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 관리’의 관점의 책이라 생각하고 손에 잡았지만 끝날 때까지 그런 설명은 없 책 제목과 그 내용은 괴리가 느껴진다. 굳이 그 내용에 부합하는 책 제목을 생각하자면 ‘금융시장 이해를 위한 통계학 이야기’라고나 할까. 하지만 무슨 상관인가. 무슨 세미나에 갔을 때 그 내용이 원래 기대했던 것과 다르다 해서 꼭 그 참석 자체가 무의미했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 아니 오히려 지금 흐뭇한 마음으로 책을 덮었다.
책의 전반부는 옛날 옛적 주사위 놀이, 숫자의 표기, 피보나치수열 등의 이야기로 시작되어, 르네상스 시대 여러 사람들의 에피소드까지 곁들인 통계학의 발생과정으로 이어지는데, 전혀 산만한 없이 논리정연하다. 교과서보다 더 재미있는 교과서라고나 할까. 각 이야기 속에 작가 나름대로의 ‘삶의 지혜’에 대한 무엇인가가 녹아있고, 어떤 설명도 그냥 한번 스쳐가는 성격이 아니라 그 다음 단계로 이어지는 스토리의 복선을 깔고 있는 그런 식이다. 책의 후반부에는 현대의 금융시장이 ‘인간’의 게임인 것이 그 통계학에 어떤 영향을 미치며 변형되어 가는지에 대한 설명이 이어지고, 끝부분에 가서는 확률을 ‘입맛에 맞도록 이해한’ 시장의 무모함으로 파생상품 시장에 어떤 자기 파괴적 혼란을 일으키는지를 다룬다.
배웠다기보다는 느꼈다는 것이 맞는 표현이리라. 옛 천재들의 번뜩이는 재치, 보잘 것 없는 일이라는 편견에 아랑곳 않고 자신의 일에 몰두하는 학자들의 집념. 사회발전의 단계에 따라 변하는 생각의 각도와 가치관의 변천, 인간과 인간 사이에 벌어지는 우위 쟁탈전. 예측과 확률과 카오스. 보람 있고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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