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번스타인의 '황금의 지배'

뚝틀이 2009. 1. 1. 19:53
원제는 The Power of Gold. 하지만 내 나름대로 새로 제목을 붙여본다면 ‘황금의 입장에서 본 세계사’가 어떨까 생각이 들 정도로, 인류의 역사를 경제관점에서 깊이 있게 들여다본 책이다. 보통 책의 두 세배나 되는 두께라 손에 들고 읽기가 힘들 정도지만 재미있다. 흥미로운 예화, 날카로운 해석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진도가 나갈수록 책 읽는데 가속도가 붙는다. 마지막 페이지 접을 때까지 다른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정도다.
 
이 책이 뮤지컬 영화라면, 그 시작은 테마 음악 주제부모음이다. 성경의 언급, 이집트의 파라오, 그리스 신화, 크라수스, 또 러스킨의 황금우화. 제1부에서는 권력과 부의 상징으로서의 금, 사치와 권력상징의 금을 위한 탐욕과 모험의 이야기, 제2부에서는 금본위제에 이르기까지의 화폐의 발전사, 경제적 부를 위한 개인 국가 사이의 황금전쟁, 이어서 제3부에서는 금본위제라는 인위적 사슬로부터 벗어나 국가재정 또 무역세계의 합리적 융통성을 찾아나서는 과정에서의 국가간 전쟁과 자존심 대결이 얽히고설키는 소용돌이 스토리가 숨 가쁘게 전개된다.
 
황금과 탐욕에 관한 대 서사시요 교향곡이다. 책을 읽는 내내 생각해본다. 실체와 허상. 집단최면. 가치관이란 무엇인가. 역사를 따라가며 ‘오늘을 되돌아본다.’ 번역판이 나온 지 7년이 넘은 지금. 하지만, 어쩌면, 자본주의 또 신자유주의의 한계가 극명하게 노출되고 있는 오늘 이 시점이야말로 이 책의 진가가 더 드러나는 바로 그런 때 아닐까? ‘책을 읽었다’보다는 한 ‘과목을 배웠다’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