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최창호의 '20세기를 빛낸 심리학자'

뚝틀이 2009. 1. 1. 20:05

심리학자들의 파티에서 사람들을 소개받는 듯


사실 그저 상식을 좀 넓히고 싶다는 그런 생각에서 샀던 책인데 의외의 소득이었다. 최창호. 그 사람이 누군지도 몰랐다. 집 사람이 이 책을 보고 텔레비전에 자주 나오는 사람이라 이야기할 때 김이 푹 빠지는 느낌이었다. 다른 책 하나 주문하다 그저 곁다리로 주문한 책이었는데, 매스컴이나 타기 좋아하는 그런 가벼운 사람의 책이라니.....
 
저자는 독자의 ‘심리’를 파악하고 있다. 마치 화려한 파티 장에서 이 사람 저 사람과 열심히 인사를 나눠봐야 그 동안 점점 머리가 혼란해져서 나중에 기억에 남는 사람 하나도 없듯이, 그런 식으로 이어져 나가는 설명 또한 무의미 하고, 그런 판박이 식 설명으론 독자의 흥미를 일으킬 수도 없다는 것을. 저자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따로 있다. 심리학이란 전체그림의 모양, 그 심리학 전체의 흐름이다. 시대적 추세와 유럽으로부터 미국으로의 힘의 축 이동과정이다.

파티의 구석 테이블에 마주앉아, 저자가 속삭인다. 거기에 참석한 20세기의 심리학자 하나하나에 대하여. 재미있는 가십성 이야기를 곁들이는 것은 그 파티의 분위기에 맞추기 위해서다. 하지만, 그 한명 한명의 활동당시 시대적 배경과 상황, 거기에서의 그의 역할과 공헌내용, 또 중간 중간 곁들여지는 그의 주관적 코멘트를 들으면서 독자는 심리학이라는 거대한 바다의 향기에 취하게 된다.

같이 샀던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엔 오히려 큰 실망을 느끼고, 이 책이 그 실망을 달래주었다. 근래에 보기 드물게 만족스러운 느낌을 받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