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 경제정책뿐 아니라 그 철학에 세뇌되어 있는 나 또 우리사회에게 일종의 충격으로 다가오는 책이라고나 할까? 지금 세계를 흔들고 있는 금융위기 또 실물경제 위기의 근원을, 마치 해부과 의사가 환부 하나하나를 족집게로 건져 올리면서 설명하듯, ‘이것에 대해선 이렇게 알고 있었지? 하지만 사실은 말이야....’ 하며 친절하게 또 자상하게 진실을 깨닫게 해주는 그런 느낌을 주는 ‘섬뜩하도록 고맙게 느껴지는 책’이다.
이 책의 독특한 구성이, 즉 ‘균형 잡힌 대비’의 형식이, 강한 설득력을 뿜는다.
각 챕터의 처음부분은 신자유주의의 경제철학이나 그들이 경제정책을 펼 때 내세우던 주장을 따옴표 없이 그대로 전달한다. 통념적으로 알고 또 피상적으로 알고 있던 내용이 산뜻하게 정리되어 있으니, 읽는 동안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곤 한다. 오랫동안 세뇌되어 있는 내용이니 당연한 일 아닌가.
하지만 그에 이어지는 반박부분에서 그들의 각 항목에 대한 주장은 대부분 겉보기에만 그럴 듯 할뿐 실제적으로는 그 뒷받침 이론자체가 허구적 성격이 강하고 또 그들이 내세웠던 증거라는 것도 대개 편향적 해석에 불과했다는 것을 조목조목 설명하는데 이르러서는 조금 전까지도 고개를 끄덕였던 그 ‘이론으로부터의 각성’에 허무감까지 느끼게 될 정도이다. ‘그러면 그렇지, 어쩐지 뭔가 좀 이상하더니’ 하는 그런 느낌에.
이 세 부분 구성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그 앞 두 부분의 설명을 토대로 저자 나름대로의 대안 제시가 나온다. ‘입 크고 힘 가진 자들이 뭐라고 하던지 상관없이 각자 상황에 맞는 정책을 택해야지. 그게 옳은 길 아니겠어?’ 뭐 그런 식으로 다독거리듯이.
책 전체에 흐르는 기조는 하나다. 현재 경제적으로 성공한 나라들의 공통점은 그들이 선발주자로서 남들보다 한 걸음 앞서 탄탄한 바탕을 갖출 수 있었거나, 또는 비록 후발주자였기는 했지만 외부로부터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산업과 금융정책을 썼기 때문에 그 성과를 얻은 것이다. 지금 마치 유일한 정도처럼 사람들에게 설파되고 있는 신자유주의의 경제이론은 이미 한발 앞선 그들 세력의 입장에서 자신들의 자유로운 자본 활용과 무역행위의 걸림돌을 제거하기위한 그런 억지이론의 성격이 강한 허구다.
하지만, 비록 학술논문에서처럼 저자의 견해를 뒷받침하는데 인용된 통계나 저서가 리스트로 정리되어있기는 하지만, 또 우리의 그 보수언론인들이나 정치가 정책입안자들도 이 책을 읽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책의 논조에 공감이 가기는 하지만, 그래도, 워낙 강한 주장의 표현이 연속되고 있어서, 때로는, 이 책 역시 주류의 대각선상에 각을 세운 ‘또 다른 하나의 주장’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게 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다행인 것은 저자가 현재 영국이라는 나라에서 비교적 객관적 입장을 유지할 수 있는 대학교수라는 그 사실로부터 통념적 선입관으로부터 어느 정도 거리를 둘 수 있었던 것과, 또 바로 얼마 전에 읽은 폴 크루그만의 Peddling Prosperity와 큰 틀에서의 그림이 같아 미리 ‘관성을 벗어나는데 대한 거부감으로부터의 면역성’을 갖추고 있었던 것이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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