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를 잃어버린지 벌써 몇 달째.
언제 어디에서 잃어버린지도 모른 채.
구두 없이 등산화만 신고 지내기 몇 달째.
과연 내가 구두로 대변되는 그 '문명인' 그룹에 속하기나 한 것일까?
하긴 아까울 것도 없다. 그 구두 선물 받은 지 12년인가 13년은 된 것이니까.
아니 아깝다. 사실 신기 아까워 거의 새 것 그대로 두었던 것이니까.
구두 하니 생각난다. 졸병시절 우리 내무반 구두를 다 맡았던 그 소년.
40,50명 되는 부대원들 구두를 쓸어담 듯 가져갔다가, 다시 제자리에 놓아주곤 하던 그 소년.
구두를 보면 주인의 얼굴이 보인다고 했었지. 그때는 설마 했는제, 지금 와 생각하니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