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yodor Mikhaylovich Dostoyevsky (1821-1881), Crime and Punishment 1866
Фёдор Михайлович Достоевский , Преступление и наказание
http://www.gutenberg.org/files/2554/2554-h/2554-h.htm
-제1부-
7월초, 어느 지독히도 무더운 여름날,
5층 다락방에 세 들어 있는 청년이 집주인의 눈을 피해 살짝 밖으로 나옵니다.
식사에 시중까지 들어주는 조건으로 이곳에 세 들어있는 그가 몇 달째 집세를 못내고 있거든요.
(이 당시, 도박으로 가진 것 다 날린 작가 도스토예프스키 자신의 신세가 이와 비슷했다고 합니다.)
주인은 바로 아래층 4층에 사는데, 항상 부엌문을 열어놓고 있어, 그 앞을 지날 때마다 가슴이 짓눌리는 듯, 자신이 부끄러워지곤 합니다.
날씬한 몸매에 얼굴은 미남형, 검은 눈에 흑갈색 머리, 키는 평균보다 큰 이 청년 라스꼴리니코프Раскольников.
(Raskolnikov, 러시아 발음은 '라스꼴르니꼬프'인데, 여기서는 통례에 따라 '라스콜리니코프'라 하기로....
주인공 이름은 이렇게 하지만, 다른 등장인물들은 내 '통례'를 알지 못해, 그냥 내 나름대로 표기....)
세련된 인상을 풍기는 이 젊은이, 그는 겁 많고 비겁한 쪽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그 반대 타입입니다.
그는 이제 '빈곤' 그런 것엔 더 이상 신경쓰지 않고, '사소한 일'들로부터 완전히 초월상태인데,
단지 요즘은 心氣症Hypochondria에 시달리고 있어, 집주인뿐 아니라 누구도 피하고 있죠.
삐체르부르크Petersburg,Петербург의 시장바닥, 온갖 하층계급 사람들이 우글거리는 이곳.
특히 이 부근에 유난히 많이 몰려있는 선술집에서 나오는 그 역겨운 냄새....
문을 나선 그의 발에 지저분한 것들이 걸립니다. 벽돌에, 건축자재에....
남루한 옷차림, 그 자신이야 그런 따위엔 신경도 쓰지 않지만,
그래도 예전의 친구나 아는 사람을 마주쳤을 때는 그건 다른 이야기이고,
더구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자기를 그 모습으로 판단, 멸시하는 말을 던질 때는 난감하기까지 합니다.
참, 돌이켜 생각해보니, 지난 며칠간 먹은 것이 없네요. 시장 길을 걷는 그가 골똘히 생각에 잠깁니다.
오늘은 겁이 난다. 내가 이런 사소한 일에 겁을 내다니....
사실, 사람이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존재인데 비겁하게 그냥 지나치곤 하는 것 아닌가. 그게 진리 아닌가?
새로운 세계에 들어서고, 새로운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것, 그것이 사람을 겁나게하는 것 아닌가?
혼자 주절대기만 하지 아무 것도 시작하지 못하는 것. 지금 내가 그렇지 않나?
지난 달 내가 한 것이라곤 그저 혼자 중얼거리기, Jack the Giant-killer,
방에서 빈둥거리며 생각한 게, 그게 다 아닌가? 그저 공상 속에서의 재미일 뿐.
그런데, 사실, 따지고 보면, 실제로도 재미있지 않을까? 내가 그런 것을 할 수 있을까?
그래, 모자부터 바꿔야해.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는 이런 채양도 없는 모자에 누더기나 걸치고 있으면 안 되지.
이건 나중에 인상착의에서 쉽게 드러날 수도 있는 것이잖나? 사소한 것, 이런 일엔 사소한 것에부터 신경을 써야 돼.
이제 더 이상 걸어갈 필요 없어. 여기가 집으로부터 730걸음이었지. 아직 ‘무엇’을 할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지금은 리허설일 뿐.
라스꼴리니코프가 빈민가에 있는, 수많은 방들로 가득한, 어느 건물로 들어섭니다.
내 지금 떨고 있잖아? 사람들이 이런 내 모습을 본다면?
어느새 4층으로 올라가고 있는 그, 독일인이 이사를 나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 사람은 그가 아는 사람, 그렇다면 이제 이 4층엔 전당포만 남았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구리도 아니고 생철로 된 초인종을 누르니, 문이 조금만 열리고 두 눈이 빠끔히 내다봅니다.
60세 정도, 의심이 많은 이 노파, 오가는 사람들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그제야 마음이 놓이는 듯 문을 엽니다.
수건도 머리에 쓰지 않고 콜록거리는 이 노파, 청년의 눈빛에서 무엇을 보았는지 갑자기 눈이 반짝거립니다.
라스콜리니코프에요. 지난달에도 왔었죠. (공손은 최대의 무기). 그럼, 그럼. 내 기억하지.
의심에 가득 찬 그녀의 눈을 보는 라스꼴리니코프가 불안해집니다.
혹 이 노파는 항상 이런데, 내가 지난달엔 못 느꼈던 것인가? 그가 그렇게 생각합니다.
지난 달 맡긴 시계가... 벌써 이틀이나 지났는데? .....
돈을 더 얻고 싶은데... 그런데, 그게 글쎄, 값이 얼마 안 나가는 물건이라....
그럼 아예 그냥 정리해버리면? 1루블50..
세상에! 우리 아버지가 남겨주신 건데, 그래도 4루블은... 1루블50!
4루블! 1루블 50! 물론 이자는 떼고!
할 수 없죠, 뭐. 그렇게 하죠.
노파가 안으로 들어가고, 서랍을 여는 소리가 들리는데, 청년이 열쇠꾸러미를 눈여겨봅니다.
자, 청년. 月利 1할이니, 1루블50에 대한 先利子 15코펙, 지난 달 2루블에 대해 20코펙, 合 35코펙을 떼고, 여기 1루블15.
겨우 요거에요? 그래.
제게 은제 담배 곽이 있는데.....
또 오죠, 알료나 이바노브나Алёна Ивановна 부인.
층계를 내려오는 그의 머릿속을 무슨 생각인가가 스치고, 그가 멈춰섭니다.
역겨운 생각! 그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다시 내려가다, 다시 멈추고..... 결국 밖으로 나옵니다.
산다는 게 너무 힘드네요. 견딜 수 없는 갈증, 그리고 허기.
평소에는 생각도 못했던 술, 오랜만에 한 잔?
시원한 맥주를 한 잔 쭉 들이켜고 나니 그제야 다시 머리가 맑아지는 듯.
바보 같으니. 잠깐 육체적으로 삐끗했던 거야.
맥주 한 잔, 빵 한 조각에 머리가 다시 강해지잖아. 의지가 살아나고....
휴, 그런 거라고.
주위를 둘러보니 손님이 몇 안 됩니다.
혼자 중얼거리는 사람, 옆에서 그를 노려보는 사람....
관리인 듯 보이는 사람이 그에게 다가옵니다. 교육을 받은 사람처럼 보이기에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면서요.
그가 자기 이름은 마르몔라도프Мармеладов라고 하면서. 당신 혹시 관리냐고 묻습니다.
라스꼴리니코프, 오늘따라 사람이 약간 그리워지기도 했지만, 금방 굳어버립니다
공부를 하고 있다는 대답에, 그럼 학생이라는 얘기네. 잔뜩 취한 그가 아예 자리를 옮겨옵니다.
난 말에요. 이 세상을 잘 알죠. '가난은 惡이 아니다.'라고들 말하죠.
그래요. '술에 취하는 것은 善이다.'라고들 하죠. 그건 더 맞는 말이고요.
하지만, 구걸은 惡이에요. 거기에는 내적인 자존심조차 자리할 수가 없거든요.
그는 한 때 공무원이었다고 합니다. 집에는 아이들이 잔뜩 있는데, 자기는 부인 물건을 이것저것 내다 팔며 술만 마시고,
이제는 부인이 무서워 집에도 못 들어가고, 이렇게 술만 마시기 벌써 닷새째....
자기 딸은 yellow ticket(매춘부 허가증)을 가지고 있고...
주위에서 웃음이 일어나자 그가 말합니다.
그래 난 돼지 같은 인간이야,
그런데, 젊은이. 여기있는 사람들 다 알고 있는 이야기를 왜 내가 또 하고 있는 줄 아나?
자네가 들어올 때부터 봤지. 뭘 좀 배운 사람이라는 것을, 지금 무슨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 마누라도 배울만큼 배운 사람이고 한때는 굉장한 집 딸이었지.
그런데 전 남편이 노름에 빠져..... 그가 죽었고...
이어지는 횡설수설... 직장에서, 딸에게서 무엇을 훔쳤고....
오늘은 자기 옷도 사 입지 못하는 주제의 그 불쌍한 딸이 용돈까지 주었고....
라스꼴리니코프가 몸도 가누지 못하는 그를 집에까지 데려다주자, 그의 부인이 울부짖습니다.
몰래 갖고 나간 은화 18불 다 어쨌느냐, 입고 나간 옷은 도대체 어디 벗어놓고 왔느냐.
그의 딸 모습도 잠깐 보입니다.
누추한 세간 그집 사는 모습이 안쓰러워, 라스꼴리니코프가 꼬마 손에 50코페크를 쥐어주고 나옵니다.
라스꼴리니코프, 밤 새 제대로 잘 수가 없었습니다. 그의 방. 말이 방이지 차라리 상자라 하는 편이 더 어울릴 듯하네요.
천장은 머리가 닿을 정도로 낮고, 벽지는 다 뜯어졌고, 방에는 테이블에 소파의자 하나.
집세를 내지 못해 식사는 이미 보름 전에 끊어졌고....
눈을 뜨니, 소파에 나스따샤Настасья가 앉아있습니다.
오늘은 한 주일에 한 번 청소를 해주는 날이라 온 것입니다.
그가 동전 몇 잎 꺼내서 주며 빵 하나에 제일 싼 소시지로 하나 사오라고하자,
그녀가, 그런 것보다는 양배추 국이 더 나을 거라 하며, 자기가 챙겨놓은 것을 내밉니다.
허겁지겁 그것을 먹는 라스꼴리니코프.
나스따샤가 들려줍니다. 집주인 쁘라스코뱌Прасковья가 경찰에 갔다고요. 집세도 내지 않고, 집도 비워 주지 않는다고요.
라스꼴리니코프가 투덜대자, 나스따샤가 말합니다.
일하면 될 것 아냐? 아이들이라도 가르치는....
애들 가르치러 가려면 구두라도 있어야잖아. 또 가르쳐봐야 몇 푼 받겠어.
그럼 큰돈을 한 몫에 벌수 있는 그런 일이 있어?
글쎄, 아직 그걸 생각중이야.
그녀가 웃음을 참지 못하며 묻습니다.
그 '생각'이라는 것에서도 돈이 나오느냐고요. 그러면서 편지를 내밉니다.
어머니로부터 온 두툼한 편지, 무게가 족히 2온스는 나갈 듯 보입니다.
아들아..... 너에게 학비 보내느라 빚을 얻을 수밖에 없었고, 그 사이 빚이 늘었고,
그 빚 때문에 네 여동생 아브도쨔Авдотья가 그 집에서 일하다, 그만 그 음흉한 주인에게.....
이제 두냐Дуня(아브도쨔의 애칭)가 결혼을...... 상대는 루진Лужин인데...
라스꼴리니코프가 분노합니다.
'A little....?' 'seems... marrying?'
사실상 돈에 팔려가는 이 결혼, 이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절대 안 된다고.
지금 루진을 만나면 당장이라도 죽이고 싶은 심정이지만....
어쩌지, 지금 이 상태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어제 술집에서 만났던 그 사람 마르몔라도프의 절규가 귓전을 때립니다.
“자네, 기댈 곳 없는 사람의 심정을 상상할 수나 있겠나?”
라스꼴리니코프가 생각에 젖어 정처 없이 발길을 옮기는데,
어떤 여인이 그의 앞에서 술에 취한 듯 비틀거리며 걷고 있습니다.
라스꼴리니코프가 이상한 느낌에 따라가는데, 그녀가 공원 의자에 걸터앉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그녀의 얼굴을 들여다보니 아직 앳된 소녀, 그런데 옷은 다 찢어진 상태.
얼마 떨어진 곳에서 한 남자가 이쪽을 보고 있기에, 라스꼴리니코프가 그에게 다가가 소리칩니다. 꺼지라고.
그 남자가 당신 지금 무슨 짓이냐 하며 그에게 덤벼들려는 순간, 경관이 다가오고,
그가, 이 여자를 봐라. 이 무방비 상태 소녀를 저 친구가 노리고 있다 하는데,
경관이 보니, 저 남자는 지체 높은 분위기의 옷차림이고, 이 청년은 누더기 옷이라....
라스꼴리니코프가, 소녀를 마차에 태워 집으로 보내주라고 하며 돈을 꺼내 경관에게 20코펙을 주자,
경관이 소녀를 깨우는데, 소녀가 왜들 이렇게 못살게 구느냐 소리치더니 왔던 길로 되돌갑니다.
그 남자는 소녀를 따라가고, 그 경관도 소녀를 따라가고, 라스꼴리니코프는, "어~ 내 돈은?"
갑자기 생각나는 대학생 때의 친구. 항상 외톨이었지만, 자기하고는 이야기가 통했던 친구.
그 친구에게 가려다 드는 생각, "아냐, 지금은 아냐. 나중에, ‘그 일’이 끝난 다음에."
라스꼴리니코프가 스스로 놀랍니다. "그 일?"
그가 번화가를 건너질러 강 쪽으로 향하는데, 아름다운 정원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하지만, 아름다움은 그저 아름다움일 뿐. 허기가 엄습합니다.
어제 받은 돈에서 술주정꾼에게 50코펙, 경관에게 20코펙, 나스따샤에게 3코펙, 남은 돈은?
라스꼴리니코프가 지난 한 달간 계속되고 있는 고민, 꿈, 그 악몽을 생각합니다.
그가 눈에 띄는 주점으로 들어가 보드카 한 잔에 파이도 몇 개 주문합니다.
조금 더 가다보니, 무슨 잔치가 있는 모양입니다.
마차에 잔뜩 올라선 사람들. 자 모두 타라고, 더 타라고.
움직이지 않는 말. 채찍을 후려쳐도 꼼짝할 생각조차 않는 말.
눈을 때려요, 얼굴을 때려요. 외치는 그들. 그 말 앞으로 다가가 들여다보는 그.
그에게도 내려쳐지는 채찍. 쇠붙이를 꺼내드는 마부. 그러다 말을 죽이겠어요. 말리는 딸.
무슨 상관이야 내 말인데. 내려치는 그, 쓰러지는 말, 말과 함께 쓰러지는 그. 이상하게도 후련함을 느끼는 그.
(아까 그 공원에서의 이야기, 여기 또 이 이야기, 그 우화적 상징성은.....)
그가 다시 집을 나와 시장바닥에 들어섭니다.
하층민들이 우글거리는 이곳에 오면 그의 마음이 편해집니다.
여기에선 사람들이 ‘살아있는’ 듯, 또 아무도 자기의 초라한 옷차림에 신경 쓰지 않습니다.
그의 눈에 전당포 노파의 여동생 리자볘따Лизавета의 모습이 들어옵니다. 온갖 궂은 일 다 하고도 착취만 당한다는 소문.
그녀가 라스꼴리니코프를 보자 놀랍니다. 그와는 어느 정도 안면은 있는 사이.
상인부부가 열심히 설득하고 있습니다. 내일 7시에 이 자리로 오라고,
너를 노예보다도 더 혹독하게 널 부려먹는 네 의붓언니 그 여자엔 신경 쓰지 말라고.
이 상인 부부가 그 부부가 그렇게도 설득하려 하는 것은, 어떤 망한 집의 물건을 정리 처분해주는 일입니다.
사람들은 리자볘따의 성실성을 믿고, 이런 일은 꼭 그녀에게 맡기려합니다.
라스꼴리니코프의 머리를 스쳐가는 지난 해 자기 친구들과 전당포 사이에 있었던 갈등 장면,
갑자기 드는 의혹. '혹 그 전당포 노파가 그 동안 이런 착하기만한 동생을 이용해.....?'
리자볘따의 그러겠다고 대답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정신이 번쩍 듭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 '내일 7시엔 전당포에 노파가 혼자 있음.'
그가 다시 술집으로 들어가니, 옆자리의 젊은 학생과 경관 사이의 대화가 들려옵니다.
전당포 노파의 유언장에 대한 이야기인데, 유대인보다 돈이 많아 5천 루블도 즉석에서 내줄 수 있지만, 인정은 단 한 푼어치도 없다고.
예를 들어 동생 리자볘따는 친동생도 아닌데 그녀가 번 돈은 몽땅 노파에게 받쳐야하고 더구나 매일 어린아이같이 때린다고.
유언장 내용도 사람들이 다 안다고. 그 동생에게는 한 푼도 없고, 전부 수도원으로 넘긴다고.
그런데 그 조건이라는 것이 걸작, '끊임없이 자기를 위해 기도해줄 것'.
그 젊은 학생이 이제 그 노파를 죽이겠다는 결론을 내리며, 생각해보라 합니다.
사회적으로 쓸모가 없는 정도가 아니라 이 사회에 해를 끼치는 노파 하나 죽여, 그 돈으로 수많은 사람에게 좋은 일을 할 수 있다면,
그거야말로 정말 좋은 일이 아니냐고.
"정말 죽일래?" 경관이 묻자, 그가 말하자면 그렇다는 거라며 웃어넘깁니다.
라스꼴리니코프가 소파에 쓰러져 깊은 잠에 듭니다.
이번에는 어떤 악몽에도 시달리지 않고 든 깊은 잠입니다.
다음 날 10시, 나스따샤가 차 한 잔을 받쳐 들고 올라옵니다. 물론 거르고 난 후 한 번 더 우려낸 것이죠.
그녀가 아무리 흔들어도 그가 깨어나지 않자, 아프냐고 묻고 내려갑니다.
2시, 이번엔 수프를 들고 오지만 아직도 잠입니다.
그녀의 혼잣말, ‘정말 아픈 모양이네.’
자꾸 귀찮게 말을 거는 그녀에게 라스꼴리니코프가 제발 좀 나가달라고 부탁합니다.
수프 몇 모금 마셔보지만, 그것으로 끝, 더 이상은 마실 수가 없습니다.
라스꼴리니코프가 다시 잠에 듭니다. 꿈, 낮에 꾸는 꿈.
이집트 어느 사막 어디에선가, 다들 식사를 갔고, 그는 오아시스의 물만 마시고... 아름다운 물, 아름다운 그림...
그러다 그가 놀라 벌떡 일어납니다. 밖에서 들리는 소리, 시계가 여섯 시를 때립니다.
이어 아주 세밀한 묘사가 이어집니다.
올가미를 만들고, 열세 계단을 내려가 부엌에서....
‘이어지고, 이어지는’ 살인도구 준비 및 남의 눈에 띄지 않게 운반....,
.......
라스꼴리니코프가 노파를 속일 가짜 은제 담배 곽을 포장하고,
외투 속에 도끼를 감추고, 전당포로 향합니다.
조심성 많은 노파에게 포장을 보여주고,
역시 마찬가지로 세밀한 묘사...
의심 많은 노파의 조심성. 의심을 풀어주려...
문이 열리자... 그가 노파의 등 뒤에서 도끼를 꺼내...
그 끔찍한 살인과정.
그가 귀중품 보관함의 열쇠를 찾고 있는데,
하필이면 바로 그때, 전혀 계산 밖, 리자볘따가 들어옵니다.
하도 놀라 소리도 지르지 못하는 그녀, 그가 ‘어쩔 수 없이’ 이 '목격자'도 제거합니다.
이번엔 또 예상치도 못했던 방문객까지 옵니다.
그들이 노크하다, 문을 두드리다, 흔들다, 안에 걸쇠가 걸려있는데도 반응이 없자, 이상히 여겨, 관리인을 부르러 내려갑니다.
라스꼴리니코프는 이제 난감합니다. 내려가다 그들에게 붙잡히면 그것으로 끝이요,
다행히 그들이 통과시킨다 하더라도 ‘목격자’를 남겨놓는 셈이니 되니까요.
‘다행히’ 아래층에 공사 중 열려있는 방이 있어, 그곳에 몸을 숨겼다 탈출합니다.
영화 수준의 극적인 탈출 장면... '정말로' 길고 긴 묘사... 여기서는 ‘스토리 라인’과는 상관없다는 생각에 생략.
- 제1부,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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