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 밑 양지바른 곳을 '자기들 밭'으로 점령해버린 부추, 매년 정리해보지만 성과가 없다.
그런데 잡초처럼 성가시게만 여겨지던 이 녀석들이 내 앞에 부추전으로 올라왔다. 그 ‘살아있는 식감’이 가히 일품이다.
요리사의 설명에 따르면 내가 따 다듬어놓은 민들레 잎도 거기에 역할을 했단다.
하긴 금년부터 ‘반가운 존재’로 격이 바뀐 이 민들레 잎.
약간 씁쓸하지만 중독성이 있다고나 할까, 맨입에도 자꾸 손이 간다.
오늘 그동안 미뤘던 집 주위 잡초 제거 작업을 시작했는데, 중간 중간 허리를 펼 때마다 눈에 들어오는 뽕나무들.
잡초 못지않게 자리를 가리지 않는다. 더구나 뿌리까지 뽑어낼 수야 없는 이 녀석들, 정리하면 정리할수록 더 ‘요란하게’ 몸부림친다.
생명력. 사실 작년 가을엔 ‘본격적’으로 철저하게 정리했지만, 이 녀석들 올해도 어김없이 파릇파릇 새순을 내밀고 있다.
갑자기 떠오른 기억, 몇 해 전 찾아갔던 ‘유명 산채나물 집’에서 그 주인이 들려주던 ‘비법’이 생각난다.
산채나물의 생명은 싱싱함. 그런데 나물이란 봄철에만 제 맛이라,
사시사철 손님을 받아야하는 식당으로는 고민, 그래서 자기가 개발한 방법이 이른 봄에 뽕나무 새잎을 채취, 약간 가공 후,
냉동실에 보관해두면, 사시사철 손님 밥상에 ‘싱싱한 산채 맛’을 제공할 수 있는데, 그 ‘약간 가공’이란 게 ‘싱싱함의 비결’이라고.
또 어느 민속촌 판매원이 열을 내 설명하던 ‘뽕잎가루 약‘의 ’만병통치 효능‘ 그 기억까지 겹쳐진다.
호기심에 ‘진짜 새순’을 따 요리사에게 맡기니 그 어느 식당에서도 먹어보지 못한 맛이 나온다.
품평가라면 이 향기, 이 식감, 이 싱싱함을 어떻게 표현할까. 어쨌든 일품 중 일품이라는 평으로 끝낼 것이다.
이로서 반가운 존재가 하나 더 늘어난 셈. 앞으로 얼마나 더 이런 존재들이 늘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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