,
그런데 그 베개도 누군가가 그것을 베고 누워 있었던 것처럼 움푹 들어가 있습니다.
우리들 중 누군가가 거기에서 무언가를 들어 올립니다. 그것은 억센 잿빛의 기다란 머리카락입니다.
http://xroads.virginia.edu/~drbr/wf_rose.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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