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란 무엇인가. 삶은 만남이다. 나와 나 아님과의 만남이요, 또 나와 나 자신과의 만남. 그것이 삶이다. 만남은 흐름을 일으킨다. 몸이 어울리며 마음이 부딪치며 일으키는 흐름. 그 흐름이 바로 삶이다. 만남에 만남이 이어지며 흐름에 흐름이 섞인다. 뒤섞이는 흐름 그것은 이야기고, 그 이야기가 바로 삶이다. 삶은 만남이요, 흐름이요, 이야기다.
꿈이란 무엇인가. 꿈 역시 흐름이다. 흐름이 아니라면, 그것은 꿈이 아닌 목표일뿐이다. 꿈은 흐름이고, 목표는 매듭이다. 흐름에는 낭만이 깃들 여유가 있지만, 매듭에는 욕망을 향한 초조함만 자리할 뿐이다. 삶이란 무엇인가. 다시 묻는다. 삶이란 꿈을 향한 흐름이다. 흐름을 향한 흐름. 그것이 삶이다.
N은 꿈을 만들어내고 그 파도를 즐기곤 했다. 아니 어쩌면 N이 꿈을 만든 것이 아니라, 꿈이 꿈을 부르며 자기들의 세상을 이루어나가는데, N이 거기에 섞여들었다 하는 편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삶이 꼭 뜻대로 되지만은 않는 법. 그 흐름을 뒤틀고 엎어버리는 배신을 맞기도 했다. 흐름을 같이하고 있다고 굳게 믿어왔던 이들의 매듭놀이에 깨어진 N의 낭만과 믿음의 잔해 그 얼음조각을 내려다보아야하는 고통. 크고 작은 얼음조각에 몇 번 찔렸을 뿐인데도, 그 아픔이 몇 차례 반복되면서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뒤틀리고 엎어진 꿈? 이제 N은 다시 한 번 스스로에게 묻는다. 혹 엎어진 것은 그 꿈 자체가 아니라, 다만 그 꿈을 향한 길이었을 뿐 아닌가? 꿈은 언제나처럼 그곳에서 그대로 흐르고 있는데 말이다. 혹 N이 아픔으로 내려다 본 그것은 무너진 길의 잔해였고, 절망으로 산산조각 난 N 자신의 마음이었을 뿐 아니었던가? N은 생각한다.
꿈으로 가는 길? 그것이 꿈이건, 그 꿈을 향한 열차건, 그 어느 흐름의 그림도 나로부터 나온 것이고, 내가 아는 만큼 그린 것이다. 모르는 것을 그릴 수는 없는 일이니 그것이 한계다. 본질적 한계다. 삶은 남과의 만남이요 뒤섞이는 흐름이니, 내 그림이 흔들린 것은 그 누구의 탓도 아닌 삶이란 이야기의 자연스런 흐름의 결과다.
인생은 마라톤. N은 이 이야기를 끔찍이 싫어한다. 마라톤에는 꿈이 없고 목표만 있다. 달림은 고통과 참음이요, 다른 길로 들어섬은 곧 패배다. 꿈만 있다면 그 어느 그 어떤 과정도 얼마든지 아름다울 수 있고, 또 그러기에, 길섶 꽃향기 즐기는 것도, 옆길로 들어서 헤매는 것도, 그 어떤 것도 다 허용되어야 삶다운 삶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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